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는 면의 종류만 해도 350가지에 이른다. 그런데, 여기에 각 지방의 식재료와 함께 다양하게 발전해 온 소스까지 수 만가지로 변신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스타 요리!
대표적인 파스타 소스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지방마다 특색이 다른 파스타 요리와 그 배경 지식을 알고 나면 파스타를 고를 때 더욱 설레이지 않을까?
01. 토마토 소스
TOMATO SAUCE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미와 중앙아메리카로 16세기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중앙아메리카를 정복하면서 토마토를 유럽으로 가져갔고, 스페인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자와 파스타로 이탈리아가 유럽의 토마토 종주국처럼 되어 있다. 15세기에 토마토가 이탈리아에 전해졌지만 18~19세기에 이르러 소금과 바질 잎을 넣고 끓여 만든 토마토 소스를 파스타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독특한 모양의 토마토, 왼쪽부터 ‘쿠오레 디 부에’ ‘피에놀로‘ ‘산마르자노’ 순이다.
Pomo d’oro
01 뽀모도로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황금사과)를 의미한다. 토마토가 유럽에 처음 소개되엇었을 때 황금색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관상용으로 기르던 토마토를 요리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곳은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화산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며, 토마토 같은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제공한다. 또한, 지중해 기후의 영향을 받아 겨울은 온화하고 여름은 건조하며 햇볕이 충분해 토마토가 당분과 산을 적절하게 축적하도록 하여 맛이 더욱 진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나폴리 지역의 특산품인 ‘피에놀로’와 ‘산마르자노‘는 독특한 모양과 강렬한 맛으로 유명한데 신맛도 덜하다. 그런 이유로 나폴리에서는 토마토 소스가 유난히 발달했고, 뽀모도로 또한 나폴리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본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요리의 기초가 되는 소스로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고 월계수잎 등 향신료를 추가하여 토마토가 페이스트 상태가 될 때까지 볶아낸 것을 의미한다. 잘 어울리는 면은 특별히 따로 없다. 파스타의 모든 면이 뽀모도로와 어울린다고 보면 좋겠다.
※ 한편 뽀모도로와 유사한 마리나라 marinara 소스는 포모도로와 같이 토마토를 기반으로 하지만, 마늘과 허브의 맛을 더 강조하고 때로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재료를 사용하는 반면, 뽀모도로는 신선한 토마토의 맛을 중심으로 한 비교적 단순하고 신선한 특성을 지닌다.
Spaghetti all’ Pomodoro ; 메뉴의 담음새는 마리나라 소스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Bolognese
02 볼로네제
라구 소스의 일종으로, 북부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유래했다. 볼로냐 지역은 평지와 산악 지대가 혼재되어 있고 땅은 유기질이 많아 목초지가 풍부하다. 이로 인해 목축업이 발달된 지역으로 소고기는 물론, 돼지고기, 양고기, 가금류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고기와 토마토가 풍부하게 이용될 수 있었고, 이것이 볼로네제 라구 소스의 주요 재료로 활용되었다. 역사적으로 볼로네제 소스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인 영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고기와 토마토를 사용하여 풍부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전통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볼로네제’라는 말은 ‘볼로냐의~’ 란 뜻이니 “볼로네제 라구 소스”라는 말은 ‘볼로냐 지역 방식의 고기 기반 소스’라는 말이 된다. 볼로네제 소스에 잘 어울리는 면으로는 조금 넓고 납작한 면이 어울리는데 페투치네, 탈리아텔레, 파파르텔레 등이 있다.
Arabiata
03 아라비아따
아라비아따 소스는 토마토소스로 만든 스파게티지만 강렬한 매운 맛이 특징이다. 이태리어로 ‘화가 난, 분노의’ 라는 뜻이 있고 ‘맵다. 강렬하다’의 의미도 있다. 아라비아따 소스의 정확한 유래는 일반적으로 남부 이탈리아 지역에서 발전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시칠리아 지역이 이 소스의 유래지로 알려져 있는데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중해의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가 풍부한 지역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아라비아따 소스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하여 이탈리아 요리 문화에 이 소스가 발전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라비아따 소스의 유래지로는 주로 시칠리아 지역이 지목되고 있다. 아라바아따는 모든 면에 잘 어울리는 소스이나 구멍이 뚫린 펜네, 리가토니 등이 잘 어울린다.
