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의 성지, 가가와현 사누키 왕국
우동이 너무나도 유명하여 우동현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일본 시코쿠의 가가와현. 우동현이라는 명성답게 가가와현에는 편의점 수보다 많은 약 700여 점포의 우동가게가 있다고 한다. 특히 우동은 옛부터 가가와현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아온 소울푸드이다. 가가와현은 우동의 맛은 물론 우동 소비량도 일본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옛날에는 가가와현을 사누키국(讃岐国) 이라고 불렀다. 우동 제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밀가루, 간장, 그리고 육수의 원료가 되는 마른 멸치 등이 이곳 사누키 지역의 기후와 지리적 요건 등의 영향으로 옛부터 우동문화가 깊이 뿌리 박혀 있다고 한다.
우동 검정시험
우동으로 유명한 가가와현의 한 대학에서는 ‘우동학’이란 수업을 개설해 ‘우동의 성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가가와현의 다카마쓰 대학은 지난 2014년부터 우동의 역사와 요리 방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우동학 수업을 하고 있다. 우동 면 제조법, 우동의 영양학, 우동 제조 공장 견학 등이 있는데 학생들은 우동 전문 요리사로부터 면 뽑는 법 등을 배워 조리실에서 실습한다.
학기 말에 실시되는 ‘우동 검정시험’에 통과하면 합격증을 받을 수도 있다. 우동 제조 방법, 우동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 관련 산업의 현황 등을 가르쳐 지역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우동뿐만 아니라, 소바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소바 검정시험’도 있다.
ⓒ 재팬쿠루(JAPANKURU)
우동 택시
우동 택시는 마루가메시의 홍보 모델로 활약했던 카나메 쥰이 나온 영화 <우동, 2006> 에서도 잠깐 등장한다. 오직 우동만을 위해 탑승하는 택시로 카가와현의 매력과 정취가 빛나는 명물이다. 택시 위에도 귀여운 우동이 달려 있어서, 누가 봐도 우동 택시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우동 모형은 탈부착이 가능해 손님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기본 1시간 코스 4,700엔, 1시간 반 코스가 7,050엔 정도로 1~2군데 정도의 우동집을 갈 수 있다. (1대당 4명까지 탑승 가능) 우동 전문가인 기사님의 추천 코스나, 어디로 갈지 모르는 비밀 코스, 원하는 장소를 찍어서 가는 코스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우동 택시는 우동에 대한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선발되신 기사님들이 운행을 하시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통역 기기가 준비되어 있어 일본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동 택시는 전문 드라이버 시험을 통과해야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험이 간단히 합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동과 우동의 성지인 가가와현에 대한 필기시험과 손님에게 얼마나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실기시험, 그리고 직접 사누키 우동 면발을 뽑는 수타시험까지 세 과목을 합격해야만 한다니 더욱 믿음이 간다. 기사님께 원하는 우동집을 말해도 되고, 기사님의 추천 우동집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유명한 맛집이지만 교통이 불편한 곳도 많아서 혼자 찾아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고, 기사님만 알고 있는 로컬 맛집도 소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가가와현에 가서 우동을 즐기고자 계획했다면 우동 택시를 타보기를 권하고 싶다.
ⓒ 가가와 탐방 가가와현 공식 관광 웹사이트 (우동 택시와 드라이버)
“사누키 멘교” & “나카노 우동학교”
우동의 성지 가가와현에는 일반인도 우동을 배울 수 있는 코스가 있다. 가가와현뿐 아니라 전국에 체인을 가지고 있는 ‘사누키 멘교’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가게이기도 하다. 여기서 맛있는 우동을 만들어 보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반죽부터 시작해서 면발을 늘리고 커다란 냄비에 삶는 과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다. 만든 우동은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체험 후에는 기념으로 수료증을 준다.
또한, 힐링의 명소인 코토히라 궁 근처의 나카노 우동 학교에서도 우동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매스컴에도 자주 소개되는 유명한 체험 중 하나다. 우동 선생님들은 반죽을 만드는 단계부터 면발을 밀고 삶는 것은 물론 먹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준다. 사누키 우동을 발로 밟아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을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이 곳도 역시 내가 만든 우동을 튀김과 초밥 등과 함께 맛볼 수 있으며 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인기 관광지다.
ⓒ 가가와 탐방 가가와현 공식 관광 웹사이트 (외국인을 위한 우동 주문 가이드)
ⓒ 가가와 탐방 가가와현 공식 관광 웹사이트 (나카노 우동학교의 수업장면)
가가와현 사누키 우동은 지역의 사랑을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관광객이 우동을 맛보고 즐기러 오는 것이다. 지역 특산품이자 관광상품이다. K-Food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상품화 해야 하는가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글 박현진
누들플래닛 편집인
IMC 전문 에이전시 ‘더피알’의 PR본부장이자 웹진 <누들플래닛> 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는 박현진은 레오버넷, 웰컴퍼블리시스,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Ogilvy & Mather에서 근무하며 2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경험했다. 켈로그, 맥도날드, CJ제일제당, 기린프로즌나마, 하이트진로 등 국내외 다수 식품 기업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한솥에서 브랜드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과 F&B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