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먹는 겨울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된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손끝을 녹이고, 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 중 국수는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국수는 단순히 먹는 음식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 중국 사람들에게 국수 한 그릇은 따뜻함과 동시에 위로를 주는 음식이다. 북방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뜨끈한 국물, 허난성 농부들의 보양식, 쓰촨성의 얼얼한 매운맛은 각각의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한 그릇의 면요리에는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북방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뜨끈한 국물,
란저우 라몐 (兰州拉面)
란저우 라몐은 란저우 뉴러우몐 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란저우의 쇠고기 라몐이다. 란저우 이외 지역에서는 “란저우 라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란저우에서는 단순히 “쇠고기 국수”라는 뜻의 뉴러우몐(牛肉面)으로 불린다.
란저우 라몐은 북방의 유목민들이 유목 생활을 하기 위해 고기를 보관하고 활용하는 지혜에서 탄생했다.란저우 라몐은 깊고 진한 쇠고기 육수에 쫄깃한 면을 더한 중국의 정통 면요리로 겨울 추위를 녹이는 데 제격이다. 고수, 고춧가루, 다진 마늘, 파 등이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조화로운 맛을 낸다. 한 그릇 안에 고기, 채소, 탄수화물이 조화를 이루어 균형 잡힌 겨울철 식사로 이상적이다.
1999년에 란저우 라몐은 중국 3대 패스트푸드 시범 진흥 품종 중 하나로 지정되었으며, 2021년 6월에는 란저우 쇠고기 국수 제조 기술이 제5차 국가 무형 문화유산 대표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란저우 라몐은 중국 전역에 널리 퍼져 “국수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매일 아침 이 라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허난성 농부들의 보양식, 양러우 판미엔 (羊肉烩面)
양러우 판미엔은 양고기 국수로 부드러운 양고기와 진한 육수, 넓고 부드러운 면발이 조화를 이루는 허난성의 대표 국수다. 고추기름과 고수, 한약재의 향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양러우 판미엔은 허난(河南)의 유명한 특산 간식 으로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물은 진하고 부드러우며, 국수는 향긋하고 쫄깃하고 양고기는 부드럽다.
반죽을 반죽할 때 소금을 조금 넣고 치대서 공 모양으로 만들고 20분간 방치한 다음 10분간 반죽하고 20분간 휴지하는 것을 3~4회 반복하면 늘어난 면이 탄탄해 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물을 만드는 것. 가장 좋은 양고기와 양뼈를 선택하고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하여 오랫동안 끓여서 국물이 하얗고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허난성에는 추운 겨울 농한기를 보내는 동안 영양가 높은 음식을 통해 체력을 비축하던 전통이 있다. 양고기와 한약재는 지역 주민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상징적인 재료로 여겨져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한약재가 첨가된 육수는 면역력을 높이고, 계절 변화로 인한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허난성에서 유래된 양러우 판미엔은 허난성을 넘어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보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쓰촨성의 얼얼한 매운 맛,
다샤오미엔 (大肠面, 대장면)
다샤오미엔은 쓰촨성의 매운 음식 문화와 검소하지만 풍미 깊은 식재료 활용법이 잘 어우러진 요리다. 가난한 시절 돼지의 내장을 버리지 않고 활용했던 지혜와, 현
재의 중독성 강한 맛이 결합된 현대 메뉴다.
다샤오미엔은 돼지 대창을 메인 재료로 사용해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을 낸다. 마라 향신료로 칼칼하고 얼얼한 풍미를 더하고, 쫄깃한 대창과 탄력 있는 면발이 씹는 재미를 더해준다.
얼얼한 마라 향신료는 겨울철 차가운 몸을 즉각적으로 데워준다.
대창의 고소한 풍미와 국물의 진한 맛은 한 끼 식사로 충분히 좋다.
쓰촨성과 충칭 지방의 대표 요리인 다샤오미엔은 그 지역의 향신료 문화를 잘 보여준다. 특히 매운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자리 잡고 있다.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주)한솔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