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dle Stories

수타면 장인을 찾아서

By |2025-04-18|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 , , |

밀레니얼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들떠 있던 2000년대가 시작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지금은 Ai와 로봇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그런 요즘 새로 시작되는 문화가 낯설지만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는 문화도 있어 아쉽기만 하다.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탕탕 도마를 치며 반죽을 몇 백 개의 갈래로 나누는 ‘수타면’이 그렇다. 옛날 선조들의 문화 유산이 무형 문화재로 전승되어 오듯 그렇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에 수타면 장인을 찾기로 했다. 먼저 취재에 나선 이들의 족적을 쫓아 조사를 하였는데 리스트업을 하고 전화를 걸면서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문을 닫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수타면을 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사장님께서는 소천(召天)하셨다는 소식도 전해 듣게

밀가루에 대한 오해와 진실

By |2025-04-18|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세계 3분의 2 인구의 주식인 밀가루 밀가루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밥 신세로 오해 받고 있다. 수입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는 밀가루에 대한 각종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순수 자연식품인 밀가루에게 누가 누명을 씌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밀가루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 하나하나 제대로 알아보자. 밀은 이집트 문명, 그리스 로마 문명 등 서양의 1만년 문명의 원동력인 작물이다. 아시아의 쌀과 함께 세계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 5,000여 년 전부터 밀이나 밀가루를 먹어 왔다. 우리나라의 선조들도 귀하디 귀한 밀가루를 진가루라 부르며 고급 식재료로 사용했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라고

중화면의 원조(元祖) 우육면, 전쟁과 이민이 만든 한 그릇의 역사

By |2025-04-18|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네 발 달린 것 중에서 식탁 빼고 다 요리해 먹는다는 곳이 중국이라는 말도 있듯이 중국이 누구나 알고 있는 요리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의별 진귀한 음식 재료들을 사용하고 일품 요리를 만들어 내는 중국에서 소고기만큼은 딱히 떠오르는 대표 요리가 없다. 만약 있다면 소고기 국수인 란저우 소고기라몐 (蘭州 牛肉拉面) 바로 우육면 (牛肉麵)이다. 우육면은 소고기 육수와 국수 위에 얹은 소고기 편육을 일미로 꼽지만 오히려 면발로 더 유명했다고 한다. 란저우 소고기라몐 (蘭州 牛肉拉面)에서 ‘拉’은 중국어로 ‘라’로 발음되며 늘인다는 뜻이다. 한자어에서 뜻을 찾아보면 ‘치다, 때리다’는 뜻도 있다. 그리고, ‘늘리고 때린다’를 합쳐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타면’이 된다. 란저우 라몐의 면발은 점성이 높고 부드러우며 쫄깃하고 탄력이

한반도 평정 5대 짬뽕 명가

By |2025-04-18|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 , , , , , , |

고춧가루를 사용하면서 짬뽕은 드디어 선명한 붉은빛과 강렬한 매운맛을 갖게 됐다. 육수 재료도 돼지뼈보다 가벼운 맛을 내는 닭뼈와 시원한 맛을 내려고 해산물을 사용하면서 ‘원조’인 나가사키 짬뽕과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신한 짬뽕은 비로소 전국적으로 세를 넓힌다. 그 속도와 파워가 폭발적이었다. 오랫동안 짜장면과 더불어 중식당 식사를 책임지던 ‘우동’을 순식간에 메뉴판에서 몰아냈다. 짬뽕은 한국 중식당에서만 볼 수 있었던 메뉴로, 일본 우동과는 전혀 관계 없다. 우동은 나가사키 짬뽕과 국물과 들어가는 재료가 같다. 하지만 재료를 기름에 볶은 다음 국물을 붓고 끓이는 짬뽕과 달리, 처음부터 국물에 넣고 끓인다는 점이 다르다. 볶지 않아 덜 기름지고 담백하다. 전국 중식당을 평정한 짬뽕은 지역별로도 맛이 분화했다.

일본과 한국의 짬뽕

By |2025-04-18|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뜨거운 김을 뿜으며 짬뽕이 등장했다. 그릇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부터 맡았다. 조심스레 국물 한 숟가락을 떠 맛을 봤다. 얼큰한 매운맛이 먼저 혀를 자극하더니,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어루만졌다. 바다와 갯벌, 흙과 농부의 땀이 입안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이 모든 맛을 중국식 프라이팬 웍(wok)의 무쇠가 그을려 낸 불맛이 감싸고 있었다. 짬뽕은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면 요리로 꼽힌다. 오래 고국을 떠난 이민자는 물론이고 잠시 외국에 나간 여행객도 얼큰하고 시원한 짬뽕 국물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킨다. 그 맛을 노래로 추앙하는 음악 밴드가 있을 정도다. 황신혜밴드는 히트곡 ‘짬뽕’에서 “바람 불어 외로운 날 우리 함께 짬뽕을 먹자”고 노래했다. ‘웃기는 짬뽕’ 같은 아이러니는 이토록 한국에서 대표적 중식 메뉴로

