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김성윤
2000년 조선일보 입사 후, 기자 경력 대부분에 음식 분야를 취재해왔다.
세계슬로푸드협회가 설립한 이탈리아 미식학대학(UNISG)에서 ‘이탈리아 지역별 파스타 비교 분석’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커피 이야기’, ‘식도락계 슈퍼스타 32’, ‘세계인의 밥’, ‘이탈리아 여행 스크랩북’, ‘음식의 가치’(공저)가 있다.
“그들은 면을 만들고, 길을 만들고, 역사가 되었다”
“‘면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면사랑의 면(麵)을 먹어보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겁니다.” 정세장 면사랑 사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터무니 없는 허풍이 아니다.
적어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면사랑 제품을 먹어보지 않았을 수가 없다.군 복무 시절 맛있게 먹은 짬뽕, 크림우동이 면사랑 제품임을 몰랐을 뿐이다. 면사랑이 지난 2000년부터 군대에 납품하기 시작한 ‘볶음짬뽕면’은 지금까지 PX(군부대 내 매점)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까르보나라 크림우동’ ‘청양고추 콘크림 우동’ ‘나폴리탄 스파게티’ 등 대부분의 면사랑 제품은 PX에서 월 평균 1만~2만5000개 이상 판매된다. ‘군필자’들에겐 추억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군부대로 예비군 훈련 가는 친구에게 “PX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면사랑은 대한민국 면 품질 향상의 숨은 공로자다.
특히 국내 우동면 수준을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 올린 주역이 면사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언젠가부터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우리나라도 면발 좋아졌네”라고 느꼈다면, 그건 면사랑이 ‘사누끼우동’이란 이름으로 냉동면을 생산해 납품하면서부터다.
“맛있는 면으로 우리의 식탁을 이롭게 하다”
면사랑은 면·소스 전문 업체다. 1993년 건면류 생산 3년 만에 생면류를 내놨고, 이듬해 냉동면·냉장면·냉면·쫄면·소스류 생산에 성공했다. 2018년 매출 1000억 원대 기업이 됐고, 지난해 14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매출이 1800억 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면사랑이 규모에 비해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유는 각종 면과 소스, 고명을 주로 초·중·고교 급식과 회사 구내식당, 외식업체, 자체브랜드(PB) 등 기업간거래(B2B)로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마치 무대 커튼 뒤 대역(代役)가수처럼 실력과 이름을 감춘 채 ‘맛있는 면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는 역할에만 충실했다. 코로나는 면사랑에게 시련이자 도전이었다. 모든 외식업체가 코로나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이들 외식업체와 거래해 온 면사랑은 B2B 시장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H 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로 B2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수퍼마켓, 대형마트, 대형할인점, 편의점까지 유통 채널을 넓히고 있는 면사랑의 H MR(가정간편식)이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성장 속도가 무서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사랑이 ‘품질제일주의’라는 원칙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면사랑 제품의 맛은 자타가 인정한다. “면 맛집에서 먹어본 맛!” “엄마가 해주던 맛” 등 소비자 리뷰는 칭찬 일색이다. 쉽게 구하기 어려울 순 있어도 맛에 대한 평가는 월등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면사랑의 HMR제품은 ‘2023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바삭만두 국물떡볶이’가 베스트에,
‘볶음짬뽕면’ ‘직화짜장(수출용)’ ‘떡볶이범벅(수출용)’이 대상에, ‘김치전골우동’이 컨수머초이스에 이름을 올리며 5관왕을 차지했다. 2021년과 2022년에 이은 3년 연속 수상 기록이다.
“맛있는 음식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만드는 사람의 사랑이다”
20년 넘게 국내외 무수히 많은 음식과 식당을 취재하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랑’이란 점이다. 아무리 식재료와 요리 솜씨가 뛰어나더라도 먹는 이가 기쁘고 맛있게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동을 주지 못했다. 엄마 음식이 최고인 건, 그 어떤 세계적 셰프도 엄마만큼 나와 가족이 맛있게 먹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면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면 다르다”는 자신들의 슬로건이자 신념에 진심이다. 냉면 육수를 제대로 내기 위해 동치미를 직접 담그는 기업, 면을 맛있게 뽑으려고 메밀 농사를 짓는 기업, 전국을 돌며 최고의 재료를 찾는 기업, 전 세계 면 맛집을 순례하며 연구하는 기업은 드물다. 면사랑은 진정으로 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끌고, 주목하는 회사이다.
정세장 사장은 “전 세계의 면을 제대로 만들어 한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의 말이 지금 실현되고 있다. 올해 창립 30년을 맞은 면사랑은 10월 18일 프랑스 수출을 위한 첫 선적을 시작했다. 냉동팩·냉동용기면 7종을 프랑스 대형마트인 까르푸(Carrefour)와 르클레흐(Leclerc)에 납품한다. ‘K푸드’ 더 정확하게는 ‘K누들’이란 정 사장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고 있다. 면사랑 창립 30년은 한국 면 역사 30년의 동의어이다.
30주년을 맞아 면사랑은 새로운 30년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에 섰다. 한국의 면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주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