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은 전 세계로 퍼져 이제는 독특한 현지 문화로 자리잡고 있어 각 나라별 중국 요리를 각양각색 다르게 맛볼 수 있다. 중국 이민자들이 현지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면서 세계인들이 즐기고 있는 중국 요리, 그 중에서도 면은 어떨까? 일본의 라멘과 우리나라의 짜장면은 중국에서 먹는 그 맛과 요리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진 독특한 맛의 세계이다.
중국의 도시사를 전문으로 하는 역사 연구자 이와마 가츠히로에 따르면 중국 바깥으로 퍼져 나간 중국요리의 현지화 정도는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주로 화인 華人들이 현지국에서 현지의 원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가능한 한 고향의 맛에 가깝게 전통을 지키며 본 고장의 맛을 지향하는 중국 지방 요리(광둥, 산둥 요리 등)이다.
둘째는 현지국에서 현지화 된 중국요리로, 중국 본토에는 없는 중국요리이다. 중국 식재료를 말레이·인도네시아의 향신료와 조리법으로 조리하는 동남아 요리와 ‘흡수이’와 같은 미국식 중국요리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셋째는 중국요리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현지국의 요리이다. 일본의 라멘이나 교자, 한국의 짜장면, 베트남의 퍼, 태국의 팟타이, 싱가포르의 하이난 치킨라이스,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 페루의 로모 살타도 등이 각국의 국민 음식이 되었다.
그에 따르면 중국요리는 첫째, 둘째→ 셋째순으로 ‘현지화’의 정도를 높여가며 현지의 식문화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요리는 오늘날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요리의 조리법이다. 200°C~300 °C의 기름으로 볶거나 튀기고 조미료나 향신료를 통해 외부적으로 맛을 주입하는 중국요리는 미지의 현지 식재료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조리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계 이민자의 수많은 인구와 오랜 역사이다. 19세기 이후 많은 중국인이 국외로 떠난 후 먼저 이민한 동족과 동향자들을 연고로 하여 연쇄 이민이 늘어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럼, 각 나라에서 현지화 된 면 요리를 나라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1. 미국의 로메인 Lo Mein
“로 메인”은 미국에서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민하면서 전통적인 중국 요리를 현지 식재료와 맛에 맞게 변형하여 만든 요리 중 하나다. 이민자들이 중국의 전통적인 요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고, 현지 식재료와 맛에 맞게 조리하면서 “로 메인”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면과 다양한 채소, 고기 또는 해산물을 볶아 양념을 넣어 만든 요리로, 중국의 치사오미엔 (炒麵)과 비슷하다. “로 메인”은 주로 중국의 미엔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데 중국식 가늘고 부드러운 면이다. 중국의 미엔은 전통적으로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들고, 손으로 끊어내거나 뽑아내어 만들어지는데 미국에서는 미엔이 대부분 상업적인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생산된다.
중국의 미엔은 주로 스프 또는 국물요리에 사용되는 반면 미국의 미엔은 주로 볶음 요리에 사용되어 면과 함께 볶아 먹는다. “로 메인(Lo Mein)”의 이름은 중국어 “撈麵 (lāo miàn)”에서 영감을 받았다. “撈 (lāo)”는 중국어로 “젓다”라는 뜻이며, “麵 (miàn)”은 “면”을 의미하는데 “로 메인(Lo Mein)”은 중국어에서 영향을 받은 미국식 발음으로, 면을 젓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가끔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설픈 젓가락질로 힘들지만 즐겁게 먹는 중국식 볶음면이 바로 “로 메인”이다.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하여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즐긴다.
중국의 치사오미엔과 비슷한 미국의 “로메인(Lo Mein)”
2. 호주식 차우민 (Australian Chow Mein)
호주는 1973년 다문화주의 정책이 도입되어 화인 華人 즉 중국계 조직이 활성화되면서 ‘호주 미각의 아시아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요리는 중국의 차우멘(Chow Mein 炒面)에서 영감을 받아 호주식으로 변형되어 현지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호주식 차우민은 일반적으로 면과 채소, 고기 또는 해산물을 볶아서 만들어지며, 다양한 소스로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호주에서는 중국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당에서 호주식 차우민을 맛볼 수 있으며, 중국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중식 요리점에서도 인기가 있다. 차우민은 대부분의 경우 비건면 (Veggie Chow Mein)으로 준비되는데 면, 채소 및 기타 재료로 만든 채식주의자용 버전이다. 그러나 고기나 해산물을 추가하여 비건이 아닌 차우민도 주문할 수 있다.
중국 본토의 차우민은 주로 중국의 지역적인 특색에 맞는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고 호주의 차우민은 호주 현지의 재료와 맛에 맞추어 현지화 된 요리다. 맛과 텍스처가 중국 본토의 차우민과 달리 호주인의 입맛에 맞게 조정되었을 수 있으며, 종종 더 달고 덜 매운 소스가 사용된다. 볶음면 형태로 국물이 없다.
