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면을 구분하는 3가지가 있는데 우동, 소바, 라멘이다. 그 중 밀가루로 만드는 면이 우동과 라멘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우동은 소금을 베이스로 반죽하는 면이고, 라멘은 중국식 간스이를 사용하는 중화면이다. 그 어원은 중국의 면요리 중 하나인 ‘납면(拉麵)’ 라미엔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처음엔 중국식 소바를 뜻하는 ‘난킨 소바’였다고 한다.
라멘은 면요리라고 하지만, 어떤 육수로 어떻게 간을 맞춰 국물(스프)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요리다. 라멘의 국물은 국물의 베이스가 되는 육수(다시)와 간을 맞추는 양념(다레)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육수를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쇼유라멘(간장라면), 소금으로 간 맞추면 시오라멘(소금라면), 미소된장을 넣으면 미소라멘(된장라면), 육수 베이스로 돼지뼈(돈코츠)를 사용하면 돈코츠라멘이 된다.
육류 베이스의 국물에는 돼지뼈, 닭뼈가 주로 사용되고 드물게는 소뼈도 사용한다. 해산물 베이스는 다시바(곤부),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 말린 멸치(니보시), 말린 고등어(사바부시) 등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육류 베이스와 해산물 베이스를 따로 따로 만든 후에 육수를 섞는 혼합형 육수가 생겨났다. 이 때부터 육수에 찍어 먹는 츠케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붐을 일으켰다.
국물 맛의 차이로 본 4대 라멘
01 미소라멘 (된장라멘)
버터와 마늘향이 베인 진한 미소 된장과 돼지고기, 채소를 함께 넣어 푹 삶은 따끈한 국물이 일품이다. 대표적으로 삿포로 라멘이 가장 유명하다. 처음에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시작하였다가 1950년대 라면가게 아지노 산페이가 개점하면서 1대 사장이 새로운 미소라멘을 개발, 유행하게 되었다. 1960년대 삿포로 이치방 미소라멘이라는 인스턴트 라면이 출시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된장 베이스의 #미소라멘 (된장라멘)
소금으로 간을 맞춘 #시오라멘 (소금라멘)
02 시오라멘 (소금라멘)
소금으로 육수의 간을 한 깔끔한 맛의 라멘이다. 육수는 돼지뼈,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 닭뼈와 채소를 삶아 우려내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홋카이도의 하코다테가 시오라멘의 본고장이라고 볼 수 있다. 육수는 돼지뼈를 베이스로 닭뼈 등을 약한 불에 함께 삶아 낸다. 맑고 깊은 맛이 육수의 특징이며 면은 소금 간이 잘 스며들도록 곧고 얇은 면을 사용한다.
03 소유라멘 (간장라멘)
간장(쇼유)를 베이스로 각종 재료를 첨가해 만든 라멘이다. 육수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맛이 연하고 담백한 간장을 사용하기도 하며 육수에 진한 간장 맛을 들이기 위해 진간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차슈를 조릴 때 사용한 간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1910년 도쿄 아사쿠사에서 개업한 라이라이켄에서 가다랑어와 닭뼈로 우려낸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쇼유라멘을 처음으로 판매했다고 한다.
간장으로 간을 맞춘 #소유라멘 (간장라멘)
돼지 등뼈와 사골을 우려낸 #돈코츠라멘 (돼지뼈라멘)
04 돈코츠라멘 (돼지뼈라멘)
후쿠오카 동쪽지방의 옛 지명인 ‘하카타’가 돈코츠라멘의 본고장으로, 포장마차에서 시작했다. 돼지 등뼈와 사골을 강한 불에 오랜 시간 우려낸 진한 국물로 만든다. 걸쭉한 돈코츠 국물과 굵기가 아주 가는 극세면. 센 불로 우려낸 돼지 육수는 진하면서 감칠맛 나고 뒷맛 깔끔해 인기가 높다. 육수는 소금 양념(시오다레), 간장 양념(쇼유다레)로 간을 맞춘다.
국물이 적거나 없는 유니크한 라멘
01 츠케멘 (모리소바)
츠케멘이 처음 메뉴화 되었을 때의 명칭은 모리소바였다. 가게 종업원들이 자신들이 먹기 위해 만든 것을 보고 단골 손님들이 점장에게 판매를 요구하면서 가게 메뉴로 정착, 1970년대 체인점이 전국으로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츠케멘이 되었다. 소바라고 이름 부른 것은 대량으로 라멘을 만들다 보니 삶은 라멘을 처리하는 자루(소쿠리)에 남은 면들을 모아 라멘 소스, 고추, 파 등을 넣은 진한 국물에 찍어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
02 아부라소바
국물 없는 라멘이라고도 하여 비빔라멘이라도 불린다. 간장 베이스의 특제소스, 특별 제조한 식물성기름, 진한 양념 등을 배합해 만든 아부라를 그릇 밑에 깔고, 그 위에 삶은 면을 놓으며 취향에 따라 식초나 일본풍 고추기름(라유)를 넣고 섞어 먹는다. 토핑으로 멘마(발효 죽순), 차슈(돼지고기 슬라이스) 등이 올려진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 간장 맛과 매운 맛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면만 비벼서 먹어보고, 그 다음 다시마 식초를 넣어 먹어보고, 마지막에는 라유를 넣어 버무리듯 하여 먹는다.
03 마제소바
마제는 일본어로 섞다, 비비다라는 의미다. 식당에 따라 아부라소바와 마제소바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각 전문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면요리이다. 대표적으로 두꺼운 면 위에 타이완식 다진 고기 등 여러 가지 토핑이 올라가는 타이완 마제소바와 명란이나 마요네즈, 김치 등 다양한 토핑이 올려진다.
이외의 유니크한 라멘으로는 라멘에 차가운 국물을 붓고 얼음까지 띄우는 냉冷라멘인 ‘히야시라멘’, 말린 정어리나 멸치육수를 사용하는 ‘츠가루라멘’,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라멘이라고 알려져 있는 ‘나베야키라멘’ 등이 있다.
글 정의상
現 조선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일본 오사카 국립대학 대학원 일본학과 문학박사(현대 일본어학 전공) 前 한국 일본어 통번역 학회 회장
한국일어일문학회 기획이사 한국관광공사 일본 사업 부문 심사위원 및 자문 위원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고, 직접 요리를 만들며 전문지식까지 갖춘 일본 문학 박사인 정의상 교수는 일본어를 통해 일본의 여러 문헌들을 접하고 공부하며 일본의 면麵 세계를 탐험해 온 지식인이다.
일본어를 통해 쌓아온 일본 음식 문화에 대한 강의를 준비 중이며, 그 열정과 지식 수준이 남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어 공부에 대한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으며 베스트셀러 또한 많이 있다. 그중에서 일본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문화로 맛보는 맛있는 일본 요리』는 일본 음식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