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면박사의 시장 속 칼국수 이야기
재래시장 속 칼국수
멸치, 바지락 혹은 닭고기로 국물을 내 시원하면서 면과 함께 끓여 걸쭉한 국물과 넓고 굵은 국수가 매력적인 국수. 바로 칼국수입니다. 되직하게 반죽하여 치댄 밀가루 반죽을 칼로 직접 썰었다고 해서 칼국수라고 불립니다.
우리의 국수 이야기를 하다 보면 6.25 전쟁이 빠지지 않는데요. 칼국수의 역사도 6.25 전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휴전 이후 미군의 원조를 받으며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서민들이 쉽게 밀가루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국수를 대중들이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칼국수는 누구나 부엌에서 밀가루로 반죽하고 칼로 반죽을 잘라 만들 수 있는 국수입니다. 간편하게 집에서 국수를 먹게 되니 전국적으로 칼국수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서민적인 음식인 칼국수 이야기를 하니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났던 칼국수 골목이 생각납니다. 재래시장은 서민 문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소 중 하나인데,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과 사기 위해 나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사람 냄새 나는 시장 안에서 우리가 흔히 즐겨먹는 음식들을 맛본다는 것이 참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칼국수 골목을 좀 소개해볼까합니다!
1. 포항 죽도시장의 칼국수 골목
포항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죽도시장. 그 안쪽에 서민들이 즐겨 먹던 칼수제비를 파는 골목이 있습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둘러앉아 호호 뜨거운 칼수제비를 식혀가며 먹고 있는 집이 죽도시장 칼수제비 골목 양쪽으로 쭉 들어서 있습니다.
▲ 죽도시장 칼국수 골목의 풍경
가격도 저렴합니다. 수제비만 먹어도, 국수만 먹어도, 수제비와 국수를 함께 먹어도 똑같이 3,500원입니다. 보통 밥집은 물론 요즘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도 커피 한 잔을 저 가격에 팔지 않는 데 말이죠.
▲ 죽도시장 칼국수골목의 칼수제비
어느 집이든 가격도 동일하고 맛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키는 자리에 앉아 국수든, 수제비든, 칼수제비든 원하는 것 한 그릇을 시킵니다. 시원한 보리차로 목을 축이다보면 어느새 뚝딱 하고 칼수제비 한 그릇이 나옵니다. 이모가 놀라운 손짓으로 만들어낸 얇은 수제비가 눈에 띕니다. 경상도 특유의 부추 고명도 독특한 맛을 더합니다. 이제 원하는만큼 양념장을 얹고 휘휘 저어준 후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2. 서울 남대문시장의 칼국수 골목
서울 한복판. 높은 고층 빌딩들이 몰려있는 곳에 내국인이며 외국인이며 한 데 모이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남대문 시장입니다. 없는 물건을 찾기가 더 쉽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 이 남대문 시장에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맛집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방송과 블로그를 통해 앞다투어 소개되곤 하는 유명한 칼국수 골목도 있지요. 맛도 맛이지만 그 가격과 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습니다.
멸치국물을 베이스로 해서 시원한 국물에 푸짐한 양이 나오는 남대문시장의 칼국수도 맛있지만 함께 파는 비빔냉면, 비빔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의 독특한 점입니다. 더 놀라운 건 칼국수, 비빔냉면, 비빔밥을 한 세트로 5,5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저렴하지만 양은 많습니다. 이러니 사람이 안 몰릴려야 안 몰릴 수가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이미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니 여유롭게 즐기려면 점심시간을 피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남대문시장 전경 (ⓒImage copyright /flicker.com)
3. 울산 신정시장 칼국수 거리
울산시청 앞에 위치하고 있는 시장인 신정시장. 이 곳에도 칼국수의 손맛을 고수하고 있는 칼국수 골목이 있습니다. 각각 점포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앞서 소개한 남대문시장이나 죽도시장 처럼 모여 앉아 먹는 맛은 없지만 각 가게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직접 반죽을 하고 면을 썰고 삶아내는 풍경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4. 창원반송시장 칼국수골목
경상남도 창원의 반송시장. 80년대에 개설된 상가형 건물로 위의 시장처럼 물자들이 모여 생긴 시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정부의 산업단지 육성정책과 함께 생겨난 아파트촌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필수품 뿐 아니라 먹거리를 책임지던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 유명한 칼국수골목이 있습니다. 반송시장이 생기던 초창기때부터 생겨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골목에서도 넉넉한 인심을 가진 칼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한 끼를 든든히 먹을 수 있는 재래시장 속 칼국수골목. 그 한 그릇에 시장의 넉넉함이 함께 담겨있는듯 합니다. 추적추적 비 소식이 있는 이번주에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뜨끈한 칼국수 한 그릇 먹는 약속을 잡아보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