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동은
기후, 토양 등 밀이 생산되는 지역적 조건과 지역별 식문화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며,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명물로 선정된 우동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예로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동안 일본인들에게 가장 인정받고 사랑받는 명품 우동, 즉 일본의 5대 우동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동은 제조 공정이나 면발, 모양, 식감, 국물 맛 등이 지역마다 모두 다르고, 각각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 아키타현의 이나니와우동, 군마현의 미즈사와우동은 일본의 3대 우동으로 꼽힌다. 특히 사누키우동의 발상지이며 우동의 도시로 유명한 가가와현은 우동집만해도 500점포 이상 있으며, 우동 맛집을 순례하는 우동택시에, 일반 관광객들도 우동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우동학교도 있어서 혹시라도 이곳을 여행하실 기회가 있으면 꼭 현지의 사누키우동을 맛보고 체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으로 일본의 5대 우동을 살펴보자. 선정되는 우동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앞서 언급한 3대 우동에 아이치현의 기시멘, 나가사키현의 고토우동이 추가된다.
일본의 대표우동
사누키우동 讃岐うどん
헤이안시대 초기 조공 사절로 당나라에 파견되었던 홍법대사가 당나라의 제면 기술을 익혀 일본으로 돌아와서 우동을 처음 전파한 곳이 지금의 가가와현이고, 가가와의 옛 이름이 사누키다. 사누키 지역의 우동이 유명해진 것은 이곳이 강수량이 적고 일조시간이 길어서 건조한 기후에 강한 밀을 생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누키우동은 밀가루의 중량 대비 물 40% 이상, 소금 3% 이상을 넣고 면발을 쫄깃하게 하기 위하여 발로 밟아 반죽을 한다. 반죽한 후 2시간 이상 숙성시켜 면을 뽑는데 면발이 다른 우동면보다 굵고 식감이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사누키우동의 또 하나 특징은 주로 멸치를 우려내 국물 맛을 내고, 국물 없이도 먹는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건면
이나니와우동 稲庭うどん
이나니와우동은 아키타현 유자와시(湯沢市)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우동 제법과 달리 손으로 새끼를 꼬듯이 면을 빚는 테나이(手綯) 제법으로 만든다. 일본어 테나이의 테는 손을, 나이는 새끼 등을 꼬다라는 의미다. 테나이 제법으로 만든 우동면은 식감이 쫄깃하고, 면의 모양은 일반 우동면보다는 가늘고, 소면보다는 약간 굵고 납작하며 옅은 황색을 띈다. 반죽할 때는 반죽이 손이나 작업대에 들러붙지 않도록 덧가루를 묻히는데, 보통은 건면으로 유통되어 건면으로 삶는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나니와우동의 표준 제법은 에도시대 초기인 1665년에 확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생면
미즈사와우동 水沢うどん
미즈사와우동은 군마현 시부카와 시, 미즈사와 부근에 있는 미즈사와 사찰에서 참배객들을 위해 군마현의 질 좋은 밀가루와 미즈사와산의 약수, 그리고 적당량의 소금으로 면을 만들어 대접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약수와 소금을 넣은 밀가루를 발로 밟아 반죽한 후, 하루나 이틀 숙성시켜 자른 다음 햇볕에서 두 번 정도에 걸쳐 반건조시켜 면을 만든다. 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반죽할 때의 특징이고, 다른 우동 제조법보다 숙성 기간이 길어 면발이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는 것 또한 미즈사와우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건면
고토우동 五島うどん
고토우동은 나가사키현을 대표하는 건면 우동으로, 유입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당나라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은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건면을 만들 때처럼 테노베(手延)면 제법으로 만든다. 즉,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고 잘 반죽해, 완성된 반죽을 동백기름을 발라 꼬아가며 가늘게 만들어 ‘무로’라는 나무상자 안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반복한 후, 바람에 말려 건면을 만든다. 면의 두께는 지름 2㎜ 정도로 보통 우동보다는 소면에 가까운 가늘고 둥근 모양이고, 육수인 다시국물은 고토 근해에서 잡히는 날치를 구워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죽에 동백기름을 바르기 때문에 손에 잘 붙지 않아 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면발이 가는 편이지만 찰기가 강해 잘 끊어지지 않고 독특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고토우동은 보통 건면으로 생산해 유통되지만, 고토시 현지에서는 생면으로 생산 유통되기도 한다. 물에 우동면을 끓이면서 뜨끈뜨끈한 면을 그대로 간장에 찍어먹는 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생면
기시멘 きしめん
기시멘은 폭이 넓고 얇은 납작 우동으로 아이치현의 명물 우동이다. 기시멘에 관한 어원설로는 다음의 2가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꿩의 일본어 ‘기지’와 관련된 설로, 나고야의 영주 가문만이 먹던 면요리 중 하나로 꿩의 일본어 ‘기지’를 넣어 만드는 꿩면, 즉 ‘기지멘’ 이 있었는데, 서민들도 그 면을 먹고 싶어하자, 영주가 꿩이 아닌 유부를 넣어 먹으면 서민들이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여 유부를 넣은 키지멘이 ‘키시멘’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로는 지금의 와카야마현 전체와 미에현 남서부에 해당하는 에도시대의 기슈지역 관련 설인데, 기슈의 영주가 선물로 가져온 면을 나고야의 영주가 기슈멘이라고 불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름이 ‘기시멘’으로 변했다는 설이다.
기시멘의 면발은 다른 우동과 달리 두께 1~2㎜ 정도, 폭 1㎝ 이하, 보통은 7~8㎜ 정도의 얇고 넓적한 납작면으로 보통의 우동면에 비해 잘 끊어지기 때문에 삶는 시간이 짧고, 표면이 매끄럽고 반들반들하다는 특징이 있다. 삶은 면 위에 뜨거운 츠유를 붓고 유부나 닭고기 등을 넣은 다음, 파, 가다랑어포를 얹어서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현재는 꿩고기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한솥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