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란 무엇인가? 그 기원과 역사는?
파스타는 밀가루와 물을 주 재료로 하여 만든 반죽을 소금물에 넣고 삶아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를 총칭하는 음식이다. 기원전 1세기부터 라자냐를 먹은 기록이 있으나 그때는 튀긴 음식으로 지금의 파스타와는 다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파스타는 시칠리아에서 나폴리로, 나폴리에서 제노바를 통해 이탈리아 전역에 전파되었고, 그 시기는 토마토 소스가 개발된 15세기 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파스타가 이탈리아의 주식으로 식생활 문화 전반을 차지하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 대량의 건조 파스타 제면기술이 발달된 시기이다. 그리고, 19세기 말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여러 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파스타의 기원을 살펴보면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중국에서 베네치아를 통해 들여온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그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코 폴로의 중국 여행이 있기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인들은 이미 오늘날의 파스타와 유사한 요리를 먹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록들이 전해 온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중국에서 파스타를 들여왔다는 가설은 미국의 파스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식품 회사 협회가 1929년 출간한 뉴욕의 잡지 〈마카로니 저널 Macaroni Journal〉에서 나왔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라가나(lagana)”와 유사한 음식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그가 잘 알고 있던 단어를 사용한 것일 뿐 파스타의 기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슬람의 건조 문화로부터 시작된 시칠리아 파스타
이탈리아에서 건조 파스타가 최초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곳은 시칠리아로, 9~11세기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아랍인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의 한가운데 위치해 늘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시칠리아의 역사는 여러 민족의 치열한 패권 다툼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8세기에는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인의 통치를 받았고, 기원전 3세기에는 로마인의 지배를 받았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에는 비잔틴 제국의 통치를 받았고, 다시 서기 827년에는 튀니지의 아랍인들, 즉 이슬람 세력에게 점령을 당했는데, 이들은 시칠리아주의 중심도시를 수도로 삼고 200여 년간 통치를 했다. 즉, 그로 인해 시칠리아는 이슬람 문화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파스타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시칠리아에 건조 파스타를 전한 것은 아랍인들 이었을 것으로 여러 학자들이 추정하는 이유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은 이슬람의 건조 문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중동은 날씨가 덥고 건조해서 음식을 말리기가 좋다. 또한, 아랍인들은 이동이 잦은 유목민족으로 휴대하기 편하고 오래 먹을 수 있는 건조 음식의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건조식품 문화는 아랍의 매우 중요한 식문화인 것이다. 시칠리아는 파스타의 주 재료인 세몰리나 듀럼 밀이 잘 자라고 물맛이 좋으며,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불어 건조 파스타를 만드는 데 좋은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아랍으로, 아랍에서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파스타로드
이탈리아에 파스타가 전해진 파스타로드는 ‘아랍에서 이탈리아로’가 아니라 ‘중국으로 부터 아랍으로, 아랍에서 이탈리아’로 퍼졌다는 가설이 있다. 중국은 당나라 때부터 아랍세계와 중앙아시아에서 접촉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8세기 초에는 아랍의 군대와 당나라의 군대가 중앙아시아에서 전쟁을 한 적도 있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의 주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로로 중국의 면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아랍에 전해졌고, 아랍의 유럽진출로 인해 지중해, 이베리아 반도, 유럽 남서부 대서양 반도까지 전파되었을 것이다.
특히 유럽 중에서도 시칠리아는 아랍문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의 면이 아랍을 통해 시칠리아에 전해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 10세기 이전까지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지대에는 페르시아 서아시아계 이슬람 민족들이 살았고, 중국의 국수가 대중음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던 당나라 왕조가 이 지역에 진출해 지배를하였다. 실크로드의 주요 무역로였던 신장 투루판 일대를 두고 한족과 차사국이 전쟁을 벌이던 그때, 서로의 문물과 문화가 오고 갔듯 당나라와 아랍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두 문명이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원의 문화와 아랍의 문화가 만나고 융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결정적 단서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랍에 ‘잇트리야’라는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잇트리야’는 여러 중세시대 아랍 문헌에서 페르시아어로 ‘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1세기 초 페르시아에서 활약했던 철학자이자 의사인 ‘이븐 시나980~1037년’라는 이슬람 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잇트리야는 가죽 끈 모양을 하고 있고 발효시키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지며 고기를 넣거나 또는 넣지 않고 요리하기도 한다면서 자신의 나라에서는 잇트리야를 ‘리타’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이븐시나의 고향이 바로 중국 국수문화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중앙아시아이다.