특별기고 : 면의 과학

By |2025-04-17|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

기다란 면의 과학 ‘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기다란 외형일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면을, 밀가루 따위로 반죽을 만들고 이를 손이나 기계로 ‘가늘고 길게’ 뽑아낸 식품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반죽을 가늘고 길게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문화권에서 기다란 면은 장수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기다란 면에는 이러한 상징성 외에도 ‘과학적인’ 여러 특징들 또한 발견된다. 가늘고 길면 좋은 이유 자연에서도 가늘고 길게 뽑아지는 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누에고치가 있는데, 나방의 일종인 누에는 입을 통해 가늘고 기다란 물질들을 배출해 스스로를 감싸 고치가 된다. 세포를 처음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한 17세기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은 현미경을 통해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운 맛, 그 옛날짜장면은 어디로 갔을까?

By |2025-04-17|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

어느 피아노 조율사의 짜장면 주유천하 피아노 조율사가 있다. 인천에 사는 조영권이라는 분이다. 전국을 누비며 피아노를 조율하고, 틈틈이 오래된 동네 중국집을 찾아다닌다. 그가 쓴 『중국집』은 출장길에서 만난 노포(老鋪)들 사연으로 가득하다. 피아노와 중식당, 뜻밖의 조합이지만 짭짤하게 잘 어울린다. 그의 책은 내 여행 필수품이다.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군산의 형제반점이 그중 하나다. 오래된 단층 슬라브 건물의 샤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1980년대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이 든다. 네 개의 식탁, 손글씨 메뉴판, 큼지막한 숫자의 달력, 세월을 말해주는 괘종시계와 선풍기…. 고슬고슬한 볶음밥 위에는 얇게 부친 계란지단이 곱게 덮여 나온다. 면은 적당히 쫄깃하고 제대로 볶아낸 간짜장은 나무랄 데 없다. 단무지와 양파에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나 김치는

왕육성 셰프의 칼판, 불판, 면판

By |2025-04-17|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3|Tags: , , , , , |

중화요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네모난 중식도, 그리고 불타오르는 웍이다. 도마위에서 춤추는 ‘칼의 연주’와 웅장한 화음이 되어 줄 ‘불의 화음’이 바로 중화요리다. 중화요리의 주방은 크게 3가지 판으로 구성되는데 먼저는 재료를 손질하며 요리의 시작을 알리는 칼판, 맛과 향을 입히며 요리를 마무리하는 불판, 그리고 각종 면과 딤섬, 만두를 담당하는 면판이다. 중식 주방은 칼판과 불판의 기싸움도 있었다. 옛날에는 칼판 출신 주방장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불판 출신 주방장이 대세가 된 것 같다. 면판은 수타면, 만두, 빵, 은사권, 딤섬 등 밀가루를 다루는데 요즘은 기계면을 사용하기도 하거니와 엄청나게 다양한 메뉴보다 코스요리를 내다 보니 그 힘이 많이 약해졌다. 무겁고 중후한 중식도 中食刀 주방 칼

우리동네 면국지

By |2024-12-16|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2|Tags: , , , , , , , , |

우리동네 면국지 면 요리를 좋아한다. 서정’면’이란 별명까지 얻은 적도 있다. 그러니 동네에서 면 요리 잘하는 집을 찾는 건, 집에서 가까운 마트나 병원을 알아두는 것만큼이나 필수적인 행위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철공소 골목이 집 주변을 감싸고 있다. 요즘 에야 철공소 사이사이 들어선 술집, 맛집, 카페들 덕에 ‘뜬 동네’가 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평범한 동네였다. 그 평범한 동네에 나름 자부할 만한 면 맛집이 있어 다행이다. 그중 세 곳에 대한 얘기를 풀어볼까 한다. 꼽고 보니 한국, 중국, 일본 면 요리가 하나 씩이다. 이름하여 ‘우리 동네 한중일 면국지’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한 면 요리는 내 기억에 칼국수다. 아버지가

중국에서 먹는 겨울면

By |2024-12-16|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2|Tags: , , , , , , , |

중국에서 먹는 겨울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된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손끝을 녹이고, 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 중 국수는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국수는 단순히 먹는 음식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 중국 사람들에게 국수 한 그릇은 따뜻함과 동시에 위로를 주는 음식이다. 북방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뜨끈한 국물, 허난성 농부들의 보양식, 쓰촨성의 얼얼한 매운맛은 각각의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한 그릇의 면요리에는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북방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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