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리반 앞에 엎드린 나의 칼국수
넉넉하고 따뜻한, 추억을 일깨우는 ‘칼국수’ 국수를 먹어야지 생각하니 마음이 넉넉해지고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 칼국수 두 개요, 주문을 하고 나니 속이 따듯해지면서 엄마의 두리반 앞에 엎드린 내가 보인다 첫눈이라도 오실 것 같은 날 가난했던 엄마를 만나러, 간이 조금씩 세지는 할머니 칼국수 먹으러 간다 -권혁소 시 <할머니 칼국수> (『우리가 너무 가엾다』, 2019, 삶창) 전문 생각과 마음 날씨처럼 마음이 을씨년스럽다. 호주머니는 가볍고 발걸음은 무겁다. 그런 날 배까지 헛헛하면 올깍 서러워 지기 십상이다. ‘국수를 먹어야지!’ 가만한 생각만으로 마음이 넉넉해지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토록 소박한 행복에 들뜬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여기 칼국수 두
칼국수와 함께 춤을
©시니어조선 [권순홍의 맛집] 경기 하남 - 팔당 원조칼제비칼국수 우리는 살면서 가끔 햄릿이 되어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닥칠 때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고민의 순간은 주로 면요리 앞에서 아닐까? 예를 들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그것은 영원한 숙제이며 물냉이냐 비냉이냐 또한 여름마다 풀어야 할 문제와도 같은 것이다. 칼국수를 먹을 때 우리는 또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칼국수와 만두, 칼국수와 수제비는 고전적인 형태의 고민이며 요즘엔 비빔칼국수냐 국물칼국수냐 그 문제 또한 쉽게 풀 수 없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럴 때 고객 맞춤형 정답을 내놓는 식당들이 생기며 새로운 방식의 메뉴들이 생겨났는데, 단순히 반반 섞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물 안에서
안동의 건진국수와 누름국수
안동의 종가에서 만드는 안동국수. 제사 때나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하는 음식이다. © 경북일보 안동국수의 면은 콩가루와 밀가루의 합작품이다. 안동지역은 콩 재배 면적이 1890 헥타르(2022년 기준, 농업기술센터 자료)에 이른다. 토질과 배수가 뛰어나 옛날부터 우수한 품질의 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 바로 안동이다. 그래서 안동국수에는 콩가루가 들어간다. 콩가루가 들어간 반죽은 일반 밀가루로만 된 반죽보다 경도가 강해 뭉치고 밀 때 힘이 많이 들어가고 어렵다. 또한 밀고 펴기를 수십 차례 반복해 밀가루 반죽이 말 그대로 종잇장처럼 얇게 펼친다. 안동국수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안동국수는 경상도 방언으로 국수를 ‘국시’라고 해서 안동국시라고도 부른다. 다만 따뜻한 국물로 내놓으면 (안동)국시
옛 문헌에 실린 칼국수
성종대왕의 삼남인 안양군(安陽君)의 현손(玄孫) 옥담 이응희. 농사를 짓는 틈틈이 책을 읽고 시를 짓는 것을 낙으로 삼아 지냈던 옥담이 평생 수리산 아래에 살면서 향촌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을 담았다. 언제부터 먹었을까? 어떻게 먹었을까? 어느 순간에 먹었을까? 우리가 지금 즐겨먹는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날 때 우리는 옛 문헌을 찾고 음식의 여정을 생각한다. 칼국수에 대한 궁금증도 다르지 않다. 조선 중기의 선비 이응희(李應禧, 1579~1651)는 음식에 관한 한시를 많이 지었다. 그가 지은 『옥담시집(玉潭詩集)』에는 ‘면(麵, 국수)’이란 제목의 한시가 실렸다. “어떤 사람이 국수를 만들었나(何人作麵食), 좋은 맛은 무엇보다도 매우 깊네(佳味最深長). 반죽을 눌러 실처럼 가늘게 천가락을 뽑고(按罷千絲細), 칼로 실처럼 썰어 만 가락을
칼국수의 변주곡
할머니의 칼국수부터 브랜드 칼국수까지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밀 수확기인 여름 즈음에나 맛볼 수 있었던 칼국수는 귀한 별미 요리였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밀가루가 흔해 지면서 어느 집에서나 언제든지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이들이 과거 어머니가 별미로 만들어 주시던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칼국수는 여름 음식이었는데 북쪽 지방에서는 추운 겨울에 찬 냉면을 먹고 남쪽 지방에서는 더운 여름에 뜨거운 칼국수를 먹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라 하겠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홍두깨 방망이라 불리는 칼국수 밀대가 하나씩은 있었다. 방안 아랫목에 앉아서 밀가루를 반죽해 넓게 펴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얼굴에 밀가루 묻혀보던 시절, 부엌에서 멸치국물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 따스함이 생각나는
