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조미료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MSG(Monosodium L-glutamate ; L-글루탐산나트륨). 우리는 식품 광고에서 ‘MSG 무(無)첨가’라는 표현을 무수히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MSG가 유해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포장지 뒷면 영양성분표에서 MSG란 단어를 발견하면 잡았던 제품도 내려놓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로 꺼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인체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유해성 논란이 생기게 되었을까요?
1. MSG 란?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의 준말인 MSG는 인간과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천연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나트륨이’결합한 성분인데, 이 글루탐산은 동물 뿐 아니라 곡물 등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흔한 아미노산으로 굳이 MSG를 통해 섭취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식생활을 통해 다량으로 섭취하는 물질입니다.
MSG 원료는 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입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과 당밀에 미생물을 넣어 분해시켜 글루탐산을 만듭니다. 원료가 화학성분이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2. 맛의 민주화
1907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나 키쿠나에’가 감칠맛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키쿠나에는 고기, 다시마 육수, 토마토 등에서 맛볼 수 있는 이 ‘감칠맛’이 글루타민산이라는 물질에서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뒤 이를 소금과 화합시켜 깊고 오묘한 맛의 ‘MSG’를 만들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MSG가 발견되기 전까지 ‘감칠맛’은 서민이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고기는 가격이 비싸고, 감칠맛이 응축된 발효식품이나 육수를 만드는데에는 많은 연료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MSG의 발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고, 1963년 대량 생산을 통해 맛의 민주화를 이루게 됩니다.
3. 논란의 시작 : 중국음식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 CRS)
MSG에 대해 처음 시작된 논란은 1968년 미국의 ‘중국음식증후군’ 입니다. 의사 버트 호만 곽은 한 중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등과 팔이 저리고 마비되는 듯한 증세를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증상의 원인을 맛술, MSG,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소금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 후 갑자기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독자들이 등장 하였고, 학문적 뒷받침이 없이 기사화가 되었습니다.
추후 구체적으로 연구한 결과, 중국음식은 MSG와 관련이 없을 뿐더러 다른 음식이나 음료 등을 섭취해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MSG는 유해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되었고, ‘노세보 효과’를 겪게 되었습니다. 노세보 효과란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안좋은 반응이 일어날 것” 이란 정보를 얻고 나면 실제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잘 모르고 먹은 MSG생각에 겁에 질리고 실제로 통증을 느끼게 되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보를 꾸준히 제공해도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1987년 WHO/FAO연합 식품첨가제위원회에서 MSG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한 결과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생후 12주 미만의 영유아도 성인과 동일하게 소화하고 흡수한다고 밝혔습니다. EU식품 과학 위원회 역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에서 MSG로 인한 독성 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렇게 MSG가 안전한 식품 성분인 것을 전 세계의 논문과 실험 결과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MSG가 다른 조미료에 비해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식품에 들어가는 시즈닝, OO맛 베이스, OO분말 등의 많은 인공조미료들 또한 몸에 좋다고 말할 수 없고,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속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중 암을 일으킬 수있는 위험한 첨가물도 있습니다.
4. MSG는 유해한 물질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리를 해보자면
1) 애초에 글루타민산은 자연에 존재하고 있던 천연 물질이다.
2) FDA(미국 연방 식품 안전청)와 한국 식약청,WHO가 인증한 인체 무해 성분으로 분류되어 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MSG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식습관의 문제입니다. 감칠맛을 즐기기 위해 MSG가 다량으로 들어간 음식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과식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나트륨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됩니다. 본래 소금처럼 짠맛이 아닌 감칠맛 때문에 우리는 다량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식약처에서 측정한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인 냉면, 칼국수, 짬뽕, 찌개류 등은 MSG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입니다. 결국 MSG의 문제는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유해한 화학조미료’ 인 점이 아니라 ‘나트륨 과다섭취’ 임으로 함유량을 꼭 명시해야 합니다.
5. 건강 식재료와의 조화
MSG가 몸에 유해하지 않다는 이유로 MSG의 감칠맛에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MSG에 길들여지면 더욱 강한 감칠맛만을 찾게 되어 음식이 주는 복합적이고 깊은 맛을 느낄 기회를 뺏기게 됩니다. MSG를 대신할 건강 식재료는 아주 많습니다.
먼저 다시마가 있습니다. 육수를 내면 국이나 찌개의 맛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무침요리에는 다시마가루를 조금 넣으면 MSG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또, 멸치와 멸치가루, 새우가루, 곱게 갈아서 얼려놓은 무나 당근 또한 훌륭한 천연 조미료 입니다.
MSG가 유해하지는 않지만, MSG의 간편한 감칠맛에만 의존하지 않고 천연 재료들을 통해 풍미 있는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더욱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글 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