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중국 간쑤성(甘肃省)과 칭하이성(青海省)의 경계에 위치한 중국 라지아(兰家)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가 발견되었다. 이 국수는 약 4,00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이 최초의 국수의 발생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 이곳이 중국에 편입된 것은 청나라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실크로드가 위치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경계다. 라지아의 국수는 그동안 밀=국수라는 등식에도 의문을 갖게 한 세계사적인 발굴이었다. 라지아의 국수는 기장, 특히 조(Foxtail Millet)와 수수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청동기 시대의 그 지역 사람들이 조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국수는 매우 얇고 섬세한 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직경은 약 0.3cm, 최대 길이는 50cm에 이른다.
국수 재료의 변천사
기장의 초기의 재배 증거 중 하나는 중국의 시산(磁山) 지역에서 약 10,300년에서 8,700년 전 사이 기간에 발견되었다. 또한, 기장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야주르베다(Yajurveda, 기원전 1200년에서 기원전 900년 사이로 추정) 경전에도 언급되어 있으며, 여러 종류의 기장이 인도 청동기 시대(기원전 4,500년경)부터 일반적으로 소비되었다. 메밀은 중국의 윈난 지역이나 티베트 지역에서 기원한것으로 추정된다. 기장보다 알이 크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기장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글루텐이 있는밀은 단단해서 가공이 어려워 메밀은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국수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쫄깃하고 탄력을 지닌 글루텐이 있는 유일한 곡물인 밀은 초기 단계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수의 근간이 되었다. 고고학적 기록에 따르면 밀은 처음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기원전 약 9,600년경 재배되기 시작했다. 밀은 여러 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초본 식물인 트리티쿰(Triticu) 속에 속하며, 가장 널리 재배되는 종은 일반 밀(T. aestivum)이다.
고대의 면 음식
밀의 발상지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에 대한 기록에서는 국수나 파스타와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찾기 어렵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발견된 요리법들은 주로 고기와 채소를 사용한 스튜와 빵 종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대 그리스 문헌에는 ‘이트리온(itrion)’이라고 불리는 밀가루와 물로 만든 음식이 언급되며, 로마 시대에는 ‘라가나(lagana)’라는 얇은 반죽 시트가 인기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밀은 간쑤(甘肃)성 톈수이(天水) 시샨핑(西山坪) 유적에서 나왔는데, 지금으로부터 4,600년 정도 전의 것이다. 주로 상대(商代, 기원전 1,600~1,046)에 쓰인 갑골문에는 밀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임을 증명하는 글자인 래(來)와 맥(麥)이 등장한다. 래(來)는 일반적으로 밀로, 맥은 보리로 해석된다. “밀의 현지화에 영향을 주는 더 큰 저항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식습관에서 온다.” 밀은 알곡이 단단해서 갈아 먹기가 쉽지 않다. 밀을 간 밀가루를 이용한 진정한 분식은 한대(기원전 206~서기 220)부터 시작되어 당나라에서 본격화된다.
중세 유럽의 국수
중세 유럽에서는 아랍의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에서 면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파스타가 개발되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파스타 기록으로는, 1154년 시칠리아의 타라민티아(Tralamminzia)나 트리아(Tria)라는 말이 그 지역의 아랍어 문서에 등장한다. 중세 초기에 국수는 주로 부유한 계층에서 선호나는 음식이었다, 국수는 종종 왕실이나 귀족의 연회에서 선보이는 고급 요리로 여겨졌고, 이는 국수가 당시에 비교적 비싼 재료를 사용한 복잡한 요리 과정을 거쳐야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수는 종교적 금식일에 육류를 대체하는 음식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그러나 국수를 의미하는 noodle 이란 단어는 비교적 늦은 1779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 (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나온다. 기원은 중세 독일어인 “nudel”이나 라틴어 “nodus”(뜻 : 매듭)에서 파생되었다고 추정된다. “nudel” 은 밀가루와 물(때로는 계란)을 섞어 만든 반죽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동아시아의 면
중국 북위(北魏) 시대의 제민요술(齊民要術)에는 수인병(水引餠)이 나오는데 오늘날의 수제비와 국수의 중간에 해당한다. 당시에는 밀로 만든 음식을 병(餠)으로불렀다. 남송(南宋) 시대의 ‘몽양록(夢陽錄)’에는 16가지 종류의 면이 기록되어 있는데 송나라 때부터 면(麵)이란 말이 ‘길다란 국수’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나라 초기에는 면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괘면(挂麵)이 등장하는데 오늘날의 소면(素麵)이다. 명나라에서는 면을 늘려 먹는 납면(拉麵) 같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면 제조법이 발달했다. 산시(山西) 지역에서는 도삭면(刀削麵)이라는 특별한 면이 만들어졌으며, 청나라 건륭(乾隆) 시대에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이부면(伊府麵)이 등장한다. 한국과 일본은 송나라 시기에 중국에서의 불교의 전래와 함께 면문화가 전해졌다. 한국은 메밀을 이용한 압출면(壓出麵)인 냉면과 밀 반죽을 썰어 먹는 칼국수가 일반화되었고, 일본은 중국의 선종(禪宗)과 함께 들어온 밀과 국수 문화가 12세기에 정착하고 이후 에도시대에 초기인 17세기에 맷돌이 대중화되면서 밀가루 면인 우동과 칼로 썰어 먹는 메밀 소바 문화가 유행하게된다.
라면과 인스턴트면과 새로운 흐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면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식품이 되었다. 특히 라멘, 파스타, 냉면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 면 요리들이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사랑받게 되었다. 라멘은 중국의 늘여서 먹는 란저우(蘭州)면을 기본으로 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일본에 온 중국인들에 의해 시작된 라멘은 초기에는 지나소바(支那そば, 중국식 소바)라고 불렸으며, 1945년 이후 먹을 게 부족한 일본인의 가장 중요한 음식이 된다. 1958년 닛신식품(日清食品)에서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멘인 ‘치킨 라멘’을 개발되면서 면의 대중화의 일등 공신이 된다. 최근들어서 면은 온난화와 신세대의 등장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있다. 국물이 없는 비빔면이 선호되고 있고 국물 있는 면은 뜨거운 국물보다는 차가운 국물면이 유행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매운 맛의 유행을 타고 매운 면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양의 밀가루 음식은 빵의 형태로 발전한 반면, 가늘고 긴 면은 동양의 음식 문화로 여겨진다. 도교의 영향으로 ‘길고 가는 것’(長瘦)은 ‘오래산다’(長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잔칫날 먹는 국수도 장수하고 복받으라는 의미다. ‘동안거’, ‘하안거’ 같은 오랜 수행이 끝나는 날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스님들이 미소가 저절로 난다는 ‘승소’(僧笑)란 별명도 붙었다. 그래서 한국인은 ‘누구를 대접하든지 국수 대접은 밥 대접보다 낫게 알았다.’
글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
한·중·일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서로 《음식강산 1, 2, 3》 《한식의 탄생》 《만두》등 다수가 있다. 《조선일보》에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음식의 계보> <박정배의 미식한담> 등을 연재했고, 《중앙일보》에 <박정배의 시사음식>을 연재하고 있다. KBS 1TV <밥상의 전설>과 <대식가들>, SBS PLUS <중화대반점>에 고정 패널로 넷플릭스 <한우 랩소디>, <냉면 랩소디>등에 자문 및 출연했다. <소고기의 모든 것> <국물연구회> <국수학교> <음식 글쓰기> 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