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면 코너(Noodle Healthy) 면(麵)과 과학이야기
밀가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계 3분의 2 인구의 주식인 밀가루
밀가루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밥 신세로 오해 받고 있다. 수입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는 밀가루에 대한 각종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순수 자연식품인 밀가루에게 누가 누명을 씌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밀가루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 하나하나 제대로 알아보자.
밀은 이집트 문명, 그리스 로마 문명 등 서양의 1만년 문명의 원동력인 작물이다. 아시아의 쌀과 함께 세계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 5,000여 년 전부터 밀이나 밀가루를 먹어 왔다. 우리나라의 선조들도 귀하디 귀한 밀가루를 진가루라 부르며 고급 식재료로 사용했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라고 한다. 매일 먹는 밀가루는 에너지 또는 영양원으로서 중요 식자재이며 식이섬유도 포함되어 있다. 밀가루에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이 함유되어 있다.
신체의 호흡, 순환, 육체적 운동, 체온 유지 등 다양한 기능을 위해 인체는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밀가루는 100kg당 약 370kcal의 에너지를 내며 백미의 에너지량인 356kcal와 비슷한 수준이다.

글루텐은 죄가 없다
밀가루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글루텐이다. 밀 자체에는 점성이 생기지 않아 식재료 사용에 적합하지 않지만 밀을 가루로 만들면 물과 만나 점성을 띠게 된다. 빵과 국수의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글루텐이 소화 문제나 염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접하는 지식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앓고 있는 셀리악병(Celiac Disease)으로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된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일부 특이 체질의 사람들에게 설사와 영양장애, 장 염증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루텐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으며, 불필요하게 글루텐을 제거하는 것은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만성소화장애증인 셀리악병 외에도 밀가루에 대한 이상 증상으로 글루텐 불내증, 글루텐 과민성 장 증후군이 있다. 그런데 셀리악병과 글루텐 블내증은 우리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셀리악병은 일종의 유전병이라고 볼 수 있다. 셀리악병은 아이러니하게도 밀 소비가 많은 서구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다. 이는 ‘HLA-DQ2’의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병한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의 일반 사람 가운데 30~40%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으며 셀리악병 환자들 가운데 95% 이상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 지도에는 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레 짐작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할 큰 이유다.

밀가루는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밀은 수확 후 장기간 보관을 위해 살충제가 살포되고, 밀가루가 썩지 않는 이유는 잔류한 농약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의심하고 있는 이 첫번째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국내 도입되는 밀은 자체의 수분함량이 적고 수분활성도가 낮아 장기간 보관을 위해 다량의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밀가루로 만든 도넛이 썩지 않는 이유는 도넛이 고온(180℃)에서 표면이 살균된 상태로 보관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탕 및 설탕 코팅을 하고 보관 중 건조 등으로 인해 수분활성도가 낮아져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의 발생이 억제된다. 우리나라 한과 또한 수 개월간 방치해도 기름이 산패되긴 해도 부패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밀수출국들은 정부가 나서서 농약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할 때에도 식약처로부터 잔류 농약 검사를 받은 후 적합성을 확인 받은 후 통관이 된다. 우리나라 밀가루에 대한 2015년 11월 식약처 제정고시 ‘농약잔류허용기준’은 국제기준인 CODEX 기준이나 일본의 기준인 Chlorpyrifos 0.1ppm 보다 매우 엄격하다.
“밀가루 먹어서 살이 찐다?”
탄수화물, 포만감, GI지수, 인슐린 저항성까지 제대로 알아보자! “밀가루 음식을 줄이니까 살이 빠지더라”,“밀가루만 끊어도 확실히 몸이 가벼워져요” 같은 말은 인터넷 후기나 다이어트 경험담에서 자주 듣게 된다. 사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오해다.
밀가루가 살을 찌운다는 인식은 대부분 “탄수화물은 지방보다 칼로리가 높고, 인슐린을 자극해서 체지방을 늘린다”는 이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탄수화물 자체가 살을 찌우는 주범은 아니라는 연구들이 이미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2012) 발표에 따르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과 체중 변화는 큰 상관이 없으며, 중요한 건 전체 칼로리와 음식의 질이다.”라는 결론을 냈다.
밀가루 음식을 끊고 살이 빠졌다는 경험담이 많은 이유는 대개 밀가루 자체 때문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든 ‘빵, 케이크, 쿠키’ 같은 고칼로리 가공식품의 과잉 섭취 때문이다.
밀가루에는 방부제도, 표백제도 없다.
“밀가루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역시 잘못된 정보다. 밀가루의 경우 수분활성도가 Aw 0.60정도다. 이는 미생물이 발육가능한 수분 활성한계치보다 낮다. 다시 말해 밀가루는 미생물로부터 안전한 식품이며 수분함량 또한 낮아 방부제의 사용이 불필요하다.
밀가루의 포장지에 기재된 유통기한은 1년이나, 실제로 밀가루의 저장수명은 밀가루의 품질과 저장 조건 및 포장 방법 등에 따라 다르다.
밀가루를 희게 만들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한다는 의혹도 있다. 소비자는 왜 그런 오해를 품고 스스로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이유는 1970~80년대까지는 사람이 직접 밀가루를 용기로 이동시키다 보니 합법적으로 과산화벤조일 같은 표백제를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2년 국내 제분업계 스스로가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한 후 표백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동화 공정을 통해 밀가루를 하얗게 만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밀가루에 사용되는 표백제는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사용 시 제품에 ‘표백됨(Bleached)’이라는 표시를 해야 한다.
지구인의 중요한 주식 중의 하나인 밀가루. 체중 관리만을 이유로 밀가루를 끊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밀가루는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습관이다! 밀가루가 살을 찌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무엇과 함께, 얼마나 자주 섭취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식사에 채소를 곁들이고, 국물이나 기름을 줄이고, 천천히 먹는다면 밀가루 음식은 체중 관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다.
밀가루에 대한 오해를 풀고 밀가루를 끊는 것이 아니라 습관과 선택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진짜 건강한 다이어트의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밀가루를 사랑한다. 어떤 작가의 책 제목처럼 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니까.
참고 문헌
Harvard Health Publishing
The Guardian
Gluten Intolerance Group (GIG)
밀가루의 누명 (이동호, 하상도, 한동하, 유한나 지음) 조선뉴스프레스
다큐멘터리
Top Documentary Films – The War on Wheat

글 박현진 편집인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주)한솔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