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 장인이자 연구자인 「겐지소바」 토리쿠라 소이치씨를 직접 만났다

소바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대량 생산된 기계제면 소바와, 수제 소바다. 외식업체에서도 기계제면 소바를 제공하는 곳과 수제 소바를 제공하는 곳 둘 다 있지만 수제 소바 전문점은 규모가 작고 가격도 비싸다.
일본인에게 수제 소바는 조금 특별한 존재다. 소바는 우동이나 라멘보다 더 고상한 이미지를 주곤 한다. 그 이미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소바를 손수 만드는 장인의 고집과 고고한 자세, 그런 “장인”의 모습이 소바의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사카 최대 번화가인 난바 한가운데에는 “겐지소바(源氏蕎麦)”라는 소바 가게가 있다. 작은 가게 안에는 주인이 소바를 직접 만드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창업한 지 100년 가까이 되어 가는 이 가게의 주인은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소바 장인’과는 조금 다르다. 그의 소바에 대한 태도는 마치 “연구자” 같았다.
오사카의 소바 문화를 되찾고 싶다

‘겐지소바’ 의 수제 소바를 만드는 작업대와 도구들이 조용히 시선을 머물게 한다.
“겐지소바”가 문을 연 것은 1929년. 현재 주인인 토리쿠라 소이치(鳥倉 荘一) 씨의 할아버지로부터 이 가게의 역사가 시작된다. 창업 당시 가게 이름은 “이치리키(一力)”였고, 메인 요리는 스키야키였다. 오래전부터 상업 도시였던 오사카에는 상업 목적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지역 상인들은 입맛이 까다로웠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난바의 외식업계는 예나 지금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지역에서 100년 가까이 가게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겐지소바”는 스키야키를 메인으로 시작했지만, 할아버지 시대에 가서는 가가와현에서 사누키 우동 장인을 초빙하여 수제 우동도 제공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두 세대에 걸쳐 수제 우동과 수제 소바를 제공해왔지만, 3대째인 토리쿠라 씨는 이 가게를 소바 전문점으로 탈바꿈 시켰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은 우동,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은 소바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쿄에는 “무로마치 스나바(室町砂場)”라는 오래된 소바집이 있는데, 그 뿌리는 오사카에 있다고 토리쿠라 씨는 말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성을 축성한 1583년, 오사카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고, 자재를 쌓아두는 ‘모래밭(砂場)’에 소바를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생겼다. 이후 수도 기능이 에도(도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소바 장인들도 에도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토리쿠라 씨가 “오사카의 소바 문화를 되찾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취미인 등산을 통해 여러 번 신슈(信州)를 방문하면서 소바의 맛에 매료된 것도 소바 전문점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연구자에서 소바 장인의 길로, 탐구는 계속된다
토리쿠라 씨는 원래 보건물리학 연구자였다. 방사선 장애에 대한 체계적인 방어 방법 등을 조사·연구하는 가운데 피폭을 비롯한 체내에 축적되는 물질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건강 문제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가업과 연결되었다.
선대가 병으로 쓰러진 뒤, 연구자로 일하면서 동시에 가게 일을 돕던 30대 초반,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때 토리쿠라 씨가 테마로 삼은 것이 “10년 후의 건강”이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자식에서 손주로, 사람이 먹은 것은 설령 무해하더라도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준다. 가능한 한 첨가물 없이, 미래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소바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이바라키현 산, 브랜드 품종인 히타치아키 메밀

100% 메밀로 만드는 주와리 소바 반죽을 밀대로 편 상태

한 가닥 한 가닥 직접 칼로 썰어 만드는 소바 면
그가 사용하는 메밀은 이바라키현 산, 브랜드 품종인 “히타치아키 소바(常陸秋そば)”다. 소바의 원료는 물과 메밀가루 뿐이며, 숙성 과정도 없다. 이 단순한 원료와 제조법에서는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고 토리쿠라 씨는 말한다. 데이터가 없고, 정답도 없다. 구전으로만 전해질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원료를 시험해왔고, 지금도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20여 년간은 향이 좋고 반죽하기 쉬운 히타치아키 메밀을 계약 농가에서 들여와, 가게 안에서 맷돌로 직접 빻아 사용하고 있다.
“소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토리쿠라 씨는 “물”을 가장 먼저 꼽는다. 그리고 두 번째 로는 “메밀 가루와 장인의 기술”이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공기도 중요하다. 어떤 장소에서 소바를 먹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소바는 오감을 통해 맛보는 음식인 것이다.
또한 “소바를 칠 때의 정신 상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고민이 많거나 마음이 흐트러져 있을 때는 만족스러운 소바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즐기는 마음, 매번 즐겁게 소바를 치는 기분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소바는 참으로 신비로운 음식이다.
매일 갓 깎은 가쓰오부시로 우려내는 국물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쯔유(つゆ)”다. “아무리 그래도 맛의 핵심은 소바보다 ‘국물’입니다. 국물의 세계는 소바보다도 깊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가게에서는 다시마, 가쓰오부시, 표고버섯 등으로 국물을 내지만, 사용 당일의 가쓰오부시는 매일 아침 시장에서 직접 깎아온다. 수십 년째 이어져온 습관이다.국물은 창업 당시 스키야키의 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타래(간장 양념 베이스) 레시피를 계승하고 있다. 매일 신선한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계절에 맞춘 쯔유를 손수 만든다. 물론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메뉴를 보면, 거의 모든 메뉴에서 니하치 소바(二八そば, 2:8 소바라는 뜻. 밀가루 20%+ 메밀 80%)와 주와리 소바(十割そば, 메밀 100%)를 선택할 수 있다. 주와리 소바에는 “글루텐 프리” 표시가 붙어 있다.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위해, 가게 안에서는 오직 주와리 소바만 손수 만든다. 니하치 소바는 외부에서 들여온다. 아무튼 대부분의 손님은 주와리 소바를 주문한다고 한다.

메밀 100% 주와리 소바의 색은 거의 흰색에 가깝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직접 깎아온 가쓰오부시로 만든 국물
소바는 일본의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토리쿠라 씨는 각국에서 소바 치기 시연을 해왔으며, 세계적으로도 소바가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가게의 주와리 소바를 건면(마른 면)으로 만든 제품이 호주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직을 떠나 소바 장인이 된 지 약 40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10년 후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 됐다, 만족했다”는 경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토리쿠라 씨. 그의 소바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00년을 한결같이 같은 자리에서 전통과 가업을 잇고 있는 ‘겐지소바’의 입구와 내부

글 마키 나오코(牧 奈央子)
·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 근무
· 2006년부터 17년 동안 「월간 면 업계」 편집장 역임
· 2024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마키 나오코는 교토시에서 태어났으며,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에서 일한 후, 2006년부터 17년간 「월간 면업계」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2024년부터는 독립하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