주로 채소를 이용해 볶은 “호주식 차우민 (Australian Chow Mein)”
3. 일본의 라멘 (Japanese Ramen)
1928년 도쿄 우에노에 자리한 스이쇼카쿠의 일본인 조리장 요시다 세이이치가 펴낸 “맛있고 경제적인 지나 요리 조리법美味L<經濟的支那料理(博文館)”은 일본의 요리서로서는 최초로 ‘라멘拉麺’을 싣고 있다. 밀가루에 함수 (鹹水, 염분이 들어 있는 물)를 더해 손으로 밀어 만드는 ‘라멘’은 명·청 시대에 산둥성에서 발전하여 서방과 남방으로 퍼졌다고 여겨진다. 단, 일본어 ‘라멘 ラーメン’은 이 산둥식 ‘라멘拉麺’이 아닌 광둥의 가느다란 국수인 ‘라우민柳麺’을 어원으로 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아가 삿포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부터 일찌감치 ‘시나소바’보다 ‘라멘’이라는 호칭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922년에 홋카이도 대학 정문 앞에 ‘다케야’라는 식당을 연 오쿠 지쿠 다쓰 부부는 어느 유학생의 소개로 오 분사이를 맞아들여 식당 이름을 ‘지나 요리 다케야’로 고쳤다.
다케야에서는 실처럼 가늘게 썰어 기름에 튀긴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러우쓰몐 肉絲麺’이 가장 인기였다. 그런데 손님들은 이를 ‘잔료리’ 등 중국인을 모멸하는 말로 주문했다. 차마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 오쿠 다쓰가 고안했다고 전해지는 것이 바로 ‘라멘’으로, 일본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라멘’의 용례다. 다케야의 ‘라멘’은 ‘라 拉’(잡아 늘이다)가 아니라 ‘하오러 好了'(‘다 되었습니다’)의 ‘러了’에서 온 말이었다.
‘라멘’이라는 명칭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1958년 닛신(日淸) 식품이 발매한 인스턴트 국수 ‘치킨라멘キンラーメン’이 폭발적 매출을 기록한 뒤의 일이다. 그 무렵 보급된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인스턴트 라멘’이 빈번히 선전되면서 ‘라멘’이라는 명칭이 퍼져 나갔다. 원래 라멘은 중화 요릿집 메뉴 중 하나이거나 교자 가게에서 교자에 곁들여 먹는 음식에 불과했지만, 1960년대 무렵부터는 전국에 라멘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 라멘의 대표적인 메뉴 돈코츠 라멘
4. 싱가폴 차우쿼테이오 (Singapore Chow Kway Teow)
싱가폴 중식 요리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요리 스타일이 혼합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싱가폴은 다문화 사회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유럽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싱가폴 중식은 다양한 지역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스타일과 맛을 보여준다. 대체로 매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며 고추, 고추장, 캄푸렁(Chilli Paste) 등의 양념을 많이 사용하여 매콤한 맛을 즐긴다. 바다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가 풍부하다. 새우, 조개, 오징어 등의 해산물을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며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고기도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중식 면 요리 차우쿼테이오(Chow Kway Teow)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매우 인기 있는 볶음 요리다. 이 요리는 중국에서 “호패우(河粉)”라 불리는 넓은 쌀국수와 싱가포르식 완두콩 수염, 새우, 조개 등의 해산물과 고기를 볶아내어 만든다. 고추, 간장, 마늘, 소금 등으로 양념하여 매콤하고 짭짤하며, 싱싱한 야채와 새콤달콤한 캄푸렁(Chilli Paste)을 곁들여 먹는다. 길거리 음식점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곳에서 싱가포르 차우쿼테이오를 맛볼 수 있다.
쌀국수와 중국식 소스가 만나 독특한 싱가폴 면 요리
싱가폴 차우쿼테이오 (Singapore Chow Kway Teow)
5. 한국의 짜장면
짜장면은 중국어로 자지앙미엔 (Zhajiangmian, 炸醬麵)이라고 표기하며, 장(醬)을 볶아 면과 함께 먹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야채와 돼지고기를 넣고 식용유와 중국 된장(춘장)으로 볶은 양념을 국수와 비벼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짜장면을 소개할 정도로 중국이 고향이지만 한국에서 독창적으로 발전한 면 요리가 바로 짜장면이다. 중국의 자장몐은 한국 짜장면과 확실히 다르다. 심지어 중국인들이 한국 짜장면을 배워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짜장면이 한국에 전해진 시기는1883년 당시 제물포였던 인천이 개항을 하고, 1884년 청나라가 인천에 조계지를 만들어 청나라 사람들이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였을 것이다. 주로 산둥 출신들이 서해를 건너와 제물포에 정착하면서 점포를 열었다. 당시 청요릿집은 비교적 값비싼 외국요리를 파는 고급 외국 레스토랑이었다. 반면 짜장면은 기본적으로 막노동자들 혹은 농민이나 상인들이 대충 한 끼를 때우는 막국수의 한 종류였다.
짜장면이 외식문화의 대표적 음식,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 받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로 짐작된다. ‘사자표 춘장’이라는 짜장면 춘장의 등장과 미국의 밀가루 원조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48년 ‘영화장유’라는 식품회사를 차린 산둥 출신 화교 왕송산이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을 위해 중국 춘장에 설탕을 가열해 만든 캐러멜을 혼합했다. 때마침 쏟아져 나온 값싼 밀가루와 춘장이 만나 짜장면으로 대중화됐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자장몐과 완전히 다른 색, 다른 맛으로 변신하여
한국의 대표 면 요리가 된 한국식 짜장면
참고문헌
- 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 지음)
- 음식이 상식이다 (윤덕노 지음)
- 음식을 공부합니다 (주영하 지음)
- 종횡무진 밥상 견문록 (윤덕노 지음)
- 한국 중화요리의 탄생 (주희풍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