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로 면麵요리를 든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동일 것이다. 우동 이외에 소바, 라멘도 잘 알려져 있으며, 하나 더 덧붙이면 소면(소멘)을 들 수 있다. 우동도 스시나 덴푸라처럼 일본이 원조가 아니며 소바, 라멘, 소면 역시 중국에서 유래된 외래 음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면麵요리는 원조인 중국의 면요리와 전혀 다른 일본화된 음식으로 변화 발전해 지금은 일본의 대표 요리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일본의 면 역사는 소면, 즉 소멘이 가장 오래되었고, 이후 우동, 소바, 라멘 순서로 시작되었다.
우동의 기원으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다음 두 가지가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본 최초의 면이라 할 수 있는 소면이 발전하여 우동이 탄생했다는 설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면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당나라의 면 사쿠베이(索餅)이다. 여기서 ‘사쿠’는 밧줄이나 새끼줄을, ‘베이’는 떡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사쿠베이는 밀가루와 쌀가루에 물을 넣고 함께 반죽한 후, 소금을 첨가해 새끼줄처럼 꼬아 가늘고 길게 늘인 면으로 생김새는 우리나라 꽈배기를 축소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쿠베이는 다른 말로는 생김새가 새끼줄 모양으로 꼬아 놓은 모양인 데다가, 밀가루 음식이라서 이러한 의미를 갖는 단어인 무기나와(麦縄)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기서 ‘무기’는 보리나 밀을, ‘나와’는 새끼, 줄을 나타내는 일본어다. 사쿠베이의 면을 가늘고 길게 늘인 것은 장대 등에 걸어서 건조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인데 이러한 건조 과정을 거쳐 지금의 건 乾소면처럼 항상 먹을 수 있는 보존성 높은 식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쿠베이는 일본 나라시대에 당나라로 파견되었던 일본사절단이 들여왔다. 이후 중국의 남송시대에 중국에서 돌아온 일본 유학승들에 의해 사쿠베이에서 한 단계 발전한 제면 방식이 가마쿠라시대 나라현 사쿠라이시 미와라는 곳에 제일 먼저 전해지면서, 이곳이 일본 소면의 발상지가 되었다. 이때 들여온 제면 방식이 좀 더 가는 면을 뽑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끈과 같은 형태의 면으로 빚은 후, 면 표면에 기름을 발라 손으로 비벼가면서 늘리는 테노베(手延) 소면 제법이었다고 한다. 이후 무로마치시대에 맷돌 등의 제분 도구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쿠베이는 하얗다는 의미의 흴 소(素)라는 한자와 밀가루 면(麵)이라는 한자가 합쳐진 말인 소면(素麺)으로 발전했는데, 이것이 일본 면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고, 또한 이러한 테노베 소면 제법의 기술이 변화 발전했다. 이러한 소면의 제법 기술이 발전해 오늘날의 일본 소면 제법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소면은 먹는 방법에 따라 냉소면과 온소면 등으로 분류되었고, 그 중 온소면이 우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에도시대에는 우동집이 생겨나, 서민들도 우동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에도시대 초창기에는 면을 파는 가게라 하면 우동집이 주류여서 소바도 우동집에서 팔았다고 한다. 그 당시 소바의 소비는 지금의 야마나시현이나 나가노현 등지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후 1657년 에도성까지도 타버린 메이레키 대화재 등과 같이 크고 작은 화재가 잦아, 이로 인해 복구, 재개발 공사가 많았던 에도로, 야마나시현이나 나가노현을 비롯한 전국의 목수 등 많은 일꾼들이 몰려들면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소바의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에도 중기에는 그 이전까지 면류의 대표 주자였던 우동이 소바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에도, 즉 도쿄하면 소바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또 다른 두 번째
우동의 기원설은, 헤이안시대 가가와현(香川県) 사누키에서 태어난 승려 홍법대사가 804년 조공 사절로 중국 당나라에 파견되어 갔을 때 사찰에서 먹던 온돈(饂飩)의 요리법을 배워, 고향 사누키로 돌아온 후, 면요리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본 우동의 시초라는 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사누키가 일본 우동의 발상지라는 설인데 당시 온돈은 지금과 같은 면이 아니고, 밀가루에 적당량의 물과 약간의 소금을 넣어 치댄 반죽을 경단 모양으로 만든 다음, 손으로 얇게 펴고 늘려 삶은 것으로, 모양은 만두피와 비슷했다고 한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우동면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가가와현의 사누키 지역은 예로부터 일본에서 밀가루 사용량과 밀가루로 만드는 우동 생산량이 많은 곳 중 하나였다. 이곳은 강수량이 적어서 건조한 기후에 강한 밀의 생산량이 고치현, 에히메현 등의 주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밀을 가루로 만들려면 맷돌로 갈아야 하는데, 당시에는 소나 말을 이용해 맷돌을 돌리거나, 수차 즉 물레방아 등으로 제분하는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결국 밀가루를 만들려면 사람이 맷돌을 돌려야 했는데, 노동력이 없다 보니 밀가루를 사용한 분식(粉食)보다는 대부분 밀을 그대로 삶거나 쪄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누키 지역에서는 헤이안시대에 이미 맷돌을 돌리는 데 수차를 사용할 정도였기 때문에,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이미 제분 기술이 비교적 발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다에 면해 있는 지역이라서 밀가루 반죽에 들어가는 질 좋은 소금도 구하기 쉬웠다. 이런 모든 환경을 종합해보면 가가와현의 사누키 지역이 예전부터 우동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글 정의상
現 조선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일본 오사카 국립대학 대학원 일본학과 문학박사(현대 일본어학 전공)
前 한국 일본어 통번역 학회 회장
한국일어일문학회 기획이사 한국관광공사 일본 사업 부문 심사위원 및 자문 위원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고, 직접 요리를 만들며 전문지식까지 갖춘 일본 문학 박사인 정의상 교수는 일본어를 통해 일본의 여러 문헌들을 접하고 공부하며 일본의 면麵 세계를 탐험해 온 지식인이다.
일본어를 통해 쌓아온 일본 음식 문화에 대한 강의를 준비 중이며, 그 열정과 지식 수준이 남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어 공부에 대한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으며 베스트셀러 또한 많이 있다. 그중에서 일본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문화로 맛보는 맛있는 일본 요리』는 일본 음식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