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바마에 김철주 사장님
몇 년 전 부터 성수동에 소바 전문점의 동영상이 숏츠에 등장하더니 일반인들은 물론 인플루언서들의 방문 후기가 늘어나기 시작한 곳이 있다.
“소바마에”는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선주후면(先酒後麵)”의 뜻으로 면을 먹기 전에 가볍게 술을 한 잔 곁들이는 일본식 식문화이기도 하다.
가게를 오픈한 지 4~5년 남짓 되었는데 2호점(소바마에 니고)을 내고 줄을 세우고 있다. 일본에서 사업가로 30년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김철주 사장님의 이야기는 차분하고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지울 수 없었다.
“소바는 혀가 아니라 코로 먹는다. 소바의 향은 먹을 때 보다 반죽할 때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 땅콩냄새 같은 메밀 향을 맡는다는 것이 바로 반죽자의 특권이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본에서 30년간 무역업을 했던 사업가였습니다. 전자부품, LCD 등의 수출입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 소바에 푹 빠졌어요. 그래서 소바 장인을 찾아다니며 기술도 배우고 소바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를 겪게 되면서 사업을 접게 되었고 한국에서 무얼 할까 하다가 작은 소바 가게를 시작해 봤습니다.
Q2. 일본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쌓은 경험이 지금의 삶과 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같은데요. 일본에서 얻은 배움이 어떤 방식으로 사장님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소바의 기술만 배운 게 아니죠. 음식을 대하는 자세, 청결의 습관, 식문화, 장인정신, 철학…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눈과 귀, 코와 혀, 손의 감각 등 온 몸으로 배우고 익히고 알게 된 거죠. 한 마디로 무엇이다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Q3. 일본에서 소바를 배우고 수련하셨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수련을 통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배우셨고, 지금 소바마에의 운영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에서 제가 사업을 하면서 소바에 푹 빠졌다고 말씀드렸는데 맛보고 먹는데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소바 면을 써는 기술은 3주 안에 배울 수 있고, 소바 반죽을 밀대로 편평하게 피는 데 3개월이 걸리고, 소바 반죽을 배우는 데는 3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 에요.
소바는 반죽이 전부다 할 수 있죠. 소바 반죽에는 물과 메밀가루만 들어갑니다. 그만큼 가수율이 중요하죠. 날씨와 온도, 습도까지 소바 반죽의 변수가 됩니다. 글루텐이 없는 100% 주와리 소바의 경우에는 그 반죽하는 과정이 더 까다롭고 어려워요. 저는 일본에서 배우다가 가르치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칼로 썰어내기 전 반죽의 접힌 상태
Q4. 소바 가게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여러 지역 중에서도 성수동을 선택하신 이유와, 이곳이 가진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처음엔 가게를 시작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코로나때 뭘 할까 적당한 게 없었죠. 제가 소바를 좋아해서 한국에서 먹어보러 여기저기 다녔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고 먹고 했던 소바랑 한국에서 먹어 본 소바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소바를 만들어서 팔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랑 둘이서 손님들하고 이야기 주고 받으면서 재미있게 장사를 하고 싶어서 가게를 다찌 형태로 인테리어 하기도 했죠. 술을 곁들이면서 단골손님들과 대화하려고요. 1년 반 정도 아내랑 둘이서만 가게를 운영했었어요.
그러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고 나서 손님들이 너무 몰려서 성수동은 모든 걸 수용할 수 있는 동네라는 생각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제가 소개하는 새로운 소바의 세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5. 소바마에 소바는 유난히 빛깔이 흰색을 띠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메밀가루에는 흰 메밀이 있고 검은 메밀이 있는데 저희는 껍질을 섞지 않고 알맹이만 갈아서 색이 흰색에 가깝죠. 다른 곳에서는 메밀 껍질을 가루에 섞어서 색이 좀 진하기도 하죠. 메밀 껍질을 가루에 넣으면 약간 거칠기도 한데 저희는 희고 부드러운 소바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한국식 막국수 같은 경우에는 압출식으로 뽑아내는데 저희 소바를 칼로 썰어내는 절면 형태입니다.

칼로 썰어낸 소바의 남은 가루를 털어내는 장면
Q6. 소바마에의 메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드신 메뉴를 보면 자루소바, 가케소바, 토로로소바, 니싱소바네요.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메뉴를 모두 드셨어요. 자루소바는 면과 장국이 전부인데 면은 아까 설명 드렸고, 쯔유는 저희가 직접 만들어요. 가쯔오부시, 다시마만 들어가는 밑국물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간장을 조미하죠. 간장도 저희가 직접 만듭니다.
니싱소바에는 청어가 들어가는데요. 일본에 ODM해서 들여 옵니다. 시치미도 니싱소바에만 따로 드리는 특별한 시치미가 있어요. 마를 갈아서 토로로소바를 만들 때도 부드러운 풍미에 집중했습니다.
튀김 드셔 보셨죠? 저희 튀김가루는 메밀가루입니다. 글루텐 프리 튀김가루죠. 소화도 잘되고 바삭바삭합니다.

일본에 주문해서 만드는 소바마에의 명물 ‘니싱소바’

‘니싱소바’ 주문시에만 드리는 특별한 시치미
Q7. 가게 이름 속에 소바 마에스트로 라는 뜻도 있나요?
그런 의미도 내포되어 있지요. 하지만 제가 더 중점을 두었던 것은 ‘소바마에’ 문화입니다. 계란말이 같은 안주와 술을 곁들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먹는 소바 한 그릇의 맛을 생각한 거죠.
Q8. 가게를 운영하면서 강조하시는 것과 철칙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저울과 타이머를 철칙으로 삼고 있어요. 정확한 계량과 기준을 지켜야 하는 반죽자의 자세라고 봅니다. 그리고 생면을 만드는 가게는 청결이 매우 중요하죠. 제자들을 가르쳐 보려고 해도 이게 쉽지 않더군요. 긴 세월 동안 몸에 배어 있는 자세.
저는 그 자세가 음식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르쳐서 될 문제가 아니에요. 보고 배우고 느끼고 몸에 베어야 하는 문제 같아요.
그리고 이 잔소리라는 게 말이죠. 매일 할 수도 없고 해도 안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켜야 될 수칙을 매일매일 직원들께 이야기 합니다.

부드럽게 갈린 마와 소바의 궁합이 극강인 ‘토로로소바
Q9.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아! 소바유를 꼭 드세요. 소바유는 건강 그 자체의 면수입니다. 소바에 들어 있는 몸에 좋은 성분들이 소바 끓인 물 속에 녹아 있거든요. 저희는 매 시간마다 소바유를 즐겨 마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