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이름이 면식범이라고 하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자를 알고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麵食犯의 의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그들의 “소행”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지, 그리고 얼마나 진지한지 깜짝 놀라게 된다. 여섯 살 즈음에 면을 즐기게 되었고, 그때 면에 대한 첫 세례를 받았다는 그와의 대화는 면에 대한 깨달음, 추종, 믿음이 강한 지 알려주는 즐거운 종교의식과도 같았다.
면식범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하루 세끼 면을 먹어도 전혀 불만이 없거나 더 먹고 싶은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환영~ 주로 냉면 이야기를 중심으로 면에 대해 얘기해요” 라는 소개 글이 보인다.
김용석님은 현재 프리랜서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문서 작성 코칭, 컨설팅과 제안서, 파워포인트, 문서작성 스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국민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하고 NS홈쇼핑 기획정보팀장, CJ올리브네트웍스 정보전략 컨설팅 팀장 및 연구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파워포인트 블루스』가 있다.
Q1.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체질에 안 맞아서 그만두고 책을 쓴 게 계기가 되서 프리랜서 강의 생활을 한지 14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전에 한 16년은 회사원이었죠. GS 홈쇼핑에 입사해 NS홈쇼핑 거쳐서 CJ 그룹에서 퇴직을 했습니다.
Q2. 언제부터 ‘면식범’ 커뮤니티를 운영하셨나요? ‘면식범‘ 커뮤니티를 만든 계기는 무엇이고, 이름을 짓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로 만나는 프리랜서들이 몇 명 있었는데요. 비즈니스 자리에서 식사나 오찬을 할 때 사람들이 면 먹으러 가자고는 말 잘 못하거든요. 저는 그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어느 날 상대편에서 ‘뭐 좋아하세요?’ 물어보셔서 ‘저는 냉면 좋아합니다.’ 하니 마침 거기에 모인 4명이 다 ‘저도요, 저도요’ 그러시더라고요. 그냥 인사치레로 그러는 거 아닐까 했는데 다들 얘기를 하는 걸 들어보니까 진짜 냉면 마니아들만 넷이 모였더라고요. ‘그럼 우리 만나면 면이나 먹으러 다니자, 우리끼리 만났을 때는 저녁이든 아침이든 점심이든 면 먹으러 다니자’ 라고 하니까 다들 좋다고 해서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처음 간 데가 아마 ‘을지면옥’이었을 거예요. 거기서 4명이 먹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딱 이랬어요. 깨끗하죠? “이거 누가 보면 하도 깨끗해서 이건 면식범의 소행이다” 그랬죠. 그거 재밌다, 대표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데 커뮤니티 있으면 거기서 이제 ‘나 면 좋아한다’고 커밍아웃 할 수 있게 그런 커뮤니티 하나 만들자 해서 만들게 되었죠.
Q3. ‘면식범’에 가입하는 기준이 별도로 있을까요?
면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멤버가 될 수 있죠. 다만 매체 특성상 워낙 스팸 계정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만 걸러내고 직접 가입 승인을 하고 있습니다.
Q4. 면식범에 가입된 멤버가 26,000명이 넘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따로 공개 모집을 하나요?
그냥 우연히 면식범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운영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진짜 밀물처럼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이렇게 많았나 면접麵接하는 사람들이… 싶었던 거죠. 커뮤니티에는 누구나 다 들어와서 글을 쓰실 수 있어요. 페이스북 그룹은 멤버 관리가 핵심인 것 같아요. 너무 상업적이고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여기는 좀 순수하게 한번 가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4월에 시작했으니까 10년 됐네요.
Q5. ‘면식범’에서 멤버들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소식을 공유하시나요?
저희 같은 면식범들이 면 맛집 아는 건 다 아는 사실이죠. 근데 제가 생각하는 면식범은 일반적으로 면은 누구나 다 좋아합니다만, 정도가 좀 심한 사람들, 하루 세 끼 중에 세 끼를 다 면을 먹어도 전혀 불만이 없는 자들이 면식범이라고 보거든요. 면이라는 것 자체에 만족해요.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면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디 갈 데가 없네’ 그랬을 때 주변에 평점이 별 3개 정도만 되는 데라도 있으면 간단 말이죠. 면 먹기 위해서 말이죠. 이런 사람들은 면 맛집이 사라지는 게 아쉽거든요. 그래서 ‘그런 데 좀 많이 가주자’ 이런 마음도 있어요. 유명한 집은 저희가 안 가도 잘 되잖아요. 저도 지방에 강의를 많이 다니는데 그 지역에 가면 내가 무슨 면을 맛볼 수가 있을지 그런 걸 먼저 찾아보거든요. 그러면 어디서 무슨 면을 먹고, 그 다음 날은 해장으로 여기서 무슨 면을 먹으면 되겠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찾아보는데 ‘면식범’이 참고가 많이 됩니다.
Q6. 구글지도로 ‘면식범 지도’를 만들었는데 회장님 혼자 만들었나요? 아님 다같이 만들었나요?
저랑 같이 일을 하는 프리랜서 한 분이 계신데 그 분도 관리자예요. 그 분하고 둘이서 만들었어요. 회원들이 계속해서 면 리뷰를 올리면 그거 보고 제가 다 찍은 거예요. 구글 지도도 있지만 카카오맵도 있습니다. 카카오맵 면식범 팔로워도 한 1,2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Q7. 지금까지 많은 면 맛집을 다니셨을 것 같은데 회장님만의 면 맛집선정 기준이 있나요?