Amatriciana
04 아마트리치아나
토마토를 주 재료로 해서 관찰레라고 하는 햄과 페코리노 치즈, 마늘이 들어간 꽤 전통적인 로마식 토마토 소스다. 아마트리치아나 소스는 이탈리아의 중부지역인라치오(Lazio) 주에 위치한 아마트리체(Amatrìce)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래되었다. 아마트리치아 소스는 이 지역의 전통적인 소스 중 하나다. 토마토, 양파, 페퍼, 올리브 오일, 그라나 파다노 치즈 등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소스로, 특히 스파게티와 함께 많이 즐겨 먹는다. 이 소스는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사랑받고 있으며, 전통적인 이탈리아 요리의 한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트리치아나 소스는 구멍이 뚫린 펜네, 리가토니, 부가토니 등이 잘 어울리고, 푸실리, 스파게티 면에도 잘 어울린다. 소스를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02. 오일 소스
OIL SAUCE
이탈리아 요리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올리브오일은 그 자체로도 맛이 좋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될 때 재료의 맛을 향상시킬 수 있어, 이탈리아 요리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건강한 지중해 식단의 주재료 올리브 오일 베이스의 대표적인 소스 3가지를 살펴보자.
올리브 나무만 약 5억 그루가 있는 유럽은 전 세계 생산량의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총 185,000,000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2위의 올리브 나무 보유국이다.
Spaghetti alla aglio e olio
Aglio e Olio
01 알리오 올리오
정확한 명칭은 알리오 에 올리오 Aglio e Olio 직역하면 ‘Garlic and Olive oil(마늘과 올리브유)’이다. 아브루초 지역에서 시작된 요리로 원래 값비싼 재료에 접근할 수 없었던 이탈리아 농민들은 그들의 정원과 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마늘과 올리브유 2가지 재료가 포함된 것이다. 마늘을 편 썰거나 다진 것을 올리브유에 볶아 향을 우려내고, 이에 면수를 더해 유화 (乳化, emulsion)시킨 소스를 면에 버무려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많이 유명해진 메뉴. 일부 레스토랑에서 많은 재료를 섞어서 판매하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게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 올리브유, 소금, 페퍼론치노“ 외에 다른 재료들이 들어간다고 하면 치즈 정도일 것이다. 알리오 올리오에 어울리는 면은 주로 스파게티이며, 스파게티 보다 조금 더 얇은 페델리니 Fedelini도 잘 어울리는 파스타 면의 종류이다.
Vongole
02 봉골레
봉골레는 조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조개 국물을 기본으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인기 메뉴다. 봉골레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항구 도시인 베네치아에서 스파게티 면과 치즈에 싫증을 느낀 어부들이 바지락, 모시조개, 백합 등 신선한 조개를 넣어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파는 봉골레 파스타에는 모시조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본고장인 베네치아에서는 아무 조개나 다 사용한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봉골레를 주문하면 가게마다 다른 조개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흔히 먹는 조개 중에서 봉골레 파스타에 어울리는 조개는 모시조개, 바지락, 백합, 홍합, 동죽, 꼬막, 굴 등이 있다. 국물이 시원한 가리비도 좋은 재료가 된다. 보통 굴과 가리비를 제외하면 조개의 껍질이 있어 화이트 와인과 같이 소스를 만드는 것이 정통이다. 봉골레와 잘 어울리는 면은 스파게티나 링귀니 면이다. 봉골레 소스가 면에 잘 베이고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며 페투치니나 파파르텔레도 사용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스파게티가 많이 사용된다.
