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면옥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 1시간 줄을 서야 하는 인내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관면옥을 두고 엄지척 하는지 알게 되었다.
결코 짧게 끝낼 수 없는 평양냉면 이야기인지라 인터뷰가 길 수 밖에 없다고 미리 밝히며 끝까지 꼼꼼하게 읽기를 권해드린다.
“외식 사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Q1. 여러 음식 종류가 있었을 텐데, 냉면을 주요 품목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운영해 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운영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평양냉면은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한국 전통음식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평양냉면 매니아들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메뉴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평양냉면 식당을 준비하면서 연구할 수 밖에 없는 식당들은 우래옥, 을밀대, 평양면옥 같은 노포들 이었는데, 그들은 평양냉면이라는 메뉴 하나만으로도 반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엄청난 사랑을 받는 한식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이 특별한 음식을 노포들 처럼 전통을 갖춰 요리하고, 동시에 그들과는 차별되는 공간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Q2. 냉면은 육수와 면의 완벽한 조화에서 최상의 맛이 나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냉면의 육수와 면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냉면을 만드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나 원칙도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최상의 맛을 위해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구해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세심하게 조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습니다. 육수의 맛을 위해초신선 한우만 100%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사용할 육수를 하루 전날, 매일 새로 끓이고 하루동안 숙성하여 사용합니다. 시간이 지난 육수는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합니다. 또한 서관의 육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면은 국산 메밀 100%로 만든 순 메밀면입니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메밀전용 맷돌로 가장 곱게 제분하고 반죽해서 제면합니다. 그때마다 필요한 분량의 메밀만 제분하면 메밀향이 살아있는 신선한 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순면에서는 순수한 메밀의 풍미가 느껴지고, 이 근본의 면은 신선한 육수와 만나 최상의 조화를 이뤄냅니다.
서관면옥에서 사용하는 100% 국내산 제주 메밀
Q3. 쓴메밀과 단메밀로 메밀면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를 알고 싶고, 쓴메밀과 단메밀의 차이도 알려주세요.
메밀은 일반적으로 원물 그대로인 메밀쌀이나 제분한 메밀가루 형태로 유통되고, 원물은 ‘녹쌀’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렇게 녹쌀을 제분하여 냉면의 재료로 사용되는 메밀이 단메밀입니다. 저희는 녹쌀 형태의 단메밀을 구매해서 매일 제분하여 사용합니다. 쓴메밀은 맷돌로도 제분이 안될 만큼 단단한 껍질로 쌓여 있는 더 작고 납작한 형태이며, 검은 빛을 띕니다. 쓴메밀에는 메일의 효능으로 가장 주목받는 항상화 효과가 있는 루틴 성분이 40배나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껍질째 볶아 주로 차로 소비됩니다. 저희는 쓴메밀 가루를 단메밀 가루와 적절한 비율로 블랜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Q4. 저온 제분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온 제분 방식이 궁금하고, 그렇게 하는 이유 또한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3시간 이내에 마쳐야 하는 이유도 궁금해요.
메밀은 열에 가장 약한 작물입니다. 온도가 맞지 않으면 색이 변하고 향이 사라지며, 싹이 트거나 상해 버릴 수 있습니다. 잘 보관된 메밀은 살짝 옅은 녹색빛을 띄게 됩니다. 열을 만나면 메밀은 붉게 색이 변합니다.
저온에서 가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녹쌀을 제분하는 맷돌은 천연석 2개를 맞대서 모터로 돌려 곡물을 갈아내는 방식입니다. 느린 속도로 맷돌을 돌려 열의 발생을 최소화해서 제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쌀을 제분하여 바로 반죽하고 그 반죽으로 바로 면으로 만들었을 때 최고의 메밀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서관면옥에서 사용하고 있는 메밀면 제분기
편의를 위해 메밀가루를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여유를 위해서 미리 많은 양의 메밀을 제분해 두지 않는다. 그때마다 필요한 분량의 메밀만 제분하면 메밀향이 살아있는 신선한 면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Q5. 냉면의 육수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고 들었습니다. 육수를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특히 가장 신경 쓰시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육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재료, 한우입니다. 신선한 고기를 자주 구매해서 사용하고 피를 최대한 완전히 제거해서 사용합니다. 투명한 육수를 위해서는 피 빼는 작업이 그 출발입니다. 육향과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녹아 있는 육수에서 마지막 불순물 한 방울까지 제거하는 노력이 들어가야 완성되는 것이 평양냉면의 육수입니다.
Q6. 선주후면이라는 독특한 면반상의 이야기를 서관면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약용 선생의 음식이야기에 뿌리를 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서관면옥의 철학을 만드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먼저 술을 마시고 난 뒤에 국수, 즉 냉면을 먹는 다는 말이 선주후면입니다. 예로부터 술 한잔을 먹고 나서 냉면을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보통 고기 한 점에 술을 곁들인 후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평양냉면을 즐기는 식문화를 설명하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실제 고려시대부터 등장하는 냉면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은 다양한 문헌이나 문학작품 안에서 남아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언급하신 정약용 선생님의 글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월 들어 서관에 한 자 되게 눈 쌓이면,
이중 휘장 폭신한 담요로 손님을 잡아 두고는,
갓 모양의 냄비에 노루고기 전골하고,
길게 뽑은 냉면에다 송채 부침 곁들인다네.
이 글은 정약용 선생님께서 다산문집 ‘여유당전서’에 남긴 글인데, 추운 겨울 어복쟁반과 냉면을 즐기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선주후면을 즐기는 조상들의 멋과 풍류가 가장 잘 드러난 문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관면옥의 건물 외벽의 간판과 테이블에 비치한 홍보물에 이 글을 새겨뒀는데, 그 때문인지 정약용 선생님의 글이 저희 가게와 함께 이슈가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문학, 철학은 물론, 정치, 경제, 행정, 형법, 역사, 지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200년 전의 다산의 저서임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그대로 통용될 내용이 많다. 여유당전서야말로 그 어떤 고전보다도 많은 의미와 삶의 지혜를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문화 기록이다.
Q7. 혹시 면사랑의 냉면을 드셔 보신 적이 있으신 지요? 드셔 보셨다면, 그 맛과 품질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면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면사랑 제품은 30년이나 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인 만큼 자주 접하고 구매하게 됩니다. 저희도 직원식사를 위해 실제로 다양한 면사랑의 제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면사랑의 동치미육수 평양물냉면부터 칡냉면과 함흥 비빔냉면 제품을 좋아합니다. 면사랑의 탄력 있는 면과 새콤달콤한 육수와 양념도 정말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돼지와 소고기 고명부터 무김치까지 별도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냉동제품으로 유통하는 부분도 인상 깊습니다.
Q8.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서관면옥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평양냉면을 특정한 계절에 즐기는 매니아의 미식 정도로 여깁니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메밀의 수확철 이자, 냉면의 주요 식재료인 무, 소고기, 배추 등이 가장 맛이 올라 최고의 냉면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제철 냉면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대중에게 인식을 확산시키고 그러한 문화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관면옥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드물지 않게 방문하고 있습니다. 케이컬쳐와 케이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로 해외에도 다양한 한식 레스토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저희도 새로운 꿈을 꿉니다.
마지막으로 서관면옥과 평양냉면에 대해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면사랑과 누들플래닛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아름다운 한식인 평양냉면을 만드는 모든 평양냉면 브랜드와 식당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오늘도 시원한 냉면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관면옥을 공동 운영 중인 김성호, 허경만 대표 (왼쪽부터)
8년째 함께 사업 중이며 뜻과 마음이 같아 함께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