칼국수의 지역별 스타일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칼국수는 어느 계절에 먹던 음식일까? 따뜻한 국물 때문에 추운 계절을 떠올리기쉽지만 칼국수는 여름 별미 음식이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엔 밀 수확이 끝나는 유두(음력 6월15일)와칠석(음력 7월7일) 사이에 갓 나온 햇밀로 칼국수를 해 먹었다. 양파와 애호박 총총 썰어 넣고 끓인 육수에 칼로 자른 면을 넣어 끓이는 칼국수는 종류도 다양하다. 조개, 멸치, 닭, 소고기 등 무엇으로 국물을 내느냐에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국수 종류 중에 가장 다채로운 맛을 가졌다고 할까. 해안지방에서는 멸치나 바지락으로, 내륙지방에서는 소나 닭으로 육수를 낸다. 산간지방에서는 멸치 육수에 된장 등을 풀어 맛을 낸다. 지금이야 지역색 없이 다양하게 먹는 음식이 됐지만 예전엔 칼국수 맛 따라 전국 여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대전
전국 라멘 대표선수 총집합 도쿄 라멘 페스타 2024
전국 라멘 대표선수 총집합 도쿄 라멘 페스타 2024 축제의 계절 가을. 어떤 이는 맥주의 나라 독일로 옥토버페스트를 향해 떠나고, 필리핀의 마스카라 축제나 태국의 로이 끄라통 축제도 좋은 선택이겠지만 우리 면식인들에게 가장 귀가 솔깃한 축제는 바로 일본에서 열리는 라면 축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전국에는 크고 작은 라멘 축제들이 봄과 가을에 열린다.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도 열리고 대도시 광장에서도 열리는 라멘 축제 중에서 그야말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축제가 바로 10월말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 라멘 페스타이다. 2009년 부터 매년 실시되는 이 축제는 2024년에도 어김없이 10월말~11월초까지 라멘 매니아들을 한 곳에 모을 예정이다. 일본 각지에서 사랑받는 ‘지방 라멘’ 외에도 여기서만 맛볼 수
구마모토 흑마늘 라멘 본점 취재기
구마모토 흑마늘 라멘 본점 취재기 그야말로 일본 라멘은 자부심 그 자체로 각 지역마다 독특한 맛, 육수, 면 종류, 토핑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중 돈코츠라멘은 돼지 특유의 진한 육수와 고기 특유의 냄새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돼지국밥처럼 특유의 진한 맛에 반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런 돈코츠라멘을 좋아한다면 구마모토 흑마늘 라멘도 꼭 맛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코츠라멘의 발상지가 ‘후쿠오카 하카타’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돈코츠라멘의 발상지는 후쿠오카현 남쪽에 위치한 구루메라는 작은 도시다. 이 후에 구루메라멘이 후쿠오카에 전해져 하카타라멘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시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요리가 바로
면의 품질을 좌우하는 간스이 かん水
면의 품질을 좌우하는 간스이 かん水 라멘의 유래가 중국에서 출발했다는 점과 라멘의 면이 중화면이라는 점은 당연한 상관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라멘에는 중화면에 사용되는 첨가물인 간스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화면을 만들 때 간스이는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첨가물이다. 중화면 특유의 매끈함과 쫄깃함을 만들어 주는 주인공이 바로 간스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면을 반죽할 때쓰는 알칼리성 소금물이라고 보면 된다. 간스이는 라멘에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간스이는 면의 발색을 돕는 탄산칼륨과 면의 부풀림과 탄력을 돕는 탄산나트륨이 있다. 면의 맛, 질감 및 색을 좌우한다. 일본 규정에 따르면 밀가루로 만든 면 중에서 간스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우동면으로 분류할 정도다. 라멘의 면에는 간스이가 들어가야 글루텐이 활성화되어서
국물 따라 즐기는 일본 라멘의 종류
일본에서 면을 구분하는 3가지가 있는데 우동, 소바, 라멘이다. 그 중 밀가루로 만드는 면이 우동과 라멘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우동은 소금을 베이스로 반죽하는 면이고, 라멘은 중국식 간스이를 사용하는 중화면이다. 그 어원은 중국의 면요리 중 하나인 ‘납면(拉麵)’ 라미엔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처음엔 중국식 소바를 뜻하는 ‘난킨 소바’였다고 한다. 라멘은 면요리라고 하지만, 어떤 육수로 어떻게 간을 맞춰 국물(스프)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요리다. 라멘의 국물은 국물의 베이스가 되는 육수(다시)와 간을 맞추는 양념(다레)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육수를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쇼유라멘(간장라면), 소금으로 간 맞추면 시오라멘(소금라면), 미소된장을 넣으면 미소라멘(된장라면), 육수 베이스로 돼지뼈(돈코츠)를 사용하면 돈코츠라멘이 된다. 육류 베이스의 국물에는 돼지뼈, 닭뼈가 주로 사용되고 드물게는 소뼈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