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麵)과 과학이야기 – 슈퍼푸드 메밀의 건강
슈퍼푸드 메밀의 건강 건강과 음식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의 문헌에 나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땅과 몸이 다르지 않다. 즉 땅에서 나오는 식재료가 우리 몸을 이룬다는 뜻이다. 영어 표현으로는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로 우리 몸을 이루는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의 주제는 내 몸과 건강에 직결된다. 자연의 공기와 흙의 기운을 제대로 받고 살 수 없는 도시인들이 현대의 삶 속에서 전통적인 곡물이나 자연식재료를 다시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메밀(蕎麦, buckwheat)’은 단순한 주식 재료를 넘어선 슈퍼푸드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 실체를 자세히 알고 나면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의 상상보다 더 큰 영양과 숨은 성분들의 활약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맛, 소바
단순함이 허락하는 무한한 변주, 자루소바에서 니신소바까지 6월이다. 만물이 뻗치는 기운을 주체 못해 사방으로 피어나고 자라는 계절이다.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도, 사무실에 틀어박혀 온종일 밀린 일을 처리하는 이에게도 달력은 똑같이 넘어가지만, 이 계절이 주는 혜택은 공평하지 않다. 제법 따가워진 햇살과 구름 한 점 없는 멋진 날씨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녹음과 파도가 부르는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돌아오듯 상반기 결산의 시기가 돌아온 6월의 직장인에게 허용된 계절의 선물은 단골 식당이 개시한 계절 메뉴 정도다. 이럴 때는 회사 앞 식당 문에 나붙은 계절 메뉴 안내도 엔터테인먼트요,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토록 유혹적인 날씨에도 일터에 붙잡혀 있는
일본 현지 취재 – 효고현 단바 소바 가도를 가다
소바라는 식물은 화산재로 덮여 있거나, 한랭하거나, 이른바 "메마른 땅", "황폐한 토지"라 불리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일본은 열도의 중앙에 커다란 산맥이 이어진 지형이라 쌀이나 밀을 재배하기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예로부터 소바가 재배되어 왔다.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3,000m를 넘는 산들을 가진 나가노현이 "일본 최고의 소바 고장"으로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화산과 산이 많은 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소바 산지가 존재한다. 또 사람들이 오가는 가도(街道)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소바 가게들이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러한 지역을 "소바 가도(そば街道)"라 부르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소바 가도는 야마가타현에 있지만, 그 외에도 전국에 여러 곳이 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교토부 중부와 효고현 북동부에 걸쳐 있는 "단바(丹波)
비교하며 먹는 맛 – 소바의 디테일을 씹다
소바 한 그릇 안에는 수많은 디테일과 정성이 숨어 있다. 메밀이라는 재료 하나를 중심으로 색, 향, 육수, 조리 방식, 가공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흔히 "메밀국수는 비슷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비교하며 먹다 보면 소바는 입안에서 느끼는 예술임을 알게 된다. 소바의 미묘한 차이를 분석하며 색이 다른 메밀, 방식이 다른 국물, 그리고 생면과 건면의 물성 차이가 어떻게 한 끼 식사의 품격을 결정짓는지 알게 되면 우리의 식탁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껍질을 함께 갈아서 검은 빛을 띠는 검은메밀면 (상단), 껍질을 빼고 알맹이만 갈아서 만든 흰 메밀면 (하단) 검은 메밀면과 흰 메밀면의 차이 소바의 색은
소바반죽의 황금비율
메밀가루의 가수율은 같은 종목이라도 분말의 상태나 칠 때의 기온, 습도로 몇 퍼센트의 차이가 나오기 때문에 언제나 똑같을 수가 없다. 같지 않다. 특히 습기가 많은 여름철은 다른 계절보다 가수율이 낮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바는 손의 감각이다. 아무리 가수율을 맞추더라도 매일매일 반죽을 뭉치고 밀고 썰어내는 장인의 손길만큼 정확한 수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전통 면 요리인 소바(蕎麦)는 단순한 메밀면을 넘어 깊고 깊은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다. 특히 ‘면’이라는 단순한 요소 하나에 담긴 정성과 과학, 그리고 철학은 오랜 세월 동안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그 중에서도 소바 반죽의 비율에 담긴 황금 공식과, 그것이 왜 ‘하치와리(八割, 8:2 비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그
