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dle Places
체부동 잔치집
“물가 상승이 멈춘 듯 고요한 잔칫집, 푸짐한 국수 한 그릇이 4000원이다”
등산복을 입고 오는 삼삼오오 단체 팀 데이트 하는 커플 가족들의 모임…
모여드는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모두 하는 말은 똑같다. “가성비 끝내준다!”
하지만 가성비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독특한 풍미가 남다르다.
긴 줄 마다 않고 기다려서 먹을 만한 이유가 있는 집, 체부동 잔칫집이다.
체부동 잔칫집은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파리바게뜨를 바라보고 좌회전하면 바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걸어서 100미터쯤 가다 보면 긴 줄이 눈에 띄고 그 앞이 바로 잔칫집이다. 간판 외관 내부 모두 노포의 포스가 남다르게 풍겨 나온다.
이미 검색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을 메뉴판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는 기쁨…바로 가격이다. 요즘 같은 물가에 잔치국수 한 그릇이 4000원! 곱빼기는 5000원이다.
다른 메뉴의 가격을 보아도 착하다 착해. 우리는 들깨 칼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기본으로 시키고 메밀전병과 해물파전을 곁들였다. 차례대로 등장하는 메뉴들…
가장 먼저 메밀전병이 나왔다. 전을 굽는 사진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메뉴가 바로 전병이다. 김치소를 가운데 넣고 돌돌 말았는데 그 도톰하고 진한 메밀반죽이 그윽하고 폭신하다. 이 맛은 강원도 봉평의 메밀 전문집보다 맞다는 어르신의 평이 나올 정도로 찐이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가 차례로 나오는데 다시 한 번 가격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온다. 뭔가 독특한 풍미가 있는 향신료 냄새가 입맛을 돋우는데 함께 하신 어르신 말씀으로는 제피가 들어있는 것 같다 라고 하신다. 넉넉한 양, 보기에도 좋은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는 하나를 고를 수 없는 햄릿메뉴가 아닐까?
들깨칼국수는 칼국수 익는 시간이 있어서 다른 국수류보다 조금 오래 걸린다. 주인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이 메뉴가 이 집의 “조용필” 메뉴라고 하신다. 그래서 늦게 나온다고…^^ 꾸덕하고 진한 국물이 고소하고 일품이다. 오래 끓인 만큼 국물이 베어 있는 면발은 후루룩 후루룩 잘도 넘어간다. 입에서 국수 잔치가 벌어졌다.
전을 부치는 잔칫집의 주방, 맨 앞에 있는 메뉴가 바로 메밀전병이다. ⓒ “썩이”의 좌충우돌 청춘 인생기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면이 얇고 쫄깃하다
체부동 잔칫집의 들깨칼국수, 면발은 직접 반죽해서 밀고 썰어 만든다
해물파전은 계란물 입혀서 구워 낸 맛이 바삭바삭 바사삭이다. 끝까지 맛있는 파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그래 이게 바로 잔칫집이지. 마냥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는 그 집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 같다.
적어도 4명이서 함께 가면 이 집의 메뉴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꼭 4인 이상 함께 가시기를 권해드린다.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골고루 마음껏 즐겨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니 돌아 오는 발길도 신난다.
경복궁, 통인시장, 서촌을 간다면… 인왕산이나 북한산 등반을 계획한다면 체부동 잔칫집을 코스로 짜보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서 라도 꼭 한 번 들려보면 좋을 맛집이다. 많은 블로거들과 맛집 소개 책자에 등장하는 이유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