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귀한 음식
최근 천 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택시운전사’의 아주 중요한 장면에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가볍게 한 그릇 뚝딱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하고 값 비싸지도 않은 잔치국수는 우리가 아는 한 서민의 음식이었다.
국수 메뉴를 지금처럼 흔하게 먹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6.25 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밀가루를 원조 받았는데 그러면서 국수가 소박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밀이 잘 자라지 않아 밀로 만든 음식은 생일, 회갑연, 혼례 등 경사스러운 날에 손님을 대접하던 귀한 음식이었다. 고서(古書)들을 보아도 황제나 고관의 생일잔치 때에나 국수를 먹었다는 기록들이 자주 보인다.
과연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밀로 만든 국수가 귀한 음식이었을까? 그 것만은 아니다. 조상들은 국수를 장수나 오랜 인연을 기원하던 상서로운 음식이라 여겼다. 그래서 잔치가 있는 날 국수를 손님에게 대접했던 것이다. 그래서 ‘잔치국수’라고 불리는 것이다. 결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데에 준비하기 간편하기 때문에 잔칫날 국수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상들은 국수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생일, 회갑연 – 장수의 의미
국수는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길기 때문에 생일, 회갑연 등에 선물해주어 국수 면발처럼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무병장수의 의미로 먹곤 했다.
국수를 장수를 비는 음식으로 여기게 된 것은 당나라 때부터인데 남송 때의 학자인 주익은 ‘의각료잡기((아,의)覺寮雜記)’라는 책에 ‘당나라 사람들은 생일에 다양한 국수를 먹는데 세상에서 이를 보고 장수를 소원하는 음식이라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부른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북송 때 사람 마영경도 ‘나진자(懶眞子)’라는 책에서 당나라 시인 유영경의 시를 인용하면서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으며 하늘의 기린만큼 오래 살기를 기원하노라”라고 읊었고 한다.(‘윤덕노의 음식이야기 – 잔치국수’, 동아일보(2011-04-26) 참고)
뿐만 아니라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조선시대만 해도 밀가루는 귀한 식자재였다. 이런 귀한 식자재로 만든 국수를 생일 잔칫날 먹었으니 귀한 음식을 먹으며 오래오래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결혼 – 인연의 기원
흔히 우리는 결혼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으로 “언제 국수 먹여주냐”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또한 잔칫상에 국수가 올라왔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고려도경 잡속(雜俗)편에 “밀가루 값이 비싸 성례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혼례를 치루면 잔치를 열어 손님에게 상을 대접하곤 하였는데, 이때 국수가 올라왔던 것이다.
한 편으론 두 사람의 인연이 국수 가닥처럼 길게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엔 잔치국수가 본래 가지고 있던 축하, 장수의 의미를 살려 국수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행사도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한편으론 어떤 손님에게나 부담 없이 대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더 많은 손님들에게 푸짐하게 대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되살아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 것이 잔치국수의 본래 의미가 아닐까.
면사랑 또한 금년도부터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정성과 마음을 담아 국수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선물을 전달할 수 있게끔 하며 과거 국수를 대접하던 우리의 전통을 살려보며 새로운 선물 문화를 만드는 데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글 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