소바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소중한 것들
에도시대 「야키하치만 축제」, 카와가와 쿠니 사다미 作 소바를 포장마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림이다. 점포형 소바 가게를 소개하는 그림 @오타기념 미술관 막부 말, 에도의 마을에는 700채 이상의 소바 가게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음식점으로서 상당한 점포수가 있었다. 소바, 알고 먹으면 약이다 일본에서 소바는 오랜 시간 동안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지혜로운 음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에도 시대(1603–1867), 일본에서는 ‘밥과 반찬’이라는 구성의 식사가 일반화되었고, 기술의 발달로 백미가 널리 보급되었다. 백미는 하얗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그 뒤편에는 뜻밖의 그림자가 있었다. 영양소가 제거된 정제 쌀의 과도한 섭취는 비타민 B1 결핍을 불러왔고, 이는 ‘각기병’이라는 질병으로
백년 동안 3대를 이어 온 ‘겐지소바’ 토리쿠라 소이치
소바 장인이자 연구자인 「겐지소바」 토리쿠라 소이치씨를 직접 만났다 소바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대량 생산된 기계제면 소바와, 수제 소바다. 외식업체에서도 기계제면 소바를 제공하는 곳과 수제 소바를 제공하는 곳 둘 다 있지만 수제 소바 전문점은 규모가 작고 가격도 비싸다. 일본인에게 수제 소바는 조금 특별한 존재다. 소바는 우동이나 라멘보다 더 고상한 이미지를 주곤 한다. 그 이미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소바를 손수 만드는 장인의 고집과 고고한 자세, 그런 "장인"의 모습이 소바의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사카 최대 번화가인 난바 한가운데에는 "겐지소바(源氏蕎麦)"라는 소바 가게가 있다. 작은 가게 안에는 주인이 소바를 직접 만드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창업한 지 100년 가까이
수타면 장인을 찾아서
밀레니얼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들떠 있던 2000년대가 시작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지금은 Ai와 로봇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그런 요즘 새로 시작되는 문화가 낯설지만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는 문화도 있어 아쉽기만 하다.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탕탕 도마를 치며 반죽을 몇 백 개의 갈래로 나누는 ‘수타면’이 그렇다. 옛날 선조들의 문화 유산이 무형 문화재로 전승되어 오듯 그렇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에 수타면 장인을 찾기로 했다. 먼저 취재에 나선 이들의 족적을 쫓아 조사를 하였는데 리스트업을 하고 전화를 걸면서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문을 닫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수타면을 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사장님께서는 소천(召天)하셨다는 소식도 전해 듣게
밀가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계 3분의 2 인구의 주식인 밀가루 밀가루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밥 신세로 오해 받고 있다. 수입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는 밀가루에 대한 각종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순수 자연식품인 밀가루에게 누가 누명을 씌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밀가루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 하나하나 제대로 알아보자. 밀은 이집트 문명, 그리스 로마 문명 등 서양의 1만년 문명의 원동력인 작물이다. 아시아의 쌀과 함께 세계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 5,000여 년 전부터 밀이나 밀가루를 먹어 왔다. 우리나라의 선조들도 귀하디 귀한 밀가루를 진가루라 부르며 고급 식재료로 사용했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라고
중화면의 원조(元祖) 우육면, 전쟁과 이민이 만든 한 그릇의 역사
네 발 달린 것 중에서 식탁 빼고 다 요리해 먹는다는 곳이 중국이라는 말도 있듯이 중국이 누구나 알고 있는 요리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의별 진귀한 음식 재료들을 사용하고 일품 요리를 만들어 내는 중국에서 소고기만큼은 딱히 떠오르는 대표 요리가 없다. 만약 있다면 소고기 국수인 란저우 소고기라몐 (蘭州 牛肉拉面) 바로 우육면 (牛肉麵)이다. 우육면은 소고기 육수와 국수 위에 얹은 소고기 편육을 일미로 꼽지만 오히려 면발로 더 유명했다고 한다. 란저우 소고기라몐 (蘭州 牛肉拉面)에서 ‘拉’은 중국어로 ‘라’로 발음되며 늘인다는 뜻이다. 한자어에서 뜻을 찾아보면 ‘치다, 때리다’는 뜻도 있다. 그리고, ‘늘리고 때린다’를 합쳐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타면’이 된다. 란저우 라몐의 면발은 점성이 높고 부드러우며 쫄깃하고 탄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