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송리단길에 있는 중국가정식 레스토랑 ‘진지아’에서 처음 만난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따뜻함이 배어 있는 태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식 중국 요리를 사업화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대해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주로 도제 방식으로 조리를 전수하는 우리나라 중식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도전의식, 후배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는 진정성,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며 생각하는 열정으로 가득한 그는 대한민국의 중식 트렌드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보면서 오늘 또 한 수 배웠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자. 면을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성은 어쩌면 공부를 한다는 것 아닐까?
Q1.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진지아 오너셰프구요. 충무로에 있는 진더미엔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지아는 형진이네 집이라는 뜻이고, 진더미엔은 형진이네 면麵이라는 뜻이죠. 저는 주로 진지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여기가 본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Q2. 셰프님은 우리나라에 마라 열품이 불기 전부터 마라 소스를 이용한 메뉴를 개발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국 중식 하면 말 그대로 130년 전에 이민을 오신 화교분들 밑에서 이연복 사부님처럼 도제방식으로 배우잖아요. 저도 그렇게 배웠죠. 저는 주방장을 일찍 시작했는데 지내면서 보니까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옛날에는 한 때 짜장면이나 짬뽕 파는 한국 중식이 백화점에 들어와 있을 때 규모도 제일 컸고 매출도 제일 높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 데 어느 순간 에스닉 푸드라고 하는 3세계 태국 베트남 그런 음식점들이 들어오면서 한국에 확 퍼졌어요. 그때 제가 느낀 게 중식이 좀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서 선보이면 돌파구가 생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새로운 컨셉으로 우육면 전문점을 오픈했어요. ‘미엔아이’였는데 뜻이 면사랑이에요^^. 그때는 정말 빨랐죠. 벌써 8년 전이네요. 일반 우육면과 마라우육면을 팔았는데 사람들이 막 1시간씩 줄서서 먹었어요. 한국 중식이 베트남, 태국 그런 쌀국수 시장에서 막 다 뺏기고 있는 게 가슴 아파서 제가 대만에 넘어가서 그 기술을 배워왔죠.
Q3. 처음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설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렇게 잘 될 거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제가 그런 거를 캐치를 좀 잘하는 게 트렌드 파악을 하는 거죠. 왜냐하면 제가 ‘피에프창’에 있을 때 오픈만 거의 한 15개 20개 가까이했거든요. 그러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오픈하러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공부하면 보이는 거죠. 그 당시 마라 열풍이 시작되기 전에 마라를 접목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서 오픈을 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아서 딱 맞았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마라 황제”라는 타이틀이 저한테 생겼어요. 충무로에 있는 진더미엔은 면 전문점이에요. 거기는 면 요리를 주 메뉴로 하고, 여기(진지아)는 전골 요리 전문점입니다.
Q4. 중식 셰프이신데 미국에서 공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짜장면 짬뽕, 양장피, 팔보채, 깐풍기 뭐 그런 모든 그런 한국에서 팔고 있는 중식당에서 팔고 있는 음식이 중국에는 없는 메뉴에요. 같은 이름이 존재하는데 아예 맛이나 비주얼이나 조리법 자체가 달라요. 아예 다른 형태로 한국에 정착이 된 거고 한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변형되었어요. 수많은 화교 1세대 2세대 3세대 이렇게 내려오면서 그 사부님들이 만든 새로운 메뉴들인 거죠. 저희 같은 세대도 그 뿌리를 이어받아서 한국 중식을 배웠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한국 중식이 매뉴얼이나 레시피나 그런 시스템이 없어요. 말 그대로 도제식에 의존하죠. 혀로 느끼는 맛이나 국자에 의존해서 만드는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한국 중식은 주방장이 바뀌면 맛이 다 변해요. 그런데 아메리칸 중식은 사람의 의존도를 낮춰서 개량화 시킵니다. 매뉴얼화 시켜서 레시피대로 요리할 수 있으니까 세계화가 되고 프랜차이즈화가 되고…
외식업이 발전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한국은 개인 한 사람이 발전하려고 노력을 하는 반면 미국은 이 사업을 확장시키는 형태로 발전됩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서 공부하면서 일했어요. 뭐가 다르길래 산업 자체가 이렇게 차이 날 수 있나 해서 배우러 갔습니다.
Q5. 피에프창의 총괄셰프 출신이신데 미국과 한국의 중식이 어떻게 다른 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해 주세요.
요즘 미국 중식 스타일의 특징은 단짠에 맞춰져 있어요. 한국 중식이나 홍콩 중식이나 보통 풍부한 향신료들을 써서 감칠맛을 내잖아요. 마늘 볶음 향, 파의 향… 이런 다양한 향을 많이 즐기는 문화인데 미국 중식은 짭짜름하면서 단맛에 포커스가 되어 있어서 맛 자체가 좀 더 가볍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미국 증식이 미국에서 그렇게 비싸지 않은 요리로 대부분 자리를 잡았죠. 누구든지 먹었을 때 호불호가 없고 쉽게 먹을 수 있는 형태에요. 미국 중식은 시스템이 발전되어 있어요. 주방의 레이아웃과 시스템, 레시피, 고객응대 등 모든 것이 매뉴얼화 되어 있습니다.
Q6. 미국 현지에서 즐기는 면 요리 중에 대표적인 메뉴는 무엇이 있나요?
