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면식 발달사 : 송대에서 청대까지
위키피디아는 물론이고 중국의 여러 백과 사전은 중국의 면 종류를 1,200종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6,000년이 넘는 장대한 국수 역사를 지녔지만 면(麵, 국수)이란 말과 지금 형태의 국수 문화는 송나라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전에 중국의 분식은 서역의 분식을 칭하는 삥(bing, 餅)으로 불렸다. 병이 밀가루 음식의 대명사이던 시절에 국수는 ‘국물 속에 든 병’이란 뜻의 탕병(湯餅)으로 지칭했다. 하지만 송대에 이르러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자 주로 국수를 지칭하는 면(麵)이란 단어가 사용되면서 중국식 국수가 완성되었고 송나라는 중국 국수의 진정한 출발점이 된다.
중국 서부 감숙성(甘肅省)의 돈황(敦煌)시 남동쪽 외곽에 위치한 석굴에서 발견된 고문서인 돈황문서(燉煌文書)에 나오는 삥(bing, 餅)의 그림이다. 중국의 국수 문화는 송나라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서역의 분식을 칭하는 삥(bing, 餅)으로 불렸다.
중국식 국수의 진정한 출발점 송나라
남송 (南宋, 1127∼1279). 시기 이전까지 장강(長江) 이남의 남방 사람들은 두가지 이유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았다. 첫째, 밀가루 음식이 남방인의 주식인 쌀에 비해 너무 거칠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밀에 독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송 시대의 농서 쇄쇄록(瑣碎錄)에는 ‘서리와 눈이 없는 남방의 밀에는 독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밀 독은 무를 함께 먹으면 사라진다고 믿었다. 한국의 메밀 독성설, 무 해독설과 매우 유사하다.
북송(北宋, 960년 ~ 1127년) 이 망한 후 왕족과 귀족을 포함한 3,000만명에 이르는 남방으로의 인구의 대이동이 진행된다. 이후 남방과 북방의 음식 문화가 결합되면서 남송은 진정한 중국 음식 문화의 완성기가 되는 것이다. 그 중심에 면식인 국수와 만두, 교자가 자리한다.
송나라는 상업과 도시 문화가 크게 발전한 시기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었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생겨난다. 당나라 때 금지되었던 야간 식당 영업 금지의 해제도 영향을 미친다. 거기에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곡물 생산이 증가하였고, 이는 국수와 같은 면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의 공급을 안정을 가져온다. 게다가 남송은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이 전파되었고, 이는 국수 요리의 다양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되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져 송대에는 국수가 궁중에서부터 민간까지 성행하게 된다. 남송대에 편찬된 송회요집고(宋會要輯稿)·어주(御廚) 편에는 ‘송나라 황제가 아침으로 사계면(絲雞麺), 삼선면(三鮮麺) 、자료소하면(子料澆蝦麺)、어동피면(魚桐皮麺)、염전면(鹽煎麪)、순발육면(筍潑肉麺), 초계면(炒雞麺)등 다양한 면요리를 먹은 기록이 남아있다.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 、몽양록(夢粱錄)、무림구사(武林舊事)、산가청공(山家清供) 같은 책에는 100여종에 이르는 면식이 기록되어 있다. 따뜻한 국물면은 물론이고 차갑게 비벼 먹는 냉도(冷陶)같은 면식과 고기 토핑을 얹어 먹는 삽육면(插肉麵)、소두면(澆頭麺)등도 만들어지는 등 국수의 전성기를 맞는다.
원대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의 면식은 송대의 것을 전승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원나라의 음식을 기록한 음선정요(飲膳正要, 1330)에 건면을 뜻하는 괘면(掛麪)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당나라 때 쓰인 돈항문서에 괘면의 다른 이름인 수면(須麺)이 나오기 때문에 당나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긴다. 괘면은 보관이 용이하고 해서 이동할 때 먹을 수 있는 탓에 국수 문화 보급에 기여한다. 원대의 종합 백과사전인 거가필용사류전집(居家必用事類全集) 에는 국수를 뜻하는 습면식품(濕麵 食品)이 14가지 등장한다. 오늘날 소면에 해당하는 색면(索麵)이나 칼국수에 해당하는 경대면(經 帶麵), 수제비의 일종인 산약발어(山藥撥魚) 만두국에 들어가는 혼돈피(餛飩皮)등이 나온다. 거가필용사류전집의 제작법을 보면 면에 기름을 발라 늘이는 소면 기법에 지금 중국면의 기본이 된 가성 소다에 해당하는 간수(喊)도 사용하고 있다.
원나라의 음식을 기록한 음선정요(飲膳正要, 1330)
명대
밀의 도정과 반죽, 첨가 기술의 발달로 명나라때는 지금 지금 중국면을 대표하는 늘이는 면인 납면(拉麵)이 등장한다. 1504년 송후(宋詡)가 쓴 《송씨양생북(宋氏養生部)에 ‘늘인 면’이란 의미의 차면(撦麵)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후 차면은 납면(拉麵)으로 이름이 바뀌고 한국에서는 짜장면 같은 중국면의 기본으로 일본에서는 라멘으로 발전하게 된다.
청대
청대의 면은 더욱 다양화 되고 세련되어 진다. 특히 밀가루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 먹는 문화가 등장한다. 계란을 넣어 반죽한 뒤 튀겨먹는 이부면(伊府麵)이 등장한다. 물 대신에 계란이나 오리의 노른자를 반죽으로 사용한 뒤 기름에 튀긴 이부면은 중국의 남부 특히 광동면의 특징이 된다. 기름에 튀긴 이부면은 보관이 용이하고 소스를 잘 받아들인 현대의 인스턴트면의 전형이 된다. 청대에는 이부면 이외에도 고급스런 면이 발전하게 되는데 한정우기(閒情偶寄, 1671) 란 책에 각각 5종과 8종의 동식물 원료를 고운 가루를 면에 섞어 만든 최상급 국수인 오향면(五香麵)”、팔진면(八珍麵)이 등장한다.
글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
한·중·일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서로 《음식강산 1, 2, 3》 《한식의 탄생》 《만두》 등 다수가 있다.
《조선일보》에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음식의 계보> <박정배의 미식한담> 등을 연재했고, 《중앙일보》에 <박정배의 시사음식>을 연재하고 있다. KBS 1TV <밥상의 전설>과 <대식가들>, SBS PLUS <중화대반점>에 고정 패널로 넷플릭스 <한우 랩소디>, <냉면 랩소디>등에 자문 및 출연했다. <소고기의 모든 것><국물연구회><국수학교><음식 글쓰기> 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