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냉 마니아들, 여기 아시나요
평양냉면은 밍밍하고 무미(無味)한 음식이라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폭넓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평양냉면의 심심함은 섬세함으로 재인식되고 있다.최근 개업한 서울과 수도권 일대 냉면집 중 음식 전문가들 사이에서 괜찮다고 꼽히는 다섯 곳을 선정했다. 생생한 비교를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식했다. 요즘 잘나가는 평양냉면집 5곳, 직접 먹어봤다 평양냉면은 오랫동안 비주류 음식이었다. 같은 이북 출신이지만 함흥냉면은 매콤함과 달콤함이라는 대중성을 무기로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외식 시장의 주류로 편입했다. 반면 평양냉면은 밍밍하고 무미(無味)한 음식이라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폭넓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억센 서도(평안도·황해도) 사투리를 쓰는 나이 지긋한 실향민들의 음식으로 여겨졌다. 이름난 평양냉면집은 6·25를 전후로 월남한 서북 출신들이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외식 메뉴는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입학이나 졸업식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역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하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짜장면은 6·25 전쟁 이후에 많은 양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게 변형된 것이다. 우리식 짜장면은 춘장에 식은 면을 말아 먹는 중국식과는 달리 양파, 고기, 감자, 채소를 고루 넣고 볶은 뒤 전분을 풀어 묽게 끓여 뜨거운 면에 얹어 먹는다. 짜장 소스 위에 오이채나 완두콩을 얹고 입맛에 따라 식초, 고춧가루를 더하고 단무지, 양파를 곁들인다.
평양냉면의 ‘뜨거운 유혹’
돈의 많고 적음이 사람의 행복을 좌우하지 않듯이 가격의 높고 낮음 또한 음식 맛을 결정하지 않는다. 비싸지 않고 맛있는 단품 메뉴로 행복한 한 끼를 즐기는 것은 분명 생활의 작은 기쁨이다. 뜨거운 여름, 냉면의 계절이 왔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냉면 마니아들도 꽤 있지만 역시 냉면은 여름에 먹는 평양냉면이 제격이다. 냉면 손님이 적은 계절에는 거창한 반죽기계를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아 보통 손 반죽을 하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기계를 돌리는데 그 면발이 쫄깃하고 메밀향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나는 걸음마를 할 때부터 이북이 고향인 어머니가 피란 와서 살던 부산의 ‘원산면옥’에 따라다녔다. 어머니는 또 이른 저녁 후 어둠이 깊어질 즈음
한여름을 이기는 콩국수
콩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널리 재배되어 한민족 식생활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요 먹을거리다.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데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우리 민족 건강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이익은 ‘성호사설’ 만물문 편에서 “곡식의 역할이 사람을 살리는 데 있다면 곡식 가운데 콩의 효능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는 ‘숙맥’이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콩을 ‘숙’(菽), 보리를 ‘맥’(麥)이라 하는데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사람을 ‘숙맥’이라 한다. 쌀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곡식인 콩과 보리조차 구별 못 한다는 의미다. 이 콩을 가장 쉽고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많은 이들이 여름철에 즐기는 콩국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콩국수는) 콩을 갈아
소박한 고향의 맛 잔치국수
잔치국수는 결혼, 환갑 등 마을 잔치 때 국수발처럼 오래오래 행운을 누리며 살라는 뜻으로 손님들에게 대접하던 음식이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국수를 접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귀한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이었기에 마을 잔칫날에나 특별히 마련하는 잔칫집 대표 음식이었다. 지금도 결혼식에 가면 양식, 중국식, 뷔페식을 불문하고 잔치국수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잔치국수는 제면소가 만든 국수를 사서 쓰므로 레시피도 비교적 간단하다. 끓는 물에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어내고, 멸치육수를 붓고 유부, 애호박, 계란 지단, 김 가루, 김치 등을 고명으로 얹은 다음 양념장을 곁들이면 끝이다. 밀가루가 흔해진 후에는 집집마다 별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어, 저마다의 비법과 손맛을 자랑한다. 그 나름대로의 비법과
원조를 뛰어넘은 한국형 판메밀국수
메밀은 추운 지방,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곡식으로 바이칼 호수 일대와 중국 동북부가 원산지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안도, 강원도 등지에서 많이 생산되었던 곡식이다. 척박한 곳에서 쉽게 재배되어 구황식품으로도 역할을 했던 메밀은 칼로리가 낮고 좋은 단백질이 많아 혈관을 맑게 유지해 주는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메밀을 이용한 면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종 메밀국수, 냉면, 막국수 등 다양한 향토 음식들이 특색 있는 먹을거리로 등장했다. 이 중 판메밀국수는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차갑게 하여 장국에 찍어 먹는 일본식 요리 ‘소바’에서 유래했다. 한국형은 일본 소바에 비해 면의 식감이나 장국 맛 등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의 국수다.