예를 들어서 성남에 수라냉면이라고 있어요. 수라냉면이 성남 근처에 한 대여섯 군데가 있습니다. 가보면 보통 시장, 아니면 입구 주변에 주로 있거든요. 손님이 거의 다 동네 분들이에요. 성남 지역에 오래 사시면서 냉면이 거의 생활화된 거죠. 생각나면 정기적으로 거기로 가시는 거예요. 근데 딱 들어서면 느낌이 오거든요. ‘오랫동안 이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느낌. 그러면 맛이 없을 수가 없고, 정성이 안 들어갈 수가 없고, 그런 느낌이 옵니다.
Q8. 면사랑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면사랑에서 만든 면이나 소스를 먹어 본 적 있으신가요?
면사랑은 모를 수가 없죠. 저도 그렇지만 면식범 커뮤니티에 계신 분들은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면요리를 해주거든요. 맛집을 많이 찾아서 먹기도 하지만 스스로 요리해서 먹어요. 커뮤니티에 오늘 밤에 야식으로 레시피 올려 달라는 얘기도 하는데, 면사랑을 모를 수가 없죠. 면사랑 면 중에는 냉면사리 5인분짜리, 1인분짜리 따로 포장되어 있어서 되게 좋아하고요. 육수도 되게 좋아해요. 면식범에서 면사랑이 제일 유명한 게 우동이에요. 사누끼우동이 유명해요. 저는 이건 혁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먹었을 때 면발이 끝내줬거든요. 면사랑은 다른 회사에 비해 항상 높은 품질로 면식범들을 만족시키는 것 같아요. 믿고 먹는 면사랑이라고 할까요?
Q9. ‘면식범’ 자랑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면식범 회원님들 중에는 분야별로 저보다 고수인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주로 냉면입니다만, 다른 면에 대해서는 깊게 알지 못하거든요. 근데 파스타 좋아하시는 분들, 라면 좋아하시는 분들, 칼국수 좋아하시는 분들 장르마다 자기가 깊게 파는 분야들이 있어요. ‘면식범’에는 면집 사장님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그런 공지를 올렸어요. ‘우리는 어차피 좋은 면 먹으려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만든 면이 맛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여기서 홍보를 해라 그러면 우리들이 가서 진짜 그런지 한 번 봐 줄게’ 그러면 사실 모두가 좋은 거거든요. 그러면 가보고 ‘이런 것들은 좋았다, 이거는 조금 아쉽다, 이게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얘기해드립니다. 한 번은 이천에 있는 우동집 사장님이 수줍게 글을 올리셨어요. 이런 우동집을 하고 있는데 한 번씩 와서 맛을 봐달라고요. 근데 회원 분들이 몇 번 갔다 오시더니 “뭐야 무지 잘하잖아” “되게 잘하네” 해서 저도 참지 못하고 갔어요. 갔는데 서로 얼굴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왔다는 얘기는 안하고 조용히 먹고 와서 글을 썼죠. ‘이거 명불허전이더라’ 그러고 나니까 그 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어요. 오후 세시면 재료 다 떨어져서 문 닫아야 되는 그런 맛집이 됐죠.
Q10. 앞으로 ‘면식범’ 커뮤니티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아니면 이런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저도 직업이 있으니까 커뮤니티에 시간을 많이 쏟지는 못하거든요. 그냥 흘러가게 놔두고 있는데 계획은 있죠. 제가 기획자 컨설턴트 출신이니까 계획 같은 것들을 많이 내거든요. 우선 ‘면식범’ 앱을 만들고 싶어요. 플랫폼에서 독립해서 독자적으로 회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앱이 하나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저 혼자 관리하기는 어려우니까 장르를 나누려고 합니다. 무협지로 따지면 각 장르의 장로님들을 모시는 거죠. 그리고 면 맛집에 대한 가이드 같은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의 면식 일기 같은 내가 어디서 어디 뭘 먹으며 다녔지, 뭘 안 먹어봤지, 이런 것들을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데이터가 쌓이면 각자 취향을 파악할 수 있고, 나와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신뢰 할 수 있는 거죠. 세심하게 추적할 수 있는 각 면 분야의 장로들, 즉 고수가 있으면 그 분을 지지하고 그 사람의 맛을 추구하는 추종자들이 생기겠죠. 이외에도 재밌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만, 언제 그 꿈을 이룰지 저도 궁금합니다.
면식범 커뮤니티에서 부르는 용어 정리
일면식도 없다 : 같이 면발 한 번 당긴 적 없는 사이
면바고 : 밤 10시 이후에 사진 투척 금지 조항
내가 이 동네 미친면이다!!
야면증 환자 : 밤만 되면 도지는 면 결핍 증후군
면도 육수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 피도 눈물도 없이 면 사진을 투척하는 분들
이것은 면식범의 소행이 분명하다! : 면 맛집에서 완면한 빈 그릇을 보았을 때
면좌제 : 부모가 면식범인 경우 (생물학적/문화적) 자녀도 면식범이 되는 경우
초면 : 처음 같이 면을 먹게 된 사이
구면 : 전에 같이 면을 먹어본 사이
가면 : 가짜로 면을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
“면구스럽게” 또 국수를 삶으셨어요
면모닝 : 면으로 시작하는 아침
불면증 : 면을 안 먹어 잠이 안 온다
당면과제 : 눈 앞에 당장 먹어야 할 면이 있는 상태
아무려면 : 면이면 아무거나 좋은 마음의 상태
면지순례 : 면+성지순례
안면마비 : 면을 안 먹으면 마비가 온다.
반면교사 : 반만 먹은 면을 보고 교훈을 얻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면사포 : 면 사진을 보며 포만감을 느끼다 (유사어: 면타르시스)
면세점 : 세 젓가락에 뚝딱 먹어 버릴 수 있는 맛집
면식범 커뮤니티 주소
https://www.facebook.com/groups/noodlesusp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