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비켜! 급식 나가신다!”
급식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받아서 먹을수록 높아만 지네~~~ 스승의 은혜라는 곡의 가사를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의 찐 사랑을 느끼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4년 3월 새 학기부터 서울시 강동구 명일중학교에서 근무하시는 김다혜 선생님은 6년 경력의 영양사 선생님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모두 근무하신 경험이 있어 학교별로 특징을 비교해 주시고, 급식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감동적인 이야기, 또 가끔 속상한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시는 등 인터뷰에 응해 주시고 바쁘신 중에 시간을 허락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김다혜 선생님께서 면사랑 제품으로 만든 급식 식단 사례 (제공:김다혜 선생님)
많은 양의 배식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리가 중요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먹기보다는 정해진 자리가 있어야 배식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사진은 명일중학교 급식실의 전경이다.
Q1.영양사로 근무하신 기간이 얼마나 되셨나요? 영양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6년 차 되었습니다. 고3 때 진학상담을 하는데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면 영양사를 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영양사는 사무실을 혼자 쓸 수 있다고요. 그때는 그 뜻이 모든 일을 다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실습에서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많은 일도 금세 익숙해지고 해보고 싶은 메뉴가 너무 많더라고요. 밖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 “애들도 한 번 먹여볼까?” 그런 생각이 먼저 나고, 식단에 넣어서 학생들이 좋아하면 또 신나고… 그러다 보니 이 일이 점점 더 좋아지고 계속하고 싶어졌습니다.
Q2. 영양사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간단히 소개부탁드릴게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자마자 식자재 검수하고, 8시에 당일 조리과정 및 주의사항에 대해 아침 조회를 합니다. 조리사님들이 전 처리하시는 동안 거래명세서 등 서류작업을 하고, 혹시 그날 발주와 다르게 들어오거나입찰 제품과 다른 게 들어온 것이 있으면 반품 및 교환을 합니다. 10시~10시 30분에는 주방에서 조리가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않은지 확인하고 지시합니다. 11시에는 검식檢食을 하고 11시 30분부터 교직원들 식사가 시작됩니다. 점심 배식을 끝내고 오후에는 각종 공문 처리, 다음 날 누락된 발주는 없는지, CCP 확인, 재고조사, 소모품 등 확인하여 익일 급식을 준비한 후에 15시 30분에 퇴근합니다. 매일 진행되는 업무 외에 틈틈이 다음 달 식단 작성 및 입찰 준비, 업체별 견적을 받고 지출, 마감 업무를 하죠.
Q3. 청소년기에 접어든 학생들이니 메뉴 구성에 많은 노력을 하실 텐데요, 주로 어떤 방법으로 구성하고 주의사항은 어떤 게 있는지요?
학교 급식의 영양은 주간 단위로 맞추게 되어 있습니다. 특식이 있는 날을 먼저 배치하고 중심을 잡는데 앞뒤로 소, 돼지, 어패류가 중복되지 않도록 메인 재료들을 배치한 후에 주찬-국-부찬-후식 순으로 식단을 작성해요. 식단을 다 작성한 후에는 국이 겹치지 않는 지, 연속으로 된장국이 나가지는 않는지, 조리 방법이 겹치지는 않는지 확인합니다. 튀김류가 2회 미만으로 제공되고 있는 지, 과일은 주 1회 이상 나가고 있는 지도 확인해요. 영양 방면으로는 특식으로 제공되는 메뉴가 과하다 싶은 주간에는 다른 날 살짝 힘을 빼고 가볍게 나가도록 조절합니다. 만약 칼슘이 부족한 주간에는 ‘칼슘 강화 찹쌀’ 등을 밥에 섞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고요. 식단 구성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조리 방법, 재료, 모양, 색감 등이 중복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다 채 썰고 어떤 날은 다 네모나게 썰고 그럴 때도 있거든요. 도 어떤 날은 식판이 빨간색 일색이고, 또 어떤 날은 하얗기만 해요. 그래서 배색에도 신경 써서 구성하려고 합니다.
Q4.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만드실 텐데 어떻게 계량을 해서 정량을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한식 메뉴들이 나갈 때에는 비율에 맞춰서 양념장을 미리 만듭니다. 가정에서는 흔히 밥숟가락으로 계량을 하지만 단체급식에서는 국자를 사용합니다. 양이 많기 때문에 재료에 바로 양념류를 넣게 되면 골고루 양념이 베이지도 않고 재료가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꼭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서 조리하게 됩니다. 자주 나가는 메뉴들은 어느 정도 양을 알기 때문에 따로 얼만큼 만들어달라는 지시를 하지 않지만 처음 나가는 메뉴나 조리 실무자 분들께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메뉴는 제가 비율을 미리 적어드립니다. 예를 들면 고추장 1국자, 간장 1/3국자, 설탕 1/2 국자 이런 식이죠.
Q5. 한정된 예산으로 건강한 식단을 구성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본인 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학교 급식은 정해진 기준이 까다로워 영양사 마음대로 저렴한 재료들을 사용할 수가 없어요. 고기도 정해진 원산지 및 등급에 맞추어 사용해야 하고 국내산을 우선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제 메뉴를 자주 이용합니다. 수제 돈가스, 수제 피자, 수제 피클, 수제 드레싱 등등 수제로 하면 단가가 엄청 차이가 나진 않더라도 조금씩 아껴서 다른 메뉴 하나 더 할 수 있고 그렇습니다.
