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dle Places
츄리츄리
순도 99.9% 이탈리안 레스토랑, 츄리츄리
마포구 상수동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츄리츄리는 예약 전화를 받을 때 부터 범상치 않다.
“Hello~”
앗! 이탈리아 억양의 영어가 들려오고 순간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간단한 한국어로도 통화가 가능하니 놀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명의 자리를 예약하고 들뜬 마음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츄리츄리로 향한다.
상수동 맛집 골목에 빛 바랜 간판이 있는 츄리츄리는 2층이다. 올라가는 계단과 복도부터 이탈리아의 공예품과 아트, 식재료 등으로 채워져 있고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가이드를 수년째 수상하고 있다. ‘감베로 로쏘’는 빨간 새우라는 이탈리어로, 이탈리아의 미슐랭 가이드로 유명하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선정하며 파인 다이닝, 비스트로, 피자전문점, 와인바 부문으로 나눠 각각 포크, 새우, 피자 조각, 와인병의 개수로 미슐랭 가이드 별의 개수처럼 평가한다. 파인다이닝 부문에서 츄리 츄리는 2023년, 2024년 연속으로 포크를 2개 받았다. 츄리츄리는 빌라 산디(Villa Sandi)가 선정한 ‘Best Contemporary Wine List’에도 선정됐다. 우리가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도 ‘감베로 로쏘’ 가이드를 참고하면 제대로 된 이탈리안을 메뉴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블루리본이 훈장처럼 달려 있고, ‘인문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문식당’은 BBC 굿푸드 코리아 매거진이 선정하는 가이드이며 음식이 사람들에게 주는 소중한 공통적 가치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이라 믿으며 전문가들의 추천과 고객들의 평판을 고려해 [인문적]으로 선정된 식당을 말한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좋은 식재료를 만드는 “좋은 생산자”의 가치와 소중함을 전하는 식당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토록 많은 상을 받고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식당이라니 음식을 대하기 전부터 기대와 경건함으로 마음이 꽉 차오르며 두근거린다.
츄리츄리는 이탈리아 시칠리 섬의 오래된 노래 깐쪼네의 제목이다. 뜻은 “Flowers Flowers”로 츄리~츄리~로 시작하는 강렬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노래다. 매장은 작고 아담하며 메뉴는 주로 파스타가 많다. 주방은 부부가 맡아서 운영하는데 남편 엔리코는 파스타와 메인 요리를 담당하고, 아내 피오레는 전채요리와 포카치아, 디저트를 담당한다. 두 분은 시칠리 섬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홀 써빙은 이탈리아 MZ세대인 테레사가 하고 있는데 유쾌하고 즐거운 성격으로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 남자 친구가 한국인이라 한국말도 곧잘 해 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엔리코는 한국에서 이탈리아 식당 식자재 등 컨설팅 업무를 하다가 한국에 정착하여 셰프의 길을 걷고 있고, 아내인 피오레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두 분은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하며 상수동은 젊은 친구들의 활기가 느껴지는 홍대 근처로 보증금이 비싼 다른 지역, 특히 청담동 같은 곳은 가기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가 매장에 들어섰을 때 몇몇의 외국 분들이 식사 중이었는데 이탈리아 손님들이었던 듯했다. 매장 곳곳에는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 섬을 느낄 수 있는 장식들이 많고 물병 하나, 접시 하나 모두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고 한다.
메뉴를 주문하면 볶은 올리브와 함께 포카치아가 식전 빵으로 제공된다. 처음부터 다르다. 포카치아는 바삭하고 톡톡하며 볶은 올리브는 뭔가 다른 풍미가 느껴지는 독특한 향이 있다. 그리고, Starter 메뉴인 Parmigiana di Melanzane는 오븐에서 구워 낸 가지요리로 바질, 토마토 소스, 치즈가 어우러져 남은 소스를 포카치아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을 소개하는 테레사
본격적으로 메뉴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물병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 한 잔에도 이탈리아가 느껴질 정도라고 할까?
볶은 올리브와 포카치아 (사진 출처 : slds2)
Ravioli Ricotta e Porcini in salsa di Tartufo bianco,
Spaghetti Alla Carrettiera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스타 메뉴들이 하나 둘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첫번째로 Alla Carrettiera는 시칠리아 전통 면으로 면이 일반 스파게티보다 조금 굵고 씹히는 식감이 좋다. 이탈리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이탈리안 칠리, 안초비, 브래드 크럼블이 조화를 이룬다. 두번째로 나온 메뉴는 “Ravioli Ricotta e Porcini in salsa di Tartufo bianco” 이름이 길다. 포르치니 버섯과 이탈리안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에 트러플 소스가 빛을 발하는 메뉴다. 라비올리 면은 직접 반죽을 하는 생면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면이다. 소스의 풍미가 일품이다. 세번째 메뉴는 “Spaghetti alla Chitarra* Gamberoni e Pistacchio” 홀을 담당하고 있는 테레사의 추천 메뉴다. 피스타치오 페스토와 비스크 소스가 어우러진 스파게티 면과 새우가 시칠리의 바다 내음이 나는 느낌 이랄까? 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게티보다 아주 약간 굵은데 이탈리아 식재료상을 통해 수입해 온 이탈리아산 면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부 이탈리안식 라구소스, 베샤벨, 이탈리안 모차 렐라가 어우러진 라쟈나가 포만감과 맛을 모두 느끼게 해 주었다.
