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밀가루의 가수율은 같은 종목이라도 분말의 상태나 칠 때의 기온, 습도로 몇 퍼센트의 차이가 나오기 때문에 언제나 똑같을 수가 없다. 같지 않다. 특히 습기가 많은 여름철은 다른 계절보다 가수율이 낮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바는 손의 감각이다. 아무리 가수율을 맞추더라도 매일매일 반죽을 뭉치고 밀고 썰어내는 장인의 손길만큼 정확한 수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전통 면 요리인 소바(蕎麦)는 단순한 메밀면을 넘어 깊고 깊은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다. 특히 ‘면’이라는 단순한 요소 하나에 담긴 정성과 과학, 그리고 철학은 오랜 세월 동안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그 중에서도 소바 반죽의 비율에 담긴 황금 공식과, 그것이 왜 ‘하치와리(八割, 8:2 비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그 비율조차 넘어서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물 한 방울의 차이, 맛을 가르다.
소바의 반죽은 메밀가루와 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밀가루까지 단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간단한 조합 속에는 매우 섬세한 균형이 숨어 있다. 특히 물의 양, 즉 반죽의 수분 함량은 소바의 식감, 탄성, 향, 삶았을 때 탄력감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물이 너무 적으면 반죽이 부서지고, 너무 많으면 면발이 퍼지기 쉽다. 실제로 많은 소바 장인들은 “물 한 방울이 맛을 좌우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의 기준이다.
메밀가루는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재료라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이 달라진다. 그래서 장인들은 재료보다 환경에 맞는 감각적인 조절 능력을 먼저 배워야 한다. 도구가 발달된 현대에는 정량 계량 도구와 자동 반죽 기계가 보급되면서 일이 쉬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고의 소바는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물 조절 능력 때문이다. 완벽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여전히 사람의 오감, 특히 손끝의 감각이 필요하다.
수제 소바 만드는 순서

01 체에 메밀가루를 쳐서 그릇에 담고 물을 섞어가며 반죽을 뭉친다.

02 반죽 원단을 2개로 나누고 한 손씩 교대로 잘 반죽한다.

03 쿠쿠리 : 원단을 하나로 정리해 국화반죽을 만든다.

04 원뿔형으로 배꼽을 낸다. 편평한 원형으로 한다.

05 거울 내기 : 반죽을 눌러서 납작한 원형으로 만든 후 손으로 꾹꾹 눌러 펼친다.

06 연장봉으로 더욱 크게 펼쳐 펼친다.

07 둥근 원단을 사각으로 만들고 반죽의 두께를 일정하게 편 후 폭을 조정한다.

08 반죽을 접고 일정한 길이로 썰어낸다.

09 소바 면이 완성된다.
80:20의 미학, ‘하치와리’라는 이름의 정수
소바 반죽 비율의 대표적인 공식은 보통 메밀가루 80%, 밀가루 20%이다. 일본어로 ‘하치와리(八割)’라고 불리는 이 비율은 단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메밀 본연의 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면발의 탄력과 식감을 보완해주는 절묘한 균형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100% 메밀가루로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100% 메밀로 만든 주와리 소바(十割そば)도 있지만, 만들기도 어렵고 식감이 다소 푸석해 질 수 있다. 메밀은 자체적으로 글루텐이 없어서 반죽의 탄력이 약하기 때문에 밀가루를 적절히 섞는 것이 면의 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치와리(八割)는 가장 대중적으로 안정적인 비율이다. 하치와리 소바의 또다른 이름은 니하치 소바(二八そば)로 2:8 소바라는 뜻이다. 즉 밀가루 20%에 메밀 80%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비율은 단순히 식감만이 아닌, 삶은 뒤 면이 끊어지지 않고 찬물에 헹궜을 때 특유의 윤기와 탄력감이 살아나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자루소바(ざるそば)’나 ‘세이로소바(せいろそば)’처럼 차갑게 먹는 방식에서는 이 텍스처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치와리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장인들 사이에서 전해져 온 경험의 집약체다.
많은 이들이 ‘하치와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균형 잡힌 맛과 식감과 질감, 그리고 전통적인 감성의 조화에 있다.

손의 감각, 온도의 법칙
반죽의 비율과 수분 조절만으로는 완벽한 소바를 만들 수 없다. 결국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장인의 ‘손’이다. 같은 재료, 같은 환경, 같은 도구를 써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게 된다.
장인의 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반죽의 질감, 눌림의 탄성, 손바닥에 닿는 촉감 등 오감으로 소바의 상태를 체크하며 매 순간 반응한다. 그래서 수타(手打) 소바는 ‘감각의 예술’이라 불린다. 이 감각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수년간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길러지는 기술인 것이다.
여기에 온도의 조절 또한 중요한 요소다. 특히 반죽할 때의 물 온도, 숙성 시간, 반죽을 놓는 작업대의 온도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겨울과 여름의 온도 차이는 재료의 성질을 바꾸며, 이에 따라 반죽의 질감도 변한다. 장인은 이런 환경적 차이를 직관적으로 읽고, 그에 맞게 반죽법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결국, 반죽의 황금비율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사람의 손과 감각이다.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감도(感度), 그것이 진짜 소바의 맛을 만들어낸다.
소바는 단순한 면 요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과학과 철학,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담겨 있다.
메밀과 물, 밀가루라는 단순한 재료를 통해 수많은 장인들이 수백 년 동안 실험하고, 실패하고, 완성해 온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먹는 소바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감각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 문화와 전통, 장인의 정신을 함께 맛보고 있는 셈이다. 소바 한 그릇을 대할 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깊이를 맛본다면 당신은 아는 만큼 즐기는 미식가가 될 것이다.

글 남 사무엘 셰프
– 現 배민아카데미 전임 강사 / 現 한솔요리아카데미 국제 요리 대회반 전임강사 / 現 (주)열정컴퍼니 대표 / 現 조리협회 상임이사
– 前 탑쉐프 요리학원 원장 / 서울요리학원 전임강사 / 썬앤푸드 셰프 / 일식 아카사카 과장 / 일본 가와 사키 한식당 서울 셰프 / 일본 (주)주락그룹 일식 셰프/ 일본 오오쿠라 호텔 셰프
도교 핫토리 조리학교 조리학과 졸업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10년간 일하며 배웠다. 세계의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한 화려한 경력과 현업에서의 수많은 요리 경험을 토대로 코칭 및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