Q6. 급식 메뉴 중 아이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면 종류를 특히 많이 좋아합니다. 아기 때 이유식 끝나면 면을 먹기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쫄면, 자장면, 우동, 스파게티, 당면 등 면을 엄청 좋아해요. 특식으로는 립, 피자, 치킨과 같이 외식으로 먹는 것들을 특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은 집 밥 느낌이라 학생들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면 후식 종류에 힘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실 학생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후식만 나와도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묻곤 하거든요.
Q7. 요즘 아이들 급식 식단이 많이 변화하는 것 같은데 면과 밥의 제공비율이 어느정도 되나요?
비율로 따지면 20%정도, 밥은 80%정도로 제공합니다. 면은 주 1회 정도 에요. 그렇지만 면이 주식으로 나가는 건 한 달에 1~2회 정도이고 나머지는 찜닭에 당면을 섞거나, 쫄면이나 볶음우동같이 부찬 종류로 제공합니다.
Q8. 평소에 즐겨 사용하시는 면사랑 제품이 있을까요?
면사랑 냉동 중화면 + 해물 매운맛 소스+볶음용 굴 소스_볶음 춘장을 자주 사용합니다. 여기에 채소와 해물을 넣으면 사천 해물 자장면이 되는데 아이들이 이거 엄청 좋아합니다! 평소에 먹던 짜장면과는 색다르기도 하고 매운맛이 들어가서 느끼하지도 않아서 끝도 없이 들어가나 봐요.영양사를 처음 시작할 때 면사랑 레시피북을 참고로 했는데 그때 볶음 춘장 소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면사랑 볶음 춘장으로 사천 해물 자장면을 해서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게 기억나요.
Q9. 학생들에게 파스타가 영양학적으로 좋은 이유가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파스타면은 듀럼밀로 만들어지는데요. 듀럼밀은 입자가 거칠어 소화과정에서 천천히 분해가 됩니다. 소화흡수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혈당이 다른 탄수화물에 비해 천천히 올라가고, 단백질함량도 15% 정도로 다른 곡물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흔히 다이어트를 할 때 GI 지수를 따져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파스타면은 GI 지수가 40~60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밀 식빵, 고구마, 콩, 견과류 등과 같이) 여기까진 영양학적 이유인데, 사실 스파게티 소스에 채소를 많이 섞어도 학생들이 골라내지 않고 잘 먹는다는 점이 제일 좋은 점 아닌가 싶습니다.
Q10. 옛날에는 파스타가 부찬으로 많이 쓰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주찬으로 많이 하시는지요? 파스타 메뉴에 대한 학생들 반응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메인 메뉴로도 많이 나가는 추세입니다. 예전에는 부찬으로 밥과 함께 제공을 했는데 요즘에도 물론 그런 학교들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러면 학생들이 면만 먹고 밥을 다 버려서 잔반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메인 메뉴로 파스타를 하는 편이고, 학생들도 그런 날 특식이라며 좋아하고, 기호도 조사 때 꼭 빠지지 않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크림소스를 좋아할 것 같지만 사실은 토마토소스가 제일 좋아요. 가장 무난하면서도 거의 모두가 먹을 수 있어요. 크림소스는 우유 알레르기도 있고 해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요.
Q11.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특징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다른 지 말씀해 주세요.
초등학교는 요즘 아이들이 아토피도 많고, 알레르기로 인해 식재료 선택과 구분을 잘 해야 해요. 학기 초에 알레르기 조사 먼저 하고, 급식과 배식에도 모두 구분을 해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어린 자녀들이다보니 어머니들의 걱정도 많고, 전화도 많이 주시는 편이세요. 반면에 중학생들은 주면 주는 대로 너무 잘 먹어주는 편이에요. 고등학생들은 자기 본인의 취향이 정확해서 메뉴에 대한 요청이 디테일하게 접수되기도 하죠. 호불호가 강해서 의사 표현도 분명하게 하고, 가끔은 속상한 말도 듣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너무 감사하다고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중학교 급식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Q12. 면사랑에 특별히 요청하고 싶으신 소스류나 다른 내용이 있으세요?
파스타나 면 종류는 단체 급식이다 보니 면이 불기도 하는데 오일 종류의 소스류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일류는 면이 덜 불거든요. 요즘 아이들이 들기름 막국수도 잘 먹어요. 또 대량 밀키트가 있으면 좋겠어요. 용량을 계량하기 힘든 경우가 있거든요. 알리오 올리오 소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13. 마지막으로 영양사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에피소드)
한 번은 생크림을 휘핑된 걸 짤주머니에 들어있는 등급을 시켰는데 업체에서 생크림이 그냥 우유 팩에 들어온 거 들어온 거예요. 근데 이제 그게 유통기한이 짧아가지고 교환도 안 된다 그러고 당장 짤주머니에 들어 있는 생크림 납품된다는 업체도 없고… 난감했죠. 그래서 옆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서 휘핑기를 빌려와 다 소독하고 휘핑 다 해가지고 나간 적이 있어요. 위생이랑 유통기한이 너무 중요하죠. 그리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학생들의 편지를 받을 때나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 찾아올 때예요. 한번은 아이들이 3년 동안 우리를 먹여 주었으니 영양사 선생님 밥을 사드리고 싶다고 찾아와서 진짜 밥을 사더라구요. “이번엔 우리가 밥 먹여 드릴 게요” 하면서요. 사회생활하고 돈 벌어서 밥을 사먹어 보니까 그동안 얼마나 맛있는 밥을 잘 먹었는지 알겠다고 하면서요. 그럴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