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먹는 겨울면
겨울은 면 요리의 최대 수요 시기다. 여름에도 차가운 소멘이나 냉면이 인기가 있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우동, 소바, 라면의 수요가 증가하고 생면이나 삶은 면, 즉석 면의 소비가 늘어난다.
일본의 면 제조업체 중에는 창업 당시에 얼음 제조업을 했다. 여름에는 얼음을 만들고 겨울에는 얼음 수요가 없어지자 우동을 만들었다는 곳도 있다. 이는 냉장고나 냉동고가 일반 가정에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가 없던 시절부터 겨울에는 따뜻한 면 요리가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겨울 면 요리의 대표 주자인 「나베야키 우동」
일반적인 우동은 삶은 우동에 따뜻한 국물을 부어 먹는 방식인데 반해 나베야키 우동은 여러 가지 재료와 면을 1인용 작은 냄비에 넣고 끓여서 먹는 우동이다. 뚜껑을 열면 김이 보글보글 올라오고 국물은 여전히 끓고있다. 기본 재료는 달걀, 파, 표고버섯, 가마보코(어묵), 기름에 튀긴 두부 등이다. 아주 뜨겁기 때문에 조금씩덜어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찻잔과 국물을 떠먹기 위한 국자가 함께 제공된다. 국물에서 끓이기 때문에 두꺼운면을 사용하지만, 나베야키 우동에서는 면의 탄력이나 식감(이른바 “코시”)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저 뜨거운 온도인 것이다.
이 나베야키 우동은 특정 지역의 전통적인 우동처럼 지역색이 있는 메뉴가 아니며, 일본의 일반적인 식당이나 우동·소바 가게에서 제공된다. 겨울 한정으로 제공하는 가게도 있고, 일 년 내내 제공하는 가게도 있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은 메뉴이다. 「나베야키 우동」이라는 단어가 에도 시대의 연극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아, 이미 에도 시대에는 존재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말로 냄비 우동이라고 할 수 있는 나베야키 우동
이 나베야키 우동은 1970년대에 극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앞서 말한 대로 가게에서는 나베야키 우동을 「토기 냄비」에 제공하는데, 금속 냄비와 달리 천천히 열이 전달되어 끓이는 요리에 적합하며 보온력이 뛰어나다. 가정에서도 토기 냄비로 요리할 수 있지만, 가게처럼 1인용 작은 토기 냄비를 가족 수만큼 갖춘 집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뜨끈한 나베야키 우동을 먹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알루미늄 냄비로 만든 나베야키 우동이다.
냉동 튀김 냄비 야끼우동(129엔)
면, 국물, 건더기, 양념이 들어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우동
일본의 겨울 면 요리에서 잊지 말아야 할 「넨고시 소바(年越しそば)」
1년의 끝, 12월 31일 (오미소카)에는 일본인들이 소바를 먹는다. 에도 시대 중기에 이미 정착한 이 풍습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잘 끊어지는 소바를 먹음으로써 그 해의 재앙을 끊고, 소바처럼 가늘고 길게 장수를 기원한다는 등의 이유가 있다.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소바로 먹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메밀 소바로 먹는 사람도 있으며, 가정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먹는 방법이 있다. 특별히 정해진 국물이나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날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소바가 소비되는 날로, 면 제조업체들은 연말까지 바쁘게 일을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길조의 음식이며 많은 사람들이 12월 31일에 소바를 먹지 않으면 새해를 맞은 기분이 나지 않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年明けうどん(새해 우동)」이라는 새로운 식습관도 제안되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15일 사이에, 새해에 어울리는 길조의 색인 빨간색 재료를 올린 우동을 먹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인 가가와현의 면업체 단체가 시작한 것으로, 조금씩 정착하고 있지만 아직은 넨고시소바 (年越しそば) 에 비할 바는 아니다. 50년 정도 지나면 이것도 또 다른 겨울의 상징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누키의 새해 우동(빨간 떡 속에는 단팥이 들어있다)
붉은 색 토핑을 얹은 새해 우동
글 마키 나오코(牧 奈央子)
·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 근무
· 2006년부터 17년 동안 「월간 면 업계」 편집장 역임
· 2024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마키 나오코는 교토시에서 태어났으며,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에서 일한 후, 2006년부터 17년간 「월간 면업계」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2024년부터는 독립하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