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소바
첫 번째 토가쿠시 소바. 토가쿠시 소바는 나가노현 북부에 위치했던 토가쿠시 마을의 명물 소바를 말한다. 지금은 나가노시로 편입된 토가쿠시 마을의 토가쿠시산은 수도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으로, 수도자들이 산으로 들어오면서 휴대음식으로 소바를 가져온 게 토가쿠시 소바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소바는 수제비나 떡과 비슷하여 만들기도 휴대하기도 비교적 용이했다. 현재의 토가쿠시 소바는 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거의 빼지 않은 채 원형의 큰 자루에 한입 크기로 보통은 다섯 개를 올려놓는데 이는 토가쿠시 마을에 신사가 다섯 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가쿠시 소바의 특징은 소바의 열매 속껍질을 벗기지 않고 갈아 만든 메밀가루로 반죽한다. 메밀국수를 한 다발씩 말발굽 모양으로 만들어 원형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낸다. 김가루를 뿌리지 않고, 매운맛이 강한 무를 곁들인다.
토가쿠시 소바 ⓒ난짱
두 번째 소바는 시마네현 이즈모 지역의 이즈모 소바. 보통 소바는 쯔유에 소바 면을 찍어 먹지만 이즈모 소바는 쯔유를 소바 면 위에 부어 섞어 먹는다. 이즈모 소바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리코소바이다. 와리코 소바는 이즈모 지역의 명물 향토요리이며, 와리코는 소바를 담는 둥근 찬합을 의미한다. 와리코 소바는 기본적으로 1인분에 둥근 찬합이 3단 나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5단, 또는 7단까지 나오기도 한다. 와리코 소바는 먹는 방법이 조금 특이하다. 먼저 가장 위의 1단에서는 잘게 썬 파나 간 생강, 김가루, 가다랑어포 등을 개인 취향에 따라 올리고 진한 소바 츠유를 부어 잘 섞어서 어느 정도까지 먹는다. 2단 찬합에서는 1단에 남은 소바를 붓고 섞어서 먹는다. 이러한 식으로 반복해서 먹으면서 약간 싱거우면 쯔유를 더 넣기도 하고 취향에 따라 파나 김가루 등을 더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소바 면을 삶은 물인 소바유를 마지막 찬합에 부어 남아 있는 쯔유와 잘 섞어서 마시면 끝난다.
이즈모 지역의 와리코 소바
세 번째 소바는 이와테현의 명물인 완코 소바. 완코 소바에서 완코란 목재로 만든 그릇을 뜻하는 이와테현의 방언이다. 완코 소바는 다른 소바와 달리 먹는 방법이 좀 독특하다. 뜨거운 소바 쯔유에 적셔 약간 간이 된 소바를 큰 그릇에 미리 담아 두었다가 점원이 손님이 먹을 작은 공기에 한 입 또는 한 젓가락 정도의 양으로 넣어준다. 그리고 손님이 공기를 비울 때마다 새로운 공기에 소바 면을 똑같은 양으로 반복해서 넣어준다. 다 먹은 공기를 옆에 쌓아 올리는데 배불러서 더 먹지 못할 때 손님이 공기 뚜껑을 덮어 식사가 끝났음을 알린다. 이러한 식사법은 예전에 이 지역에 찾아온 손님 모두에게 골고루 따뜻한 소바를 대접하기 위해서 적은 양의 소바 면을 많은 공기에 나누어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맛을 즐기며 먹는 것이 완코 소바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완코 소바는 얼마나 먹을 수 있는 지로 옆사람과 승부를 하고 싶어 지는 요리이기도 하다. 보통 여자는 평균 30~40공기, 남자는 50~60공기정도 먹는다고 하는데 가게에서 정해 놓은 일정 그릇 이상을 먹으면 기념품을 주거나 기념으로 몇 공기를 먹었는지 목판에 새겨 주는 가게도 있다.
완코 소바를 먹는 장면이 이색적이다 ⓒ일본관광청(JNTO)
부먹? vs 찍먹?
평평한 접시에 담아 먹던 소바기리는 원래 쯔유를 듬뿍 찍어 먹었다. 그러나 에도시대 중기에 접어 들면서 한 젓가락씩 찍어 먹는 것을 귀찮게 생각한 성질 급한 에도 사람들이 고안해 낸 소바에 쯔유를 뿌려(부어) 먹는 방법, 즉 붓카케소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바를 팔던 가게에서는 기존에 쯔유를 찍어 먹던 소바기리와 쯔유를 면 위에 부어 먹는 붓카케소바 두 종류를 함께 팔았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주문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종래에 평평한 그릇에 담아 쯔유에 찍어 먹던 소바를 ‘(그릇에) 담는다’는 의미의 모리라는 말을 붙여 모리소바로 부르게 되었다. 모리소바라는 명칭이 탄생한 에도시대 중기 이후, 소바를 팔던 가게 중 한 가게가 차별화를 꾀해 대나무로 엮은 발을 깐 자루에 소바를 담아 팔면서 자루소바라는 명칭도 생겨났다.
