박찬일 셰프의 세계 누들 스토리
2017-12
글 박찬일 셰프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에 중국의 면을 전해주었다는 얘기는 설에 불과하다. 이탈리아가 면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납작한 ‘라자냐’를 먹은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자연스레 면이 생겨났을 것이다. 넙데데한 반죽을 보면, 누구든지 집어 뜯거나(수제비), 칼로 가늘게 썰(국수) 생각을 하는
2017-11
글 박찬일 셰프
올해처럼 냉면이 화제가 된 적이 드물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노포’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냉면집들이 속속 등장했다. 냉면에 대한 새로운 시장층이 생겼다. 젊은이들이다. ‘밍밍하기만 한’ 평양냉면 육수의 맛을 음미하고 이해하려는 세대가 생겨난 것이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서 ‘냉부심’(평양냉면의 맛을 안다는 자부심)이라는
2017-11
글 박찬일 셰프
알고 보면 다 같은 형제, 중국의 수타, 일본의 족타, 한국의 칼국수, 이탈리아의 임파스토 아 마노. 라면은 원래 수타면이었다 요즘도 더러 볼 수 있지만, 중국집에 가서 탁자에 앉으면 귀가 울리도록 큰소리가 들렸다. 목청 좋은 주인이 주방에 넣는
2017-11
혹한도 이런 혹한이 없다. 얼어붙은 속을 녹이려면 국물 요리가 최고다. 부드러운 북엇국도 좋고, 매운 육개장도 속을 홧홧하게 덥혀서 인기다. 중식으로는 단연 짬뽕이다. 그릇째 들고 들이켜면 오장을 꽉 채우는
2017-10
국수는 정의하기 쉽지 않다. 기름에 튀긴 것도 국수이고, 삶은 것도 있으며, 삶아서 구운 것도 국수이기 때문이다. 국수를 ‘물에 붙든다(掬水)’고 해서 국수라고 하지만 실은 더 다채로운 조리법이 있다. 심지어 중국
2017-10
어려서 기억나는 한 장면. 엄마가 저녁 준비를 마쳤다. 밖에서 놀던 작은 누이를 불러오라고 하셨다. 나는 집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누나, 엄마가 우동국수 먹으래.”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 끼닛거리 모자라
2017-09
노도고시라는 말이 있다. 일본말에 노도는 후(喉), 즉 목구멍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국수류를 먹을 때 목이 얼얼하도록 빡빡하게 먹는 걸 뜻한다. 주로 메밀국수(소바)를 먹을 때 그런 표현을 쓴다고 하는데,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