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덴테는 알 단테가 아니다
알 덴테(al dente)는 파스타에서 씹는 맛이 느껴질 정도로 덜 익은 상태를 뜻한다. 알 덴테(Al dente)는 ‘이빨로’, ‘치아로’라는 뜻이다. 점차 이탈리아 요리에서 ‘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설익은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알 덴테로 익힌 파스타를 잘라 단면을 보면 덜 익은 부분이 가운데 부분에 얇게 심처럼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덜 익은 부분의 심이 사라질 정도로 잘 익힌 정도를 코투라(cottura), 더욱 충분히 익힌 상태는 벤코토(Ben cotto)라고 한다.
삶아지는 면의 확대 단면을 분석해 보면 처음 몇 초에서부터 이후 완전히 익을 때까지 면의 가닥에 물이 침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면 안의 흰색이 바로 ‘아직 덜 익은 상태’를 나타내는데 900초 정도 동안 점차 그 크기가 작아진다. 작은 흰 점이 눈으로 보이는 단계 까지가 알 덴테다.
그런데 마이리틀 텔레비전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가 ‘알 단테’라고 소개하면서 종종 ‘알 단테’라는 말이 잘못 쓰이기도 한다. ‘알 단테’라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안단테’라는 음악용어와 ‘알 덴테’가 잘못 섞여서 ‘알 단테’라는 조합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스파게티 삶는 도중 익힘 정도의 단면도
알 덴테를 먹어보면 알텐데…
알 덴테에 대한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차이
알 덴테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역에서 건면을 대량 생산하면서 부터 전국으로 퍼졌다. 알 덴테는 당시 스파게티를 먹는 문화 와도 관련이 있다고도 한다. 나폴리 길거리에서는 스파게티 포장마차가 많았다. 거리에서 그냥 솥을 놓고 석탄이나 장작으로 불을 때서 스파게티를 삶고 마늘과 기름, 소금을 듬뿍 뿌려서 팔았다. 이때 손으로 그냥 국수를 먹었다. 그러니 삶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국수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온도에 이르러야 했다. 이렇게 하면, 푹 삶은 국수는 퍼져서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점차 요리사들은 국수를 덜 삶아서 좀 놔두어도 퍼지지 않도록 조절했다. 이런 관습이 알 덴테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건파스타를 주로 먹는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알 덴테로 조리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생면을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일반적인 면 요리처럼 푹 익혀서 조리했다. 파스타 생면의 경우에는 촉촉한 밀가루 반죽의 형태가 유지되어 알 덴테로 익히는 것 보다 푹 익혀서 먹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의 유명 건파스타 제조업체 펠리체티는 삶는 시간을 코투라만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전국적으로 알 덴테 익히기로 요리해 먹는다. 파스타 공작소의 저자 노순배 셰프에 따르면 생면 또한 건조 시간을 길게 하여 면의 꾸덕함을 만들고 알 덴테 식감으로 익혀 먹는다고도 한다. 생면은 날 밀가루가 들어 있으므로 덜 익히는 정도(알 덴테)를 조심스러워 할 뿐이다. 생면의 알 덴테는 익히는 정도로 조절할 수 있지만, 반죽 상태로도 조절하기도 한다. 물을 조금 넣어 단단하게 반죽하면 더 쫄깃하고 딱딱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이탈리아 노점에서 파스타를 손으로 먹는 사람들의 빛바랜 사진
1660년 나폴리 화가인 루카 조르다노도가 그린 작품 ‘파스타 먹는 사람‘ 프리스턴 대학 소장 중)
오래 씹고 꼭꼭 씹고 끝까지 씹으면 알 텐데
알 덴테로 익힌 파스타의 장점은 오래 씹을 수록 밀의 향이 입안에 퍼진다는 점이다. 오래 씹어서 침의 분비를 촉진하고, 씹는 맛을 강조하면서 알 덴테의 씹는 맛이 즐거워진다. 또 다른 알 덴테의 장점은 소스와 버무렸을 때 최상의 맛을 낸다는 것이다.
알 덴테로 삶은 파스타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그물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그물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소스와 오일이 스며 들어 면에 맛이 베어 들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과 소스가 따로 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면과 소스가 잘 엉기게 되는 역할을 하여 맛을 훌륭하게 하는 에멀젼 현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식감 말고 영양의 문제도 있다. 파스타는 밀가루 중에서도 글루텐 함량이 높은 듀럼 밀가루로 만든다. 파스타의 재료가 되는 밀가루는 듀럼밀을 제분한 세몰리나이다. 흰 빵을 만드는 밀가루는 밀을 고도로 정제하여 아주 가는 입자로 제분하지만, 세몰리나는 입자가 굵어 단백질과 녹말 입자가 파괴되지 않고 많이 남아 있다. 듀럼 밀을 알 덴테로 먹으면 몸속에서 좀 더 천천히 분해되고, 혈당수치 급상승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스파게티 1인분(170그램)의 혈당지수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겨우 41로 저 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마카로니 한 컵(140그램)의 혈당지수도 겨우 45 정도이다.
파스타를 알 덴테 까지만 익히면 좋은 이유는 녹말 입자가 일부 그대로 남아 있어 혈당지수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로 파스타를 참아왔다면 알 덴테로 삶아서 요리해 보자. 그리고, 마음껏 즐기되 오래 씹고 꼭꼭 씹고 끝까지 씹기를 당부해 본다.
듀럼 밀을 수확한 알갱이
[참고서적]
– 셰프 안토니오의 파스타 (안토니오 심 저 /도서출판 대가)
–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저 / 돌베개)
– 프로를 위한 파스타의 기술 (니시구치 다이수케, 코이케 노리유키, 수기하라 카주요시 저 / 그린쿡)
– 파스타 공작소 (노순배 저 / 책과나무)
– 푸드 사피엔스 (가이 크로스비 저 / 북트리거)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한솥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