부먹 소바
01
가케소바 (かけそば)
국물을 부어 먹는 소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가케는 ‘끼얹다, 붓다’ 정도의 의미로, 가케소바는 소바면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장국를 부어 먹거나, 따뜻한 장국에 면을 말아 먹는 소바입니다. 가케소바는 온소바가 일반적이지만 냉소바로 먹기도 한다.
소바면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미소시루(장국)을 부어 먹거나, 따뜻한 미소시루에 면을 말아 먹는 가케소바
02
덴푸라소바 (天ぷらそば)
덴푸라소바는 소바에 미소시루를 부은 가케소바 위에 덴푸라를 올려놓은 소바이다. 일반적으로 올라가는 덴푸라는 새우튀김을 올려놓는다.
소바에 미소시루를 부은 가케소바 위에 덴푸라를 올려놓은 소바이다. 일반적으로 올라가는 덴푸라는 새우튀김을 올려놓는다.
03
기츠네소바 (きつねそば)
따뜻한 가케소바에 달달하게 조려 얇게 썬 유부, 즉 아부라아게를 올린 소바이다.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는 이유 또는 유부의 색이 여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뜻한 가케소바에 달달하게 조린 유뷰(아부라 아게)를 올린 기츠네소바
04
다누키소바 (たぬきそば)
다누키는 ‘너구리’를 의미하며, 다누키소바에는 속이 비어 있는 튀김 부스러기가 올라간다. 튀김 부스러기는 일본어로 덴카스 또는 아게다마라고 하는데, 덴카스가 올라간 소바를 다누키소바라 부르는 이유는 튀김 부스러기인 덴카스가 너구리의 볼록한 배를 닮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따뜻한 쯔유와 함께 먹지만 차갑게 한 히야시 다누키소바도 있다. 덴카스와 파 이외에는 재료다운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즉 재료라는 뜻의 ‘다네’와 빠지다는 뜻의 ‘누키’를 합쳐 다네누키라고 부르다가 이것이 줄어서 다누키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속이 비어있는 튀김 부스러기(덴카스)가 올라가는데 덴카스가 너구리의 볼록한 배를 닮아 다누키소바라 부른다
05
츠키미소바(つきみそば)
츠키미소바는 뜨거운 가케소바 위에 날 달걀이 올라가는 소바이며, 츠키미는 ‘달 구경’을 뜻하는 말로, 달걀 노른자가 달처럼 동그랗다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츠키미소바는 대부분 온소바로 먹지만, 드물게 냉소바로 즐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노른자를 반숙으로 올린다.
츠키미우동처럼 뜨거운 가케소바 위에 날 달걀이 올라가는 츠키미소바
06
가모난소바 (かもなんそば)
가모난소바는 오리고기인 ‘가모’와 ‘파’ 하면 떠오르는 ‘난반’과 ‘소바’, 세 단어의 합성어를 줄인 말로, 가모난반소바라고 하고, 난반소바라고도 한다. 가모난소바는 오리고기와 파가 올라간 따뜻한 가케소바다. 오리고기인 가모 대신 닭고기인 도리를 사용하면 도리난소바라고 한다.
오리고기인 가모, 파하면 떠오르는 난반과 소바, 세 단어의 합성어를 줄인 가모난소바
찍먹 소바
01
모리소바 (盛りそば)
모리소바는 먼저 소바만 먹어 메밀의 향을 느끼고, 다음으로 쯔유만 살짝 입에 넣어 쯔유의 농도를 가늠하고 본격적으로 먹는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한 번 젓가락으로 집은 면의 3분의 1정도만 쯔유에 찍어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소바의 은은한 향을 즐기는 게 이상적이다. 또한 젓가락으로 한번 집은 면은 도중에 면을 잘라 먹지 않고 모두 먹는 것이 기본이다.
쯔유에 소바를 찍어 먹는 가장 기본적인 모리소바
02
자루소바 (ざるそば)
자루소바는 모리소바 위에 채 썰 듯 잘게 썬 김을 올려놓은 소바요리를 말한다. 현재의 모리소바와 자루소바는 쯔유의 차이 없이 소바 위에 잘게 썬 김가루가 있으면 자루소바, 김가루가 없으면 모리소바라고 한다. 보통은 김이 올라가는 자루소바 쪽 가격이 아주 약간 비싸다.