Spaghetti alle vongole
Basil Pesto
Basil Pesto
03 바질 페스토
페스토는 영어의 Paste 즉 ‘빻다’라는 어원을 가진다. 바질 페스토는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지역을 얘기할 때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리구리아 지역의 해풍을 맞으며 자란 바질은 한국의 포항초 시금치처럼 이 지역의 특산품 중 하나다. 그렇듯 자연스럽게 바질을 이용한 여러 요리들이 탄생했는데 바질 페스토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바질 페스토는 대리석으로 만든 절구에 바질과 올리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페코르노 사로도(사르데냐 페코리노 치즈), 잣, 마늘을 넣고 빻아서 만든다. 대리석 절구를 사용하게 된 배경은 리구리아 지역에서 대리석이 채굴되기 때문이다. 페스토 제노베제 혹은 페스토 알라 제노베제로 불리는 파스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질 페스토 파스타이다. 페스토 파스타는 후라이팬에서 볶거나 익혀 먹지 말아야 한다. 면을 삶고 난 후 비가열된 페스토를 섞어서 비비는 것이 맞다. 바질 페스토 소스에 어울리는 파스타 면은 트로피에(Trofie), 스파게티(Spaghetti), 펜네(Penne), 리가토니(Rigatoni)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작고 꼬불꼬불한 모양의 트로피에 면은 모양이 소스를 잘 잡아내 입안 가득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어 페스토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리구리아 지방에서 제공되는 전통적인 조합이다.
03. 크림 소스
CREAM SAUCE
치즈나 우유 또는 크림을 넣어 하얀 소스로 만든 것을 통칭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림소스 파스타와는 달리 이탈리아의 크림소스는 절인 돼지고기인 판체타와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로만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우유나 크림 같은 재료를 섞지 않는 것이다.
Carbonara
01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 소스는 기본적으로 계란, 파르미잔 치즈, 파슬리, 후추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 종종 파채를 더하여 풍미를 더하는데 이러한 재료들이 로마와 라치오 주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이 지역에서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발전되었을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원래 레시피는 관찰레(이탈리안 베이컨)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만 사용하거나 파르미지아노와 레지아노 치즈를 일정 비율로 섞어 쓴다. 관찰레는 편의상 판체타로 대체하기도 한다. 사실 양젖 치즈인 페코리노 로마노와 염장육인 관찰레를 쓴 카르보나라 대신 우리나라에서 파마산 치즈 가루와 베이컨으로 대체한 경우와는 맛이 많이 다르다. 베이컨 등 대체 재료를 쓰는 레시피는 아메리칸 카르보나라라고 하여 정통 이탈리안 레시피가 아니라고 보면 된다. 까르보나라 소스와 잘 어울리는 면으로는 스파게티나 페투치니가 주로 사용된다. 이 두 종류의 파스타 면은 소스를 잘 달라붙게 하고, 크리미한 소스의 풍미를 잘 살려준다. 또한, 리가토니(Rigatoni)나 파파르델레(Pappardelle)와 같이 크기가 크고 질감이 있는 파스타 면도 잘 어울린다.
Tagliatelle alla Carbonara
Fettuccine al Alfredo
Alfredo
02 알프레도
알프레도 소스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알프레도 파스타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탈리아식 파스타 요리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래의 알프레도 소스는 20세기 초 로마의 한 식당에서 알프레도 디 렐리오에 의해 만들어졌다. 레시피는 매우 간단했으며, 오직 버터와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만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출산으로 입맛을 잃은 아내를 위해 만들었는데 아내가 입맛을 되찾았고 알프레도의 식당에도 메뉴를 판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스는 이탈리아에서는 유명하지 않고 미국에서 인기를 굉장히 많이 얻었다. 영화배우 더글라스 페어뱅크와 메리 픽포드가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이 파스타를 먹고 반해 레시피를 배워서 할리우드에 전파하기 시작했던 것. 이 요리가 북미로 건너가면서 헤비 크림이 추가되는 등 레시피가 크게 변형되었고 이러한 변형은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전통적인 이탈리아 요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알프레도 소스와 함께 사용되는 파스타 면은 주로 파파르델레 (Pappardelle)이다. 넓고 폭이 좀 있는 면으로, 크리미한 소스를 잘 감싸준다. 펜네(Penne)나 피오레(Piore) 같이 중간 크기의 면도 알프레도 소스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