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dle Stories

국수는 귀한 몸

By |2024-0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Tags: , , , , , , , , , |

산문(山門)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부른다. 스님(僧)을 미소(微笑)짓게 한다는 뜻이다. 사찰에서 ‘스님, 죽 끓여드릴까요?’ 물으면 아무도 대답 않지만, ‘스님, 국수 삶아 드릴까요?’ 라고 하면 모두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고 한다. 이처럼 국수는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승소라는 말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면식문화는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고려시대 ‘조면사(造麵寺)’란 절에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고려사’에 나온다. 국내 최초 국수 관련 기록이다. 조면사는 강원도 춘천에 있었다. 절은 사라졌지만 절터에 남은 ‘조면사지탑’은 고려사 기록을 입증하고 있다. 국수는 스님뿐 아니라 한반도 사람 누구나 미소 짓게 한 음식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 국수는 엄청나게 귀하고 비싼 음식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트러플(송로버섯)이나 캐비아, 푸아그라에 버금가는

동북아시아 누들로드

By |2024-0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Tags: , , , , , , , , , , |

중국의 르네상스 시대, 송나라 송(宋)나라는 농업과 상업, 과학과 행정이 발달했던 옛 중국의 전성기였으며 북송과 남송을 합해 319년간(960 ~ 1279년)이어진 왕조이다. 북송의 수도인 하남성(河南省, 허난성) 개봉(開封,카이펑)은 오늘 우리가 알아볼 한·중·일 동북아시아 누들로드의 시작이다. 중국은 송대(宋代)에 부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시대에 농업의 발달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송나라 초기인 980년 610만 호, 1085년에는 1540만 호, 1102년 4550만 호, 1207년에는 8000만~9000만 호 수준으로 불어났다. 송나라는 유럽이 1800년대에 도달한 도시인구의 수준을 그 시대에 이미 만들었다. 송나라 한림학사였던 장택단(張擇端)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12세기 수도 개봉(開封,카이펑)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작품이다. 가로 5m가 넘는 규모 또한 매우 큰 그림으로서 송나라 수도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그림에 묘사된

밀가루의 세계사

By |2024-0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Tags: , , , , , , , , |

밀의 시작, 메소포타미아 문명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로 세계인구의 30%가 밀을 주식으로 먹는다 한다. 밀은 기원전 8000~9000년 경 서아시아 지방에서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캅카스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000~4000년 경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수메르인들이 야생 밀을 심어 본격적인 밀농업의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도 문명, 황하 문명은 세계 4대 문명으로 일컬어 지고 있다. 이들 고대문명은 거대한 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되었듯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이집트는 세계 최장의 나일강, 인도는 인더스강, 중국은 황하다. 그 중 밀과 가장 관련있는 고대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이곳을 흐르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가 각각 페르시아만을 향하다가 하류에서 합류한다. 이 두

4000년의 가늘고 긴 면(麵)의 대장정

By |2024-0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Tags: , , , , , , , , , |

2005년 10월, 중국 간쑤성(甘肃省)과 칭하이성(青海省)의 경계에 위치한 중국 라지아(兰家)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가 발견되었다. 이 국수는 약 4,00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이 최초의 국수의 발생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 이곳이 중국에 편입된 것은 청나라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실크로드가 위치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경계다. 라지아의 국수는 그동안 밀=국수라는 등식에도 의문을 갖게 한 세계사적인 발굴이었다. 라지아의 국수는 기장, 특히 조(Foxtail Millet)와 수수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청동기 시대의 그 지역 사람들이 조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국수는 매우 얇고 섬세한 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직경은 약 0.3cm, 최대 길이는 50cm에 이른다. 국수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제주도 고기국수

By |2018-07-20|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 |

제주 자연사박물관 근처에 가면 제주도 토속음식인 고기국수를 파는 식당이 10여 곳 몰려 있는 국수거리가 있다. 뭍 사람들이 말하는 돼지국수로, 제주도에서는 고기라고 하면 쇠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의미한단다. 술안주로 한 젓갈, 해장으로 한 숟갈 국수와 돼지고기.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요즘 일본의 돈코쓰 라멘이나 부산의 돼지국밥 등이 알려지면서 그리 생소하게 들리진 않는다. 제주도 사람들은 왜 돼지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을까.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의외로 구전되는 얘기도 별로 없었다. 다만 사람들마다 추측할 뿐이다. “제주도에선 원래 돼지로 하는 요리가 많았어. 큰일이 있을 때 돼지를 잡아서 큰 솥에 넣고 끓였는데 고기를 건져먹고 나면 국물만 남았지.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강원도 막국수

