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국수를 ‘친다’하고, 한국에서는 국수를 ‘뽑는다’, ‘누른다’고 하고, 일본에서는 국수를 ‘썬다’고들 한다. 왜 나라마다 국수 제면에 대한 표현이 다를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 재미있는 나라별 제면법을 소개해보도록 한다.
국수를 ‘치는’ 중국
중국 진대(晋代 5-6세기)에 쓰여진 농서 [제민요술(濟民妖術)]에 수인병(水引餠)이 인류 최초로 문헌상 남아있는 국수 제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밀가루를 조미한 육즙으로 반죽하여 젓가락 굵기로 다듬어 1척 길이로 자르고 물속에서 숙성된 면을 손가락으로 얇게 눌러 부추 모양으로 만들고 냄비에 넣어 삶는 것” 이라 했다. 이 수인병이 끓는 물 속에 들어가 탕면이 되었다. 수인병이 지금의 수타면이 된 것이다. 국수가 가늘고 긴 디자인으로 그 식감과 탱탱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기 시작한 시초였다. 중국의 산시성은 국수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국수로 유명한 곳인데, 중국 국수 역사의 발원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산시성에는 유독 특이한 물 성질인 알칼리수가 흐른다. 이 알칼리수가 바로 수타의 비밀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국수를 치며 끊어지지 않고 한없이 늘어나는 국수를 만드는 묘기 같은 기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알칼리수는 글루텐의 그물망을 촘촘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밀가루의 점성과 탄성을 높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 부드러우면서도 가늘고 긴 국수의 면발의 시작은 화북지방 특수한 물이 도왔다.
중국에서 국수를 ‘친다’ 라는 말은 국수의 제면법을 대표한다. 밀가루 반죽을 면판(麵板) 위에 치고 잡아당기고 반복하면서 길게 뽑아내게 되니 라면의 어원이 된 화북지방의 납면(拉麵: la-mien: instant), 화남지방의 타면(打麵: ting-mien)이 되었다. 이 납면이 밀가루 반죽을 길게 한 줄로 뽑아 낸 것이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할 때 견수, 즉 알칼리수를 만들어 반죽에 사용한다.
국수를 ‘뽑고 누르는’ 한국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수를 왜 ‘뽑는다’ ‘누른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메밀가루에 있다. 동 아시아 북부가 원산지로 알려진 메밀은 파종 후 약 2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생육기간이 짧다. 또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가뭄이 심해 천수답에 물을 대지 못하면 논에 메밀을 심었다. 우리는 중국의 밀가루를 이용한 면을 응용하여 메밀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 먹었다고 봐야 한다.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이 나온 1600년대 말엽에도 메밀은 으뜸가는 국수 재료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메밀을 국수로 변신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국수틀’이다. 반죽을 틀에 넣고 사람이 힘을 가해 누르면 국수틀에 있는 구멍 사이로 면이 뽑혀 나오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압면(押麵)이라고 한다. 점성이 높지 않은 메밀을 국수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국수틀은 옛 조상의 그림들 속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는데, 쫄깃한 면발을 위해 장정이 틀에 매달려 누르는 그림은 쫄깃한 면발에 대한 욕망과 열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1607년에 집필된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에 최초로 칼국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면요리가 등장하는데 지금의 칼국수와 다르게 메밀을 반죽 재료로 썼다고 한다. 메밀과 녹말을 섞어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점성을 늘려 반죽을 했는데 [증보산림경제]에 보면 “메밀을 반죽한 것을 목안(木案)에 놓고 얇게 밀어서 가늘게 실처럼 썬다”고 하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칼국수의 제면법인 ‘절면(切麵)’의 시작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수를 ‘써는’ 일본
일본은 동서로 길게 뻗은 섬나라로 동과 서로 나뉘어 부르는 명칭이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간토(관동 關東)과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간사이(관서 關西)하고 한다. 교통의 발달로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영호남처럼 일본의 관동과 관서지방에도 문화적 차이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국수문화는 관동지방의 ‘소바’와 관서지방의 ‘우동’으로 대표된다. 그래서 일본의 제면법을 일컬을 때 ‘썰다’는 우동을, ‘뺀다’는 소바를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관서지방의 우동은 수타면도 있지만 이른바 ‘족타’로 반죽하는 방법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누끼 우동은 바로 관서지방의 시코쿠의 가가와현의 자랑이다. 면 반죽을 발로 밟아 탄력을 극대화시키고 숙성시킨다.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밀고 펴는 과정을 거친 후 “썰어서” 끓이는 방법, 그것이 우동이다. 가가와현은 강수량이 적고 일조시간이 길어 밀을 생산하기에 이만한 땅은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밀은 예부터 풍미가 좋기로 유명한 명품 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외국산 밀가루를 수입해 대체되고 있다. 관동지방의 소바는 메밀이 주 재료이며, 이는 기후와 경작지의 차이에 따라 생성된 역사일 것이다. 소바는 메밀로 만드는데, 메밀가루는 반죽을 해도 밀가루처럼 끈기가 없기 때문에 보통은 밀가루, 참마, 계란 따위를 섞는 경우가 많다. 그 끈기 없는 메밀을 익반죽하고 찰기를 높여 소바 반죽이 되는데 여기서도 일본의 소바는 ‘썬다’. 우리나라는 압출식 냉면을 뽑고, 일본은 반죽을 밀고 써는 것이다.
국수를 써는 일본의 면을 두고 칼국수에서 유래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꼭 하나의 경로로 문화가 전달되어지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면식 문화를 꽃피운 동아시아 3국의 문화가 이제 서양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젓가락을 써야 세련된 유럽인이라는 인식과 함께 더 찬란하게 꽃필 것이다.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한솥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