츄리츄리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이탈리아에서 들여오는데 단 한 가지 쌀은 이천 쌀을 쓴다고 한다. 아란치니로 유명한 칠리칠리의 맛에 우리나라의 쌀이 특별히 기여하고 있는 것. 그 만큼 모든 식재료에 진심이라는 생각과 함께 엔리코, 피오레 부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괜히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포크 2개 레스토랑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츄리츄리에서 꼭 맛보기 권하는 메뉴는 디저트로 시칠리 식당의 대미를 장식하는 까놀리 Cannoli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그 까놀리를 반드시 손으로 집어 먹으라는 엔리코와 테레사의 주문이 이어진다. 칼로 자르지 말라는 얘기다. 시칠리 스타일 디저트로 밀가루에 계피가루를 섞어 반죽해서 동그랗게 잘라 튀겨내고, 그 안에 리코타치즈를 채워 넣은 것인데 바삭한 과자와 촉촉한 치즈크림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 황홀하다. 영화 <대부> 1편에서는 클레멘자가 폴리를 암살할 때 자동차에서 까놀리 상자를 꺼내는 장면이 나오고, 3편에서는 오페라 극장에서 돈 알코베로를 독살할 때 쓰인다. “총은 놔두고 까놀리는 가져와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그 까놀리를 먹으며 영화를 떠올리니 이탈리아의 진수를 맛보는 기분이다. 츄리츄리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듯 이탈리아 남부 가정식 요리에 흠뻑 취하게 하는 행복한 미식의 장소이다.
Spaghetti Alla Chitarra, Lasagna classica (사진 출처 : slds2), Cannoil
상수동 츄리츄리 이탈리안 셰프 부부
Mini Interview
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는 사랑의 섬으로 유명한데 두 셰프님의 사랑도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중해의 온화한 날씨와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 그리고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가 그 사랑의 재료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츄리츄리의 문을 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이탈리아 시칠리로의 여행이었던 것이다.
Q1. 한국에는 언제 오셨나요? 처음부터 레스토랑을 시작하셨나요?
2008년에 엔리코가 먼저 한국에 왔어요. 이탈리안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고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무로 왔지요. 그러다 한국에 정착하고 2014년 9월에 한국 최초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식의 레스토랑을 오픈했어요.
Q2. 그럼 아내분과 결혼하신 후에 한국으로 오신 건가요?
아뇨^^ 제가(엔리코, 남편) 먼저 왔고, 피오레(아내)를 제가 한국에서 함께 살자고 프러포즈 했어요. 피오레는 관광비자로 3번 왔다가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했지요.
Q3. 두 분은 어디서 만나셨나요?
시칠리 섬에서 처음 만났어요. 엔리코는 로마, 피오레는 시칠리 출신인데 시칠리에서 가족들이 시칠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죠. 시칠리 섬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랍니다.
Q4. 시칠리 스타일의 특징이 있을까요?
아주 많죠. 시칠리는 이탈리아의 맨 끝에 있는 섬이고 옛날부터 다른 국가들의 여러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길목이기도 해요. 주로 아랍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의 많은 식재료와 요리 등의 영향을 받고 이탈리아식으로 발전한 거죠. 아란치니처럼 쌀로 만든 요리가 아랍의 영향을 받았죠. 아란치니는 주먹밥을 튀겨냈다고 할 수 있는데 여행 중에도 오래 보관이 가능해먹기 좋아요.
Q5. 식재료는 주로 어떻게 구입하시나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식재료입니다. 이탈리아산 식재료로 만든 게 아니면 이탈리아 요리라고 할 수 없어요. 저희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이탈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단, 쌀을 빼고요. 쌀은 한국의 이천 쌀이 최고예요. 이탈리아 쌀은 수입이 안되는 것도 있지만 품질이 매우 좋아서 쌀은 이천 쌀을 씁니다.
Q6. 라구소스 라자냐를 시켰는데 느끼하지 않고 소스의 풍미가 아주 좋았습니다. 소스 만드는 비법이 있나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시칠리아산 토마토 홀과 양파, 당근, 샐러리를 화이트 와인과 함께 4~5시간 푹 꿇여서 만들거든요. 채소와 고기가 믹스되면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소스가 완성됩니다.
Q7. 상수동에 레스토랑을 오픈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상수동은 홍대와 아주 가깝죠. 홍대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생생하고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월세랑 보증금도 저렴한 편이죠. 청담동 같은 곳은 보증금이 너무 비싸서 못 가요 : )
Q8. 레스토랑 이름 츄리츄리 뜻이 있나요?
아내 이름이 피오레인데 꽃이라는 뜻 이에요. 시칠리아어로 꽃이 츄리츄리라서 아내 이름을 따서 레스토랑 이름을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