By |2018-07-20|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 , , |

막국수란 ‘금방, 바로 뽑은 국수’라는 뜻이다. 또 막국수 하면 으레 춘천이 떠오른다. 하지만 막국수는 강원도 향토음식이고, 냉면처럼 이북 음식이다. 동치미 맛에 후루룩, 춘천식과 다른 ‘오리지널’ ‘오리지널’ 막국수는 비빔장 양념에 비비고 육수를 부어 먹는 춘천식과는 다르다. 육수 대신 동치미에 말아 먹는다. 양양·속초·고성 등지에선 동치미 맛으로 먹는 막국수가 흔하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전에 38선 이북 지역이었고 전쟁 후에는 피난민들이 많이 내려와 정착하다 보니 여전히 오리지널이 강세다. 지금은 군사공항으로 변한 속초 공항을 지나 진전사 방면으로 4㎞ 남짓 들어가면 ‘영광정 메밀국수’가 나온다. 3대째 막국수를 내는 집이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이라서 이름도 윤함흥인 할머니와 며느리 임정자(68)씨가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충청도 생선국수

By |2018-07-13|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 , , , |

한반도의 국수는 ‘산에서 내려왔다’는 게 정설이다. 함경도·강원도 등 산간지방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온 메밀로 국수를 뽑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청도 생선국수는 강에서 온 국수다. 생선국수는 면을 먹기 위해 육수를 낸 게 아니라 육수를 먹기 위해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어탕국수·어죽국수로도 불리는 생선국수는 금강 상류에서 잡힌 민물고기로 육수를 낸다. 이 고기를 곰탕 끓이듯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 것이다. 국수는 시중에서 파는 밀가루 면을 쓴다. 펄펄 뛰는 민물고기 아니면 이 맛 날까 생선국수는 금강 줄기를 따라 충북 옥천·영동,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지에서 주로 먹는다. 이 지역을 주민들은 칠보단장이라고 한다. 농사를 위해 (금강 상류에) 막아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정선 콧등치기 국수

By |2018-07-6|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 , |

‘콧등치기 국수’라는 게 있다. 강원도 정선이 내놓는 대표 음식이다. 손으로 밀어서 만든 100% 메밀 칼국수를 ‘훅’ 하고 빨아당기면 뻣뻣한 국수가락이 콧등을 한 번 툭 치고 입으로 쏙 빨려 들어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콧등 한번 때리고 후루룩 넘어가던 그 슬픈 면발 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아우라지역 앞 ‘청원식당’ 방순옥(70) 할머니는 현재 정선아리랑 연구소장을 하는 진용선(46)씨가 붙였다고 했다. 방 할머니는 1988년 콧등치기 국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음 국숫집을 낸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진씨는 손사래를 친다. “할머니 기억이 틀렸어요. 20년 전쯤 청원식당에서 처음으로 콧등치기 국수를 먹었을 때도 그렇게 불렀어요. 나는 단지 재밌는 이름이기에 시로 쓰고, ‘월간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전라도 팥칼국수

By |2018-07-6|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전라도에서는 복(伏)날에 팥칼국수를 먹는다.” 푹푹 찌는 날 더 시원하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식 제보 하나 믿고, 초복이었던 14일 열차에 몸을 실었다. 벌교로 가기 위함이었다. ‘벌교 장날에 가면 50년째 팥칼국수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마침 이날은 벌교읍에 5일 장이 서는 날이었다. 세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고 6시간 만에 도착한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또 ‘돈 자랑,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바로 그곳이기도 하다. 벌교장은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전국의 10대 5일장’ 중 한 곳이었지만 이미 지금은 그때의 번화함은 없다. 그 시장에서 전봇대 옆의 담벼락 밑에 있는 팥칼국수 할머니의 ‘좌판’을 발견했다. 테이블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한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 평양냉면

By |2018-06-28|Categories: Noodle Stories, 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Tags: , |

“냉면 얘긴 잘못 꺼냈다가 몰매 맞는다.” 음식 전문지에서 10여 년 가까이 일했다는 한 전직 기자의 말이다. 전문가·일반인 할 것 없이 냉면을 놓고 벌이는 논란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는 냉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추와 무에 물을 많이 부은 김칫국에 잘사는 집은 고기를 삶아 붓고, 못사는 집은 동태를 삶아 육수를 낸 뒤 섞었지” 동치미 대신 고기 국물 … 희미해진 오리지널 ‘평양의 맛’ 논란의 진원지는 서울이다. 그런데 서울냉면은 없다. 논란의 중심은 평양냉면이다.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메밀 면을 말아먹는 그 냉면이다. 그런데 왜 평양냉면이 이렇게 서울에 와서 자리를 깔고 논란을 벌이는 것일까. 그 연유를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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