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 메밀의 건강
건강과 음식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의 문헌에 나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땅과 몸이 다르지 않다. 즉 땅에서 나오는 식재료가 우리 몸을 이룬다는 뜻이다. 영어 표현으로는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로 우리 몸을 이루는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의 주제는 내 몸과 건강에 직결된다. 자연의 공기와 흙의 기운을 제대로 받고 살 수 없는 도시인들이 현대의 삶 속에서 전통적인 곡물이나 자연식재료를 다시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메밀(蕎麦, buckwheat)’은 단순한 주식 재료를 넘어선 슈퍼푸드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 실체를 자세히 알고 나면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의 상상보다 더 큰 영양과 숨은 성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는 점 또한 알게 될 것이다. 더운 여름을 이기는 차가운 음식으로 알고 있던 소바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좋은 슈퍼푸드인지 알게 될 것이다.

메밀에 숨은 강력한 성분
메밀이 슈퍼푸드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루틴(Rut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루틴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 동맥경화,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었다. 루틴은 혈관을 유연하게 유지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루틴이 풍부한 메밀을 활용해 건강보조식품을 만들기도 하며, 고령자의 식단에 메밀 요리를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메밀 껍질이 포함된 검은 메밀(전립분)에는 루틴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루틴은 비타민C와 동시에 섭취할 때 모세혈관의 강화를 한층 강하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메밀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비타민C를 함유한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으면 영양소 섭취 뿐 아니라 루틴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밀의 또 하나 주목할 성분은 ‘폴리페놀’이다. 메밀에는 퀘르세틴(Quercetin), 카페익산(Caffeic acid), 프로시아니딘(Procyanidin) 등의 다양한 항산화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다. 이들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노화를 늦추며, 암세포 억제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메밀 껍질 부분에 항산화 물질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제된 흰 메밀보다는 껍질이 포함된 검은 메밀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는 더 유리하다. 하지만 그만큼 풍미나 식감이 거칠 수 있어, 적절히 섞어서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밀의 기능성
루틴과 폴리페놀 외에도 메밀은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만성질환 예방에 다방면으로 도움을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효능이 있다. 이 효능은 성인병 혹은 생활습관병이라 불리는 현대인의 질병에 도움을 주는 이유와 근거이다.
1) 고혈압 예방 도움 : 메밀은 혈압을 조절하는 데 매우 유익한 곡물이다. 루틴 외에도 메밀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칼륨, 아르기닌 등의 성분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류 흐름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혈압을 상승시키는 주요 인자 중 ACE가 있는데 메밀에는 이 이상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일부 채소류와 과일, 생선과 조개류에도 함유되어 있지만 그 중 메밀의 효과가 뛰어나게 높다는 실험결과가 잇다. 메밀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의 혈압이 낮아졌다는 임상 결과도 있으며, 염분 배출을 돕는 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2) 당뇨병 예방 도움 : 또한 메밀 단백질은 식물성임에도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풍부하여,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면서도 건강한 혈관 유지에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 중심의 곡물과 달리, 메밀은 단백질 구성비가 높아 혈당 지수(GI)가 낮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는 당뇨병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3) 간 기능 보호 도움 : 메밀에는 콜린(Choline)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간에서 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콜린은 간의 해독 기능과 지방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지방간이나 만성피로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장 건강에 도움 : 메밀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 건강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효과도 크다. 변비 개선은 물론, 장내 유익균을 늘려 면역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글루텐 프리 시대의 주역
음식과 재료에 괌심이 높아지는 요즘 글루텐 프리(Glutenfree)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이 지극히 일부 사람들에게 면역 반응을 일으키거나 장내 염증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에 귀 기울이기 보다 어렴풋한 상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런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메밀은 매우 사랑받을 만한 귀한 요소들을 잔뜩 품은 슈퍼푸드임에 확실하다. 메밀은 곡물이지만 글루텐을 포함하지 않아, 글루텐 민감증이나 셀리악병을 가진 사람들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귀중한 식재료다.
특히 메밀은 탄수화물의 분해 속도가 느려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키기 때문에 당뇨 환자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적합하다. 또한 소화가 비교적 쉬우며, 위장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아 아침 식사나 회복기 환자식으로도 자주 권장된다.
물론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 메밀은 소화 흡수에 탁월하고 장을 편안하게 하는 곡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림1) 메밀의 구조

그림2) 제분공정으로 부터 본 가루의 종류
메밀은 종종 막국수나 메밀전병, 소바처럼 일상적인 메뉴로 다가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곡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복합적인 건강 기능성을 갖춘 천연 약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 메밀로 만든 주와리 소바 전문점 한 곳에서는 음식을 맛으로 먹지 말고 약으로 생각하고 먹어보라고 원할 정도이다. 그도 그럴것이 메밀에는 루틴, 폴리페놀, 콜린 등 현대 영양학이 주목하는 핵심 물질들이 들어 있고 그 효능은 혈관 질환, 간 기능 저하, 만성 염증 등 현대인의 주요 질환을 예방하는 데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이제 메밀은 단순히 다이어트나 혈압 조절을 위한 보조식품이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을 설계하는 전략적인 식재료가 되어야 한다. 하루 한 끼, 메밀로 만든 음식 한 그릇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이롭게 하는 ‘식사 이상’의 건강이 될 수도 있다. 메밀을 더 건강하게,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메밀의 껍질 속에 있는 루틴과 항산화성분을 함께 섭취한다는 ‘전립분(全粒粉) 소바’가 최근 SNS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 메밀(소바)은 단순한 면, 그 이상의 식재료이다.
참고문헌
건강별미 메밀이야기 (저 일본면류업체연합 / 역 윤병성, 이건순, 박철호 (광문각))
일본 농림수산성 공식 웹사이트 건강식 관련 문서 https://www.maff.go.jp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및 FAO Buckwheat Reports

글 박현진 편집인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주)한솔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