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파스타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를까?
대중적으로 흔하게 알려진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 까르보나라 같은 파스타 요리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가만 보면 이 요리들은 모두 공통점을 한가지 갖고 있다. 바로 기다란 면 형태인 스파게티로 만든 요리라는 점이다.
불과 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파스타를 우리들은 스파게티로 불렀다.
당시에 소개된 파스타 요리들은 대부분 스파게티를 이용한 요리들이었고 이로 인해 대중들에게 이탈리아 요리란 스파게티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등장한 mbc 드라마 파스타는 이미 인기가 많았던 이탈리아 요리를 광풍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유행 아닌 유행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알리오 올리오가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있음을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 드라마 파스타는 다양한 파스타 요리들을 대중들에게 이탈리아 요리를 조금 더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기다란 면 형태의 스파게티, 링귀네 이외에도 극중 이현욱과 오세영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등장하는 라비올리는 아마도 시청자들의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가 가진 이탈리아 요리, 특히 파스타에 대해 갖고 있던 닫힌 시야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열려갔으며 수많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새로 등장하고 발전하며 셰프 들은 다양한 파스타 요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려 많은 노력을 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중 정점에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 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이기도 하다.
물론 크게 본다면 이탈리아 남부를 주축으로 건(乾) 파스타가 발전한 것은 맞지만 이는 기후와 지역적인 요인으로 경질 밀인 세몰리나의 재배 및 수입이 수월하였던 요인 때문인 것이며 이탈리아 남부는 건(乾) 파스타만 먹는 것 역시 잘못된 인식이다. 이탈리아 파스타를 생(生) 파스타, 건(乾) 파스타로 구분하는 것은 이를 건조했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나눈 것일 뿐이며, 엄밀히 말하자면 계란이 들어간 파스타와 아닌 파스타로 구분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각 나라에 환경에 맞춰 다양하게 현지화 된 파스타 요리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본토에서의 파스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탈리아는 통일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국가이다. 그만큼 아직도 강한 지역색이 남아 있으며 각 지역간 갈등 역시 봉합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강한 지역 색만큼이나 각 지역간 요리들은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인접한 지역에서는 비슷한 요리 스타일이 반복되다가 어느 일정 구역을 넘어서면 180도 다른 요리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다양한 지역만큼이나 정말 수많은 요리들이 있으며 이탈리아 요리사들조차 이 광대한 모든 이탈리아 요리를 완전히 알 수 없을 정도이니 이탈리아 요리의 다양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크게 북부와 남부로 문화적, 정치적으로 갈라져 있었으며 이는 식 문화 역시 북부와 남부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는 주로 계란과 밀가루를 이용하여 만드는 생(生) 파스타, 남부는 밀가루와 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건(乾) 파스타로 구분하는 이분법은 엄밀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남부는 건(乾) 파스타를 먹는다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파스타가 생산된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파스타의 생산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가족 운영 파스타 공장이 등장했던 16세기 말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파스타 자체는 17세기까지 흔한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폴리 왕국을 강타했던 기근 이후에 백금(Oro bianco)이라고 불리는 압출 공정의 발명되며 저렴한 생산가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발명과 함께 풍부한 단백질을 갖고 있는 세몰리나 밀의 영양학적인 특성이 맞물려 파스타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건조를 도와주는 적절한 습도와 햇빛, 바람을 가진 이상적인 기온의 나폴리 공국 지역은 오늘날 우리가 건파스타로 알고 있는 형태의 파스타 생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캄파니아 지역의 그라냐노(Gragnano)는 파스타 생산의 정점에 있었다. 현재 유럽연합의 원산지 표기 및 보호 정책을 통해 이탈리아 그라냐노 파스타는 원산지 지정 보호제(DOP)의 한단계 아래 단계인 지리적 표시 보호제(IGP)에 등록되어 있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건(乾) 파스타를 지칭할 때, 반드시 세몰리나 물과 물만으로 만들도록 법적으로 지정하였으며 이외의 첨가물이 들어간 경우는 특수 파스타로 분류하며 듀럼밀 세몰리나 파스타라는 단어를 붙이고 사용된 첨가물을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남부지역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生 파스타는 존재한다. 다만 세몰리나 밀과 물을 이용한 반죽 방식이 주를 이룰 뿐이며 그 파스타 종류는 수 백가지에 이를 정도이다.
