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별식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여행지에서만 먹는 특별한 음식들을 꼭 한 번씩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오늘 이야기해 볼 국수는 특히 여행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국수입니다. 경상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국수로 역사와 문화를 함께 가지고 있어 ‘이야기’가 있는 국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출출한 속을 달래주었던 포항의 명물, 까꾸네 모리국수
소박한 어촌 마을 구룡포. 이곳은 과메기, 대게가 유명한 곳입니다. 실제로도 항구 앞에 내리면 길가에 쭉 대게 집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모리국수’입니다.
▲ 까꾸네 모리국수 입구
이 낯선 메뉴 이름을 검색하면 하나같이 이 집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바로 ‘까꾸네 모리국수’입니다.
▲ 커다란 양푼에 담겨 나온 모리국수 6인분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모리국수를 사람 수만큼 주문하니 거대한 양푼에 한가득 국수가 담아져 나옵니다. 얼핏 보면 해물탕 같기도, 칼국수 같기도, 어죽 같기도 한 이 낯선 음식의 어원에 대해선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일본식 표기라고 합니다. ‘많이 담는다’라는 뜻을 가진 모리(もり)를 붙여 ‘모리국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매운탕을 연상시키는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칼국수 면, 콩나물, 아귀, 오징어 등이 양껏 들어있습니다. 겨울엔 제철인 홍합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고기가 한창 많이 나던 시절엔 아귀뿐 아니라 대게, 바다 메기 등 다양한 생선도 함께 끓여 먹었다고 하네요.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모리국수는 고기 잡으러 나갔다 들어온 뱃사람들을 비롯한 이곳 구룡포 사람들의 사랑을 쭉 받아온 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의 사람들을 모으는 여행자들의 특식이기도 합니다.
▲ 모리국수를 개인 그릇에 덜어 먹는다.
이윽고 커다란 양푼에 모리국수가 나옵니다. 한데 모인 사람들이 앞다퉈 모리국수를 자신의 그릇에 덜어갑니다. 여러 명이 각자 그릇에 국수를 덜었는데도 아직 양푼에 한가득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명이 모여 먹어도 배불리 두둑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면발이 붇기 전에 면부터 먹고 오동통한 살이 있는 아귀도 함께 먹습니다. 살짝 익힌 칼국수 면을 넣고 함께 끓여 걸쭉하며 매콤한 국물을 그다음에 맛봅니다. 해산물이 들어있지만, 전혀 비리지 않고 시원한 국물이면 까꾸네 모리국수에 함께 파는 탁주가 절로 생각납니다. 이 맛에 TV며 책이며 다양한 곳에 소개되고 먼 곳에서부터 이 까꾸네 모리 국수를 먹기 위해 찾아오나 봅니다.
Tip. 까꾸네 모리국수 이용 안내
주소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239-13
메뉴 : 2인 12,000원 / 3인 16,000원 / 4인 20,000원 / 5인 25,000원 / 6인부터 5,000원씩 추가
연락처 : 054-276-2298
6.25 전쟁의 역사를 담고 있는 부산 밀면
밀면은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얼핏 보기엔 냉면과도 비슷해 보이는 밀면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고 잘 알려졌습니다. 전쟁 중에 부산으로 모여든 이북 지역의 피난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먹기 위해 구하기 힘든 메밀 대신 구호품으로 나오던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 16가지 한약재로 우려낸 시원한 육수와 함께 나온 남포동 원조밀면집의 물밀면
부산 이외의 지역에선 밀면을 찾기 어려우나 부산 내에선 곳곳에 밀면 전문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딜 가든 부산 특유의 밀면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집 밀면의 맛이 같지는 않습니다. 밀면의 3요소라고 부르는 육수, 면,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부산 내에 존재하는 모든 맛집의 밀면 맛은 각양각색입니다.
▲ 소사골로 36시간 푹 끓인 육수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밀가루와 전분을 소금물로 반죽해 뽑은 면을 사골과 한약재 등을 넣어 끓은 육수에 말아 먹습니다. 여기에 오이, 수육, 삶은 달걀 등 푸짐하게 고명을 올리고 맛이 강한 다대기와 식초를 넣습니다. 달면서 매콤한 밀면의 맛에 익숙해진 탓에 부산에선 비교적 국물이 밋밋한 냉면이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냉면집보다 밀면집이 더 많은 것이죠.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밀면이니 부산에 갔다면 밀면으로 유명한 집을 한군데 정도 찾아가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 한 그릇에 4,000원에서 5,000원 정도로 저렴하고 냉면처럼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있어서 일행과 함께 메뉴를 하나씩 시켜 맛을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부산의 상징인 국제시장, 그리고 비빔당면
▲ 국제시장 입구(B동 3,4공구)
2014년 12월, 천만을 넘었던 영화 ‘국제시장’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실제 부산에 있는 국제시장을 찾아가면 다양한 식용품, 농수품, 공산품들을 판매하는 큰 규모의 시장에 먼저 압도당하게 됩니다. 국제시장은 광복이 되면서 일본인이 철수하자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었고 6.25전쟁 이후 미군의 군용 물자와 밀수입되는 물자들이 유통되면서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부터 부산의 상징이기도 한 곳입니다.
▲ 국제시장 내 분식집 풍경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것 같은 시장에 매료되어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곳곳에 잠깐의 허기를 때울 수 있는 먹을 곳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부산에, 그것도 국제시장에 갔다면 꼭 먹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밀면처럼 부산 사람들에겐 익숙하지만, 그 외 지역의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비빔당면’입니다. 이름만 들어선 잡채와 같은 음식일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생김새도, 맛도 전혀 다릅니다.
▲ 깡통시장에 위치한 비빔당면골목
흔히 깡통시장이라고 불리는 국제시장의 한 부분에 가면 길게 비빔당면 노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비당(비빔당면)골목’입니다. 국제시장과 역사를 함께 한 할매들이 좌판을 길게 깔고 앉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빔당면을 주문합니다.
▲ 비빔당면을 육수에 토렴하고 있다
당면, 어묵, 당근, 시금치, 단무지가 담긴 그릇이 쭉 깔려있습니다. “비당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면 할매가 면을 육수에 토렴합니다. 그리고 빨간 양념을 얹어 줍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빔당면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간단한 음식입니다. 손님맞이로 바쁜 시장 상인들이 쉽고 빠르게 먹기 위해 당면에 간단한 고명을 얹어 먹은 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 부산의 명물 비빔당면
볼거리가 많은 국제시장을 구경하다 출출해지면 찾아와 한 그릇 먹어도 될 정도로 가격이며 양이며 부담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유난히 비빔당면 골목에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이자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Tip. 깡통시장 비빔당면 골목 이용 안내
주소 :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동2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죠. 여행지의 낯선 풍경도 좋지만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과 함께 여행의 추억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