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아파트 사이 작은 골목에 파스타 공작소를 차리고 파스타 요리법을 강의하며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노순배 셰프를 만났다.
파스타에 대한 많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의 강의에는 셰프 들이 찾아 와서 배운다.
혼자 책 쓰고, 혼자 가르치고, 혼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저 조용히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곳으로 지내고 싶다는 그의 내공을 인터뷰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노순배
‘파스타 공작소’ 셰프
경기대학교 관광대학 조리과학과 졸업,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졸업
이탈리아 ICIF졸업
Atavolaconlochef(로마 피자 스쿨)를 수료
나폴리 Oasis 근무
볼로냐 La Voglia Matta 근무
라벤나 Nuova Piazza 근무
바르셀로나 IL Cipirones 레스토랑 근무
파비아 Sasseo 근무
배제대학교 외식산업학과,
세경대학교 호텔조리과,
청강문화 산업대학 외래 강사 역임
백석 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이탈리안 요리학원 IL Cuoco 외래 강사 역임
저서로 『이탈리아 조리 용어 사전』,『분자 미식학의 이해』,『알폰소의 파스타 스토리아』,『알폰소 셰프의 이탈리안 야식 따라잡기』등이 있다.
이탈리아의 기억과 이탈리아의 맛이 곳곳에 베어 있는 파스타 공작소 전경.
노순배 셰프의 작은 실험실이라고 할까?
매주 월요일마다 클래스가 열리는데 79기까지 배출했다고 한다.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23년 전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 졸업 후 국내 일반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울 특급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경력을 쌓고 저만의 식당 겸, 공방을 오픈하여 상암동에서 6년 동안 파스타공작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셰프 알폰소, 노순배라고 합니다.
Q2. 인테리어가 너무 독특합니다! 파스타 공작소라는 이름 답게 아주 많은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네요.
파스타 바에서 판매하는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도구들입니다. 오래된 조리도구는 진열용으로 걸어 두었습니다. 일부는 이탈리아 모데나(거래처)에서 일부 샀고 생면 파스타 미식 기행 중 벼룩시장 등에서 사들인 것들로 파스타 공작소에 걸어두며 수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앤틱 조리도구를 수집하는 취미로 갖고 있어서 매번 이탈리아에서 사오고 있습니다.
Q3. 모든 면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제면 하시는 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긴 면들은 판매량이 많아서 반죽기로 반죽 후 숙성을 거쳐 스폴리아트리체(제면기)로 내려서 만들어 지지만, 숏 파스타인 라비올리, 오레키레테, 가르가넬리, 뇨끼 등은 손 반죽 후 직접 하나씩 하나씩 수제로 직접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나씩 만들 때는 시간과 노력이 아주 필요한데요. 제면해야 하는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인 것 같습니다. (판매가 부진해도 뺄 수 없는 것은 찾는 마니아분들이 있으셔서) 또한 손 반죽할 때는 글루텐이 충분히 잡혀야 때문에 손바닥으로 반죽을 밀고 접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➀ 파스타 면을 스폴리아트리체(제면기)로 뽑고 나면
➁ 사이즈를 맞추어서 잘라내고
➂ 빗처럼 생긴 도구(뻬띠네)에 올려 놓고 하나씩 파스타(가르가넬리)를 말아 올린다.
➃ 말아 올린 파스타를 건조대에 올려 잠시 말리는 작업을 거친다.
Q4. 생면 파스타와 건면 파스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생면과 건면은 식감과 조리법에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생면은 건면에 비해서 부드럽고 수분이 많아 소화가 잘되는 것 같습니다. 생면 종류에 따라 씹는 식감이 독특하더라고요. 밀에 물을 이용해서 반죽한 파스타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달걀을 넣어 반죽한 면들은 부드럽고 딱딱해서 씹는 식감이 다양함을 느낄 수 있죠.
생면 조리법의 생명은 단 시간에 요리해야 합니다. 빨리 퍼질 수 있어서 소스에 넣어 볶는 시간이 짧아야 해요.
생면은 위장질환이 있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분들에게는 권장해 드립니다. 단점은 조리 후 손님에게 제공했을 때, 수분이 많아서 빠르게 불고 퍼지는 단점이 있고 소스와 엉겼을 때 굳어버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빠르게 즐기는 것을 권장합니다.