모리소바 위에 잘게 썬 김을 올려 놓은 자루소바
김가루가 있으면 자루소바, 없으면 모리소바
03
세이로소바 (せいろそば)
세이로는 대나무나 나무로 짜서 만든 나무찜기를 말한다. 에도시대 초기, 소바면을 평평한 접시에 담아 내놓으면서 모리소바가 탄생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 찜기인 세이로에 소바면을 담는 것이 유행했다. 당시에는 소바를 삶지 않고 세이로라는 나무 찜기에 쪄서 먹었는데, 찐 소바를 그대로 세이로에 담아 팔면서 찜기 이름을 따서 세이로소바라고 부르게 되었다.
세이로소바의 세이로는 대나무나 나무로 짜서 만든 찜기를 말한다
04
덴세이로소바 (天せいろそば)
덴자루소바, 덴모리소바라고도 하는 덴세이로소바는 1950년대 도쿄에 있는 무로마치 스나바라는 소바 전문점에서 팔기 시작한 소바다. 세이로소바에 덴푸라가 한 세트로 나오기에, 세이로소바 앞에 덴푸라를 의미하는 덴을 붙여 덴세이로소바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세이로 소바에 덴푸라가 한세트로 나와 덴세이로 소바
05
오로시소바 (おろしそば)
오로시는 ‘무를 강판에 간 것’을 뜻하는 말로, 기본 소바인 자루소바나 모리소바와 같은 차가운 소바 위에 간 무가 잔뜩 올라간다. 자루소바나 모리소바를 시켜도 보통은 쯔유에 오로시를 곁들여 먹게 나오지만, 오로시소바를 시키면 훨씬 많은 양의 오로시가 나온다. 보통 오로시를 섞은 쯔유에 찍어 먹지만, 오로시와 쯔유를 소바 위에 부어 잘 섞어서 먹기도 한다.
자루소바나 모리소바와 같은 차가운 소바 위에 간 무가 올라가는 오로시소바
06
도로로소바 (とろろそば)
도로로는 참마를 갈아 걸쭉한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도로로소바는 보통 차가운 소바 위에 도로로와 달걀 노른자를 차례로 올려 잘 섞은 후 잘게 썬 파, 김가루, 와사비를 곁들인 쯔유에 찍어 먹지만, 도로로와 달걀 노른자를 넣어 섞은 혼합 쯔유에 면을 찍어 먹는 경우도 있다. 또 오로시소바와 마찬가지로 때에 따라서는 간 참마와 달걀 노른자를 올린 소바면에 쯔유를 끼얹어 먹기도 하는데, 두 쪽 모두 참마 특유의 점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도로로소바는 일반적으로 냉소바로 먹지만 온소바일 경우에는 야마가케소바라고도 한다.
차가운 소바면 위에 간 참마를 올려 먹는 도로로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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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세이로 (かもせいろ)
가모는 ‘오리’를 뜻하며, 가모세이로는 나무 찜기인 세이로 위에 담아 내놓은 차가운 메밀면을 오리 고기 조림이 들어간 따뜻한 쯔유에 찍어 먹어 추운 날씨에 제격이다. 오리 기름에서 배어 나오는 진한 향과 감칠맛이 소바면과 잘 어울린다.
세이로(나무 찜기) 위에 담아 내놓은 차가운 메밀면을 오리고기 조림이 들어간 따뜻한 쯔유에 찍어먹는 가모세이로소바
08
가와라소바 (瓦そば)
가와라는 ‘기왓장’을 뜻하며, 가와라소바는 뜨겁게 달궈진 기왓장 위에 소바를 올려 바삭하게 구워 먹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의 향토 요리다. 소바 위에 소고기, 달걀지단, 새우 등을 올려 바삭하게 구운 다음 김가루, 레몬과 모미지 오로시, 즉 홍고추 무즙을 넣은 새콤한 쯔유에 살짝 찍어 먹는다.
뜨겁게 달궈진 기왓장 위에 소바를 올려 바삭하게 구워 먹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의 향토요리, 가와라소바
글 정의상
現 조선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일본 오사카 국립대학 대학원 일본학과 문학박사(현대 일본어학 전공) 前 한국 일본어 통번역 학회 회장
한국일어일문학회 기획이사 한국관광공사 일본 사업 부문 심사위원 및 자문 위원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고, 직접 요리를 만들며 전문지식까지 갖춘 일본 문학 박사인 정의상 교수는 일본어를 통해 일본의 여러 문헌들을 접하고 공부하며 일본의 면麵 세계를 탐험해 온 지식인이다.
일본어를 통해 쌓아온 일본 음식 문화에 대한 강의를 준비 중이며, 그 열정과 지식 수준이 남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어 공부에 대한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으며 베스트셀러 또한 많이 있다. 그중에서 일본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문화로 맛보는 맛있는 일본 요리』는 일본 음식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