찬 바람의 계절이 권하는 칼국수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밀 수확기인 여름 즈음에나 맛볼 수 있었던 칼국수는 귀한 별미 요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집에서나 언제든지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잡았다. 먼저 밀가루를 반죽해 도마 위에서 방망이로 얇게 민 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면을 만든다. 그리고 사골, 멸치, 닭, 해물 등으로 국물을 내고 감자, 애호박 등을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입맛이 별로 없을 때나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언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음식이 칼국수다.칼국수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난 식당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유명한 집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구태여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잔치국수, 전통 음식일까
원조 밀가루가 음식문화 혁명 이끌고 국수 시장의 성장에 기여…근대식 국수 제조공장도 일제시대에야 도입됐다국수는 밀가루 문명에서 크게 번성했지만, 밀(가루)이 거의 나지 않는 한반도에서 대표적 음식 문화가 되는 특이한 역사의 아이러니도 낳았다.다양하게 요리되는 수많은 국수는 이제 우리 음식 문화의 대세를 이루었다. 몇 해 전 KBS의 이욱정 프로듀서(PD)가 제작한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불러온 적이 있다. 음식을 다룬 프로그램으로는 이색적일 만큼 스케일이 컸고, 주제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란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든 관심사가 될 수 있지만, ‘일개’ 국수를 다루면서 그것도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급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는 여세를 몰아 올해 <요리인류>라는 <누들로드>의 확장판이랄까, 완성판이랄까 하여튼
미식의 본고장 ‘에밀리아로마냐’를 가다
진짜 ‘볼로네제 파스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면이 입에 착착 달라붙고, 씹으면 고소한 계란과 짭짤하고도감칠맛 나는 파르메산 치즈의 폭탄이 이어진다.남북 2천㎞에 달하는 지형이 지방마다 고유의 볼거리·먹거리 만들어내…세계 부호와 유명 배우들이 찾는 최고의 육가공품 제조 사진/박찬일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이 미식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은 데는 풍부한 물과 초지 등 지역·환경적 요인이 컸다. 이 지방의 명물인 파스타 프레스카는 국수가 아닌 만두 형태로도 요리된다. 필자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느낀 것이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은 어떤 정형화된 관광 패턴을 갖고 있었다. 로마에서 며칠간 숙박하면서 로마와 바티칸을 둘러본다. 당일치기로 나폴리와 폼페이(간혹 카프리 섬 포함) 유적지를 본 후 역시 당일치기로 피렌체를 보는 식이었다. 더러는 밀라노를
지중해식 해물요리의 진미
홍합은 토종 아니라 유럽에서 왔다유럽의 식생활 문화는 종교적 영향 커…지중해를 낀 지형 탓에 해물 먹거리 ‘풍부’ [사진] 스파게티는 다양한 재료로 요리된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해물 스파게티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식당 주방장을 한 지도 13년이 흘렀다. 한국 외식업의 급격한 성장세에 투신한 세월이었다. 청담동과 논현동, 가로수길, 홍대 앞 같은 첨단 유행지역이 그 무대였다. 재미있게도 한국인이 이탈리아 식당에 거는 기대랄까, 선입견이 있다. ‘마늘을 많이 쓰고 매우며 해물요리가 많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무슨 소리인가. 그건 이탈리아 요리가 너무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국토는 아래위로 길고 통일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