뽑아 놓은 생면은 틀에 올려 놓고 건조하거나 말리는 도구에 걸어서 건조한다
Q5.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지의 식자재와 다른 점이 있을 텐데, 어떻게 공수하시는지, 식재료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현지의 제품을 기본으로 한국적인 재료를 가미해서 조금 풀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현지 수입된 버섯 페스토에 국내산 버섯으로 페스토를 만들어 섞어 과하지 않게 현지 맛을 온화한 맛, 신선한 맛으로 변화시켜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지 수입된 공산품 제품을 이용하면서 한국 입맛에 적합하도록 풀어서 만들어냅니다.
현지의 채소 등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은 여러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파스타에 맞는 채소를 찾아 매칭을 하고 있습니다.(cime di rapa 등은 참나물로 대체) 이탈리아 요리에 맛 내는 양념에 대해서는 타협은 없습니다. 치즈, 올리브유, 양념들은 꼭 맛난 재료만으로 사용해야 함을… 원가 상승한다 해도 대체품으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이탈리안 현지식의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Q6. 한국 면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와 이유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한국의 면요리와 이탈리아 면요리의 차이점을 알려주세요!
저는 평양냉면을 좋아합니다. 특히 고깃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섞어서 만들어낸 짭조름하면서 시원한 국물에 말아 먹는 깔끔하고 담백한 냉면을 좋아합니다. 이탈리아의 비슷한 요리는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 라고 하는 요리인데, 완자 넣어 만든 라비올리에 진한 고깃국물에 넣어 먹는 볼로냐의 대표적인 요리가 있는데…. 한식의 만둣국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네요.
조리법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탈리아 파스타는 팬 조리법(IN PADELLA), 인 브로도(IN BRODO), 그라탕 (GRATINATI)등으로 분류를 하는데 특히 면을 준비된 소스에 넣어서 볶아내는 팬 조리법이 한식 면 요리와의 차이점입니다.
식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생면도 알 덴테(AL DENTE)로 즐길 정도로 딱딱한 식감을 선호합니다. 건면 • 생면 상관없이 긴 면, 짧은 면, 라비올리 모두 그렇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예로부터 딱딱한 빵을 즐기는 민족이었고, 듀럼 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 사람은 쫄깃한 식감을 즐기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딱딱한 면발을 즐깁니다. 덜 익힌 면을 오래 씹다 보면 뒤끝에서 밀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Q7. 신메뉴 개발도 자주 하시는 편 이신가요? 그렇다면 그 메뉴 개발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메뉴 개발은 3~4개월 정도 1~2가지 씩 추가하고 저조한 메뉴는 제거하는데요. 이탈리아 파스타 기행 중에 벤치마킹을 합니다. 여행 후에 괜찮은 메뉴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추가하는 편이죠.
그렇지 못한 상황일 때는 오랫동안 이탈리아 요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해서 메뉴에 변화를 줍니다. 볼로냐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라비올리를 메뉴에 넣고, 나폴리 여행 중에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던 쉬알리테엘리(Scialatielli)를 메뉴에 넣는 등 인상 깊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메뉴를 개발해 냅니다.
Q8. 셰프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셰프님 또는 음식 관련 인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탈리아 요리 기초와 이탈리아 요리 강의 기법을 안토니오 심 셰프님에게 배웠고 파스타 맛 내는 비법을 오래 전 소르티노 셰프님에게 배웠습니다. 그 후에는 나름 저만의 파스타 메뉴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Q9. 파스타 공작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파스타 공작소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이 궁금합니다!
작은 파스타 공방을 천천히 돌아봐 주세요. 이탈리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품을 보고 이탈리아 작은 마을을 동경하거나 회상할 수 있는 편안한 생면 파스타 한 그릇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탈리아의 생면 파스타를 한 그릇 드실 수 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났으면 좋겠고, 일본의 허름한 라면 집 주인장들처럼 사북사북 70살까지 저만의 파스타 공작소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10. 파스타 공작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추가 지점 오픈 계획이 있으신가요?
추가 지점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동해안의 관광지인 어느 바닷가 근처에 파스타 공작소를 파스타 박물관 식당으로 꾸미고 싶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 파스타 공작소의 파사드는 딥 블루의 색을 칠했다. 바다를 동경하는 셰프의 바램 인 듯 하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 낸 신선한 재료들로 이탈리안 파스타를 요리하고 싶은 그의 소망이 이루어 진다면 파스타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남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2가길 24 1층 102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 출구에서 383m)
영업시간
월~토 11: 30 ~ 21:00 (라스트오더 20:00)
14: 30 ~ 17:30 브레이크타임
매주 일요일 휴무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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