반면 생파스타는 어떤 것일까? 이탈리아에서 생(生) 파스타를 크게 두가지로 분류하며 그 중 하나가 우리가 흔히 생(生) 파스타로 알고 있는 계란 파스타(Pasta all’uovo)이다. 계란 파스타는 반드시 계란 파스타 라는 명칭으로만 판매를 하도록 식품법으로 제정하고 있으며 이 외에 다른 생(生) 파스타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여 생산된 밀가루와 물 반죽으로 만들어진 파스타를 지칭한다.그렇기 때문에 계란이 들어간 파스타를 생生 파스타로 지칭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물론 계란으로 반죽한 파스타가 이탈리아 북부를 중점으로 발달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생生 파스타는 계란을 넣어 반죽한 것이다 라는 오해가 생겨났을 것이다. 건(乾) 파스타 종류에도 계란을 넣어 반죽한 계란 파스타를 건조 시킨 파스타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생生 파스타, 건(乾) 파스타의 분류는 건조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중점으로 분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이탈리아는 앞서 말했듯 통일 전 여러 지방국가로 분열되어 있었고 각 지방마다 다른 기후와 환경, 식재료 등 여러 요인으로 다양한 형태의 파스타가 발전을 했다. 지리적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와 인접하고 있으며 알프스 산맥을 끼고 프랑스 와도 역사적으로 밀접했던 이탈리아 북부는 전통적으로 부유한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리들이 발전했으며 사실 파스타 요리는 귀족 음식이라기 보다는 서민 음식에 더 가까웠다. 서민 음식에 가까웠다 한들, 경제적으로는 남부에 비해 풍족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계란을 이용한 파스타 반죽으로 만든 파스타가 바탕을 이룬다. 물론 계란 파스타 이외에도 밀가루와 물을 이용한 생파스타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생파스타 하면 떠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인 탈리아텔레는 우리나라의 칼국수와 비슷한 형태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파스타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낸 파스타 시트에서 파생된 종류의 파스타이다. 얇게 밀어낸 파스타 시트에서 파생된 다른 종류의 파스타는 얇게 잘라낸 탈리올리니, 탈리아텔레와 유사하지만 약간 더 폭이 좁은 페투치니, 폭이 넓은 파파르델레, 파스타 시트 자체를 사용하는 라자냐, 그리고 속을 채워 만드는 ‘속 채움’ 파스타인 다양한 라비올리 종류가 있다.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는 단순히 북부 남부로만 구분하기엔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게다가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기후적인 요소들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파스타 요리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북부 지역인데도 항구 지역이라면 해산물을 이용한 파스타 요리들이, 남부 지역인데도 내륙에 가깝다면 육류를 이용한 파스타 요리들이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육류 파스타인 라구 역시 볼로냐뿐만 아니라 리구리아식, 토스카나식, 나폴리식이 존재하며 우리가 아는 봉골레나 해산물 파스타는 항구를 끼고 있는 바닷가 도시라면 북부, 남부 상관없이 어디든 존재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글 김밀란(본명 김민석)셰프
이탈리아 AlMA 요리학교 졸업 / 이탈리아 밀라노 미슐랭 2스타 셰프
누구보다도 파스타에 진심. 삼시세끼 파스타만 먹을 정도로 파스타에 미쳐 살았다. 내가 만든 파스타가 더 맛있길 바라는 마음,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모은 돈 끌어 모아 이탈리아로 직행했다. 알마(ALMA) 요리학교 졸업 후 현재는 이탈리아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서 7년째 셰프로 일하며 여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20만 구독자들의 랜선 요리 형님 〈김밀란〉으로 활약하며 영상을 통해 그간의 내공을 분출하는 중이다. 누구나 실패 없이 맛도 영양도 듬뿍 담긴 파스타를 즐길 수 있도록, 이탈리아 본토의 맛을 당신의 식탁에 전달하고자 한다. 저서로는 <김밀란 파스타>, <김밀란 리조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