문화인류학(식사문화, 비교문화) 농업박사를 전공하고, 교토대학문학부를 졸업,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와 관장을 역임한 문화인류학자 이시게 나오미치 교수에 따르면 당나라 때 푸젠성과 광둥성같은 무역도시에는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수만명의 이슬람인들이 거주해 살고 있었다. 이 뱃길을 통해 중국의 면이 아랍으로 전해져 이탈리아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루트보다는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를 하나씩 이동하는 식으로 오랫동안 육로를 통해 중국의 국수가 아랍과 페르시아로, 그리고 이곳에서 이탈리아로 전파되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와 중앙아시아 아랍인들의 전쟁의 역사 속에서 면이 전파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힘을 받는 가설이다.
(출처 :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이탈리아가 파스타의 종주국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
시칠리아는 아랍 지배 시대인 9세기경 이미 파스타를 제조하고 있었던 기록이 있으며, 이후 이탈리아 전역으로 파스타 제조 기술이 퍼지게 되었다.
시칠리아에서 시작된 파스타 제조 기술은 중세를 거치면서 이탈리아의 다른 주요 항구 도시들, 특히 제노바와 나폴리로 확산되었다. 이 지역들은 무역과 항해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파스타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 수입 및 완성된 파스타의 수출에 유리한 위치였다. 제노바와 나폴리는 각각 북부와 남부 이탈리아의 파스타 문화
를 대표하는 중심지로 발전했으며, 이들 지역은 다양한 형태와 레시피의 파스타를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나폴리는 특히 건조 파스타의 대량 생산으로 유명해졌고, 이 지역의 기후 조건이 건조 파스타 생산에 매우 적합했기 때문에, 나폴리는 건조 파스타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이탈리아 내에서 파스타 생산과 소비가 확산되면서 파스타는 이탈리아 식문화의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븐 부틀란(Ibn Butlan)의 타퀴눔 사니타티스 (Tacuinum Sanitatis)의 삽화, 중세 유럽 여인들이 파스타를 만들고 건조하는 모습의 작품이다.
페르시아인들이 파스타에 해당하는 ‘잇트리야’를 만드는 모습, 16세기 작품
지중해의 바람과 듀럼 밀 곡창지대의 협업, 이탈리아 파스타
파스타가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Naples)에서 더욱 발전하게 된 이유는 첫째, 나폴리 인근에서 건조 파스타를 만들기에 적합한 듀럼 밀이 많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맑은 날이 많고 바람이 잘 통해 면을 건조하기에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나폴리에서 획기적인 제면 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17세기에 나폴리에 등장한 ‘나사식 압출기’였다. 나폴리에서 최초로 이 나사식 압출기를 사용해 파스타를 대량생산하면서 나폴리는 건조 파스타 생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19세기 후기에 증기기관을 이용해 더 많은 건조 파스타를 생산하고 상품화하면서 나폴리는 파스타의 명산지가 되었다. 19세기 말 나폴리 풍경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파스타 공장에서 건조하기 위해 나무틀에 내걸은 파스타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인류 최초로 대량 가공된 식품인 파스타 대량생산 역사의 탄생인 것이다. 그리고 그 비결인 ‘건조’를 통해 면의 산업화라는 국수의 대혁명을 이끌어 낸 것이다.
지중해의 건조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 듀럼 밀의 곡창지대 이 모든 조건이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만들고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이탈리아가 파스타의 종주국으로 인정받게 된 이유다. 거기에 이탈리아 각 지방의 식재료가 파스타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며 풍성한 파스타 식탁을 만들었다.
※ 참고문헌
1) 인사이드 아시아 「누들로드」 _ KBS 누들로드 제작팀 이욱정 지음
2) 「맛있는 세계사」 음식, 인류 역사 1만 년을 가득 채운 그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 _ 주영하 지음
3) 「프로를 위한 파스타의 기술」 Nishiguchi Daisuke / Koike Noriyuki / Sugihara Kazuyoshi 지음
4)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권은중 지음
5) 「김밀란 파스타」 김밀란 지음
위 사진은 현대 파스타 공장에서 뽑아내는 압출방식이다. 나폴리에서는 나사식 압출기가 17세기에 등장하여 획기적인 대량생산 방식으로 파스타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895년경 나폴리 파스타 공장에서 면을 건조 시키는 장면. ⓒ lifeinitaly web.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한솥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