로메인이나 볶음면 같은 거 있죠. 샤오맨이라고도 부르고 로메인이라고도 불러요. 중국에서는 라면 면발로 볶는 메뉴를 로메인이라 부르고 샤오펀이라고 해서 쌀국수로 넣고 볶는 것도 있고…그런 볶음 면이 미국 중식에서 대표적인 면 요리에요. 로메인 같은 경우는 중식인데 아메리칸 차이니스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죠. 아까 말씀드린 단짠 스타일이에요.
Q7.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그 일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한국 사람인데 중식을 일찍부터 배웠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거든요. 보통 화교 출신들이 중식 도제방식으로 배워서 주방장이 되는데, 저는 신기하게 정말 좋아하고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제가 20대에 한 번 장사를 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했던 것 같아요. 남들 쉴 때 안 쉬고, 쉬는 날 일당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하다 보니까 전투적이고 치열한 20대를 살았어요. 그러니까 사부님들이 기회도 더 주시고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최연소로 중식 주방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빠지면 음식 맛이 안 나오니까 못 쉬는 거예요. 고객들이 맛이 바뀌었다고 하니까요. 제가 35살까지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물음표를 가지게 되었죠. 그러다가 피에프창이라는 브랜드가 전 세계화 성공을 했다고 들었어요. 시스템 매뉴얼하고 글로벌 브랜드고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미국에 갔습니다.
Q8. 피에프창에서 셰프님께서 보고 배운 점이나 이뤄낸 성과 등 관련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게 시스템이나 매뉴얼 이에요. 주방의 선진화된 주방 기물 레이아웃도 배웠어요. 정말 잘 돼 있어요.
한국 중식 스타일은 우리의 몸이 장비가 되잖아요? 우리가 기계가 돼서 어딜 가든 어떤 주방든 우리 몸을 움직여야 되는데 미국은 안 그래요. 장비시스템이나 레이아웃을 사람이 움직이기 편하게 맞추는 구조로 해서 사람들마다 능력 차이가 크게 안나는 거죠. 제가 그 브랜드를 한국에 갖고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1호점이 롯데월드몰에 오픈 시키고 2호점 코엑스 ,3호점 4호점 … 그렇게 제가 10개 넘게 오픈시키고, 세컨 브랜드도 오픈 시켰어요. 젊은 나이에 직원들만 거의 400명 되는 사업을 했던 거죠.
Q9. 후배 셰프들을 매우 아끼는 선배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협회 활동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중식이 변해야 하고 우리가 많이 변해야 된다. 그래야 젊은 친구들도 새롭게 많이 들어오고 더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많이 가졌어요.
지금 젊은 친구들이 중식을 아예 안 하려고 하거든요. 힘들어서 그렇고. 주방장까지 너무 오래 걸리니까 안 하려고 그래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줘야 우리들도 미래가 밝은데 지금은 이제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 안 도와주면 이제 일을 못할 정도로까지 왔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더 많이 들어오고 더 잘 될 수 있도록 조직의 문턱을 좀 낮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좀 해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교 강의도 많이 했고 협회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요리대회도 많이 열기도 하고 직접 세계요리대회도 직접 제가 개최도 했죠.
Q10. 면사랑 제품을 잘 알고 계실텐데요. 직접 쓰시는 제품이 있으신가요? 어떤 점이 좋은지요.
면사랑 제품은 저희 셰프들이 인정하는 면입니다. 냉동 우동면은 우리나라에서 따라갈 수 없는 데가 없을 것 같아요. 냉동 칼국수 면도 있더라고요. 칼국수 면도 받아서 쓰고 일본 면도 쓰고 다 면사랑 제품으로 썼거든요. 면사랑 제품은 많이 써봐서 중식 쪽으로도 괜찮고 품질이 좋아서 다른 셰프들에게 소개도 많이 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제가 오픈했던 ‘미엔아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그 이름을 번역하면 면사랑이라 저랑 인연이 깊다 생각했어요.
아 그런데 제가 미국 아리조나주에 한국식 중식당을 오픈했는데 거기서 면사랑 제품을 찾다가 찾다가 결국 못찾았어요. 수출하는 우리나라 다른 제품들 보다 면사랑 제품을 쓰고 싶었는데 말이죠. 미국에 진출하시면 꼭 좀 알려주세요.
Q11. 면사랑에서 이런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이나 소스 등… 그런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저희 같은 경우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뭔가 새로운 면이 나오면 좋겠다. 트렌드를 이끌어갈 만한 그런 제품이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남들 안하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고 그러니까 늘 새로운 걸 찾고 싶어 해서요. 그걸 바라는게 있고, 면사랑 소스는 제가 많이 써보지는 않았어요. 소스류를 보내주시면 한 번 테스트해보겠습니다. 저도 아이디어 드리고, 같이 개발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공장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소문 듣기로는 면사랑 공장이 위생이나 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굉장히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기회 되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Q12.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 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식 중국 요리를 체계화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미국 아리조나주에서 시작했구요. (아리조나주는 최형진셰프가 일했던 피에프창 본사가 있는곳이다)
K – 차이니스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 셰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함께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식당도 더 오픈을 할 계획이에요. 직영으로 운영하다가 좀 더 확장을 하려고 합니다. 또 우리 후배들 하고 합을 맞추면서 새로운 브랜드도 계획하고 있어요.
누가 그랬던가… 남자 나이 40은 두번째 스무살이라고… 최형진 셰프의 빛나던 눈빛과 청년의 패기는 그 말을 떠올리게 한다. 중식을 사랑하고, 후배를 사랑하는 그의 어깨에는 대한민국 중식 업계를 짊어진 무게감까지도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했던 중식의 체계화, 매뉴얼화, 시스템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면사랑도 그의 꿈, 그의 길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