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서는 드물게 사회적 충돌없이 잘 지내는 나라이다. 게다가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로 많은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곳이 되었다. 경제적인 이유는 차치하고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서 적도의 열대 국가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다양한 미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걸 꼽아 보고 싶은데 모범적인 다문화 사회라는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이야 한두개가 아니겠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국수 종류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1. 락사 (Laksa)
싱가포르는 과거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던 역사가 있다. 그런 이유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겹치는 음식이 많다. 다만 싱가포르는 카통 락사, 말레이시아는 페낭 락사와 같이 비슷하면서도 레시피의 차이가 있는 편이다. 싱가포르의 지역 명 중 하나인 카통은 고유의 혼혈문화인 페라나칸 헤리티지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맛집이 많기로도 유명한 동네이다. 카통 락사는 코코넛 밀크와 말린 새우가루 및 판단잎 등이 들어간 얼큰한 국물의 쌀국수에 어묵과 새우 그리고 꼬막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특이한 점은 국수를 짧게 잘라서 젓가락 없이 스푼으로 떠먹고 게중에는 숯불에 뭉근히 끓여서 토렴을 해주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외국인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지만 고든 램지도 카통까지 방문해서 먹고 갔으니 한번쯤 시도해 보시라고 추천한다.
싱가포르의 카통 락사
면이 짧아서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떠먹는다
2. 차콰이테오(Char Kway Teow)
납작한 쌀국수를 숙주, 부추, 새우, 꼬막, 랍청 등과 함께 간장, 식초와 돼지기름으로 불맛 나게 볶아낸다. 얼핏 짜장면 느낌도 들어서인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칼로리가 높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고 영문표기로 Fried Kway Teow도 같은 메뉴로 보면 된다.
쫀득쫀득 짭잘한 맛의 차콰이테오
싱가폴의 대표적인 볶음면이다
3. 호키엔미(Hokkien Mee)
싱가포르의 주류는 화교이고 그 중 복건성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바쿠테, 박콰 (비첸향으로 유명한) 등 음식명에 복건 사투리가 많이 사용되고 호키엔미 역시 복건국수라는 방언이다. 보통 Yellow Mee(Noodle)와 가느다란 쌀국수인 Bee Hoon 두가지 면을 사용하고 해산물 육수에 새우, 오징어, 계란, 돼지고기 등과 볶아낸다. 라임 즙과 매콤한 삼발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호커센터나 푸드코트에서든지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국물이 자작한 호키엔미
4. 프론미(Prawn Mee)
말 그대로 새우 국수인데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고 현지 교포 들에게는 대표적인 해장음식이다. 새우와 돼지고기 우린 육수에 노란색 에그 누들이나 하얀색 쌀국수를 선택해서 새우를 얹어 즐기는데 간혹 토막 낸 돼지갈비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본인 취향에 따른 선택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비싼 대하를 추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운 국물의 새우 국수 프론미
해장 음식으로 인기가 많다
5. 비프누들(Beef Noodle)
이 또한 말 그대로 소고기 국수인데 대만의 우육탕면 과는 다르게 걸쭉한 소스를 얹어서 국물은 따로 서빙 되는 경우가 많고 물론 탕면으로도 먹을 수 있다. 얇게 썬 살코기부터 내장류, 도가니, 스지, 완자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싱가폴에서 유명한 홍키 비프 누들
6. 박초미(Bark Chor Mee)
새우와 소고기가 나왔으니까 돼지고기도 소개해야 겠는데 Pork Noodle이라는 영문이름도 같은 음식을 뜻한다. 흑초와 간장 소스로 버무린 국수에 돼지고기, 돼지간 및 기타 고명들을 얹어주는데 현지인들은 이 역시 비빔면에 육수를 따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면은 완탕면에도 사용하는 에그 누들인 Mee Kia나 납작한 에그 누들인 Mee Pok 중 고르면 된다. 여기서 싱가포르의 국수집에서 주문 시 팁을 드리면 일반적으로 Dry or Soup을 묻고 Having Here or Take away(Tapao)를 더 물어 본다. 전자는 비빔국수에 육수 따로 먹을 건지 탕면으로 먹을 건지 선택하라는 의미이고 후자는 여기서 먹을 건지 싸서 갈 건지를 묻는 거니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짧게 대답해 주면 되는 것이다.
돼지고기 국수로 통칭되는 메뉴의 사진
싱가폴의 박초미는 쌀국수 대신 에그 누들을 사용한다
7. 완탄미(Wonton Mee)
홍콩에서 부산의 밀면만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완탕면인데 싱가포르의 완탕면은 홍콩과 꽤 차이가 난다. 면은 같은 에그 누들을 사용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싱가포르 로컬들은 Dry를 더 선호해서 별도의 국물과 함께 비빔면이 나오는데 면 위에 작은 만두인 완탄과 홍콩과는 다르게 차슈가 같이 올라간다.또한 사이드 메뉴로 튀긴 완탄을 많이 주문하기도 한다.
챠슈가 올라간 싱가폴식 Dry 완탄면
8. 피쉬볼 누들(Fishball Noodle)
완자 모양의 어묵인 피쉬볼을 국수와 같이 국물에 먹거나 역시나 비빔면 따로 피쉬볼이 담긴 국물 따로 먹는 면요리이다. 일반적으로 광동성 조주 Teochew를 앞에 써 붙인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다.
에그 누들 위에 어묵 완자를 얹고 국물을 부어 올린 피쉬볼 누들
원래는 하카(Hakka)의 두부요리인 용타우푸(Yong Tau Foo)도 면요리로 간주되고 울면 비슷한 로미(Lor Mee), 말레이시아의 국수인 미시암(Mee Siam) 및 미레부스(Mee Rebus) 등 정말 다양한 국수 종류가 있는 곳이 싱가포르다. 쌀국수인 비훈(Bee Hoon)의 다양한 버전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한 페이지는 차지할 것이고 호펀(Hor Fun), 미수아(Mee Sua), 이미(Yee Mee) 등 모양도 재료도 다양한 면들이 존재한다.
아직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 이것 저것 다 소개하려면 너무나 방대해서 싱가포르 여행시 그래도 한번쯤은 경험해 보시라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면요리만 소개해 보았다. 또한 귀국 시 Prima Taste나 Irvins의 인스턴트면도 선물로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지만 언제나 글로 배운 음식은 한 그릇 국수의 경험에 미치지 못하는 것, 결론은 어서어서 싱가포르로 오셔서 즐거운 면식을 만끽하시라.
정재곤
주식회사 정샘물뷰티 부사장
아이 셋을 키우며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간 경력 15년 차 기러기 아빠로 한국에서 일하고 싱가폴에서 산다.
미식과 예술, 그리고 아마 업무에도 진심인 스타일리쉬한 중년아저씨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