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 17

전국 자연건조 소면 공장 3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Plac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국수를 만든다는 건 기다림의 일이다. 햇살이 세면 서두르고, 비가 오면 멈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의 결을 읽는다. 버튼 하나로 돌아가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바람과 햇살, 그리고 시간을 믿는다. 기계의 속도보다 손의 감각을, 효율보다 정직함을 선택한다. 그들이 만드는 국수는 시간의 무늬, 바람의 온기, 그리고 사람의 손끝이 남긴 마음이 있다. 이번 여정은 그 느림의 시간을 따라간다. 전북 임실, 경남 밀양, 그리고 부산 구포… 자연건조 소면 공장 세 곳을 찾아 사라져 가는 기술과 사람, 그리고 맛을 기록했다. 01 임실 백양국수

권오길 손국수 권오길 대표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Lovers, Webzine, Webzine Vol 17, 인터뷰|Tags: , , , , |

하늘과의 동업으로 낳은 얇은 면 하나 완연한 가을의 기운이 깃든 11월의 어느 날, 면 장인으로 꼽히는 권오길 대표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 위치한 권오길 국수학교를 찾았다. 만화 식객에서는 그의 소면 국수공장이 소개되었지만, 그는 칼국수 장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러 번의 수술로 삶의 고비를 넘긴 뒤 현재는 제면기술을 전수하는 학교 운영뿐 아니라 국수를 통한 나눔 활동까지 펼치며 제2의 길을 걷고 있다. ‘떡’질로 시작한 국수 인생 국숫집 직공일을 하시던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권오길 대표는 서울 신길동에서 시작한 부친의 창업으로 국수일을 배우게 됐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국수기계에 떡(국수 반죽)을

행복 호르몬과 국수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기후가 변해도, 세대가 달라져도, 삶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따뜻한 국수를 앞에 두면 마음을 열게 마련이다. 이 평범한 행위 뒤에는 우리 뇌가 음식을 해석하는 매우 정교한 방식이 숨어 있다. 음식이 인간을 위로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감정의 잔잔한 변화는 뇌 속의 화학적 무대에서 일어나는 작은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로토닌, 도파민, 그리고 따뜻한 온도가 유발하는 신경계의 안정과 활력. 우리 뇌 속에서 펼쳐지는 이 생화학적 공연을 따라가 보자. 탄수화물, 세로토닌의 문을 열다. 우리는 힘들고 마음이 복잡할 때 유독 국수가 당긴다. 부드러운 탄수화물이 주는 포만감 때문이라고

소면의 과학, 물은 소면의 생명이다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물은 소면의 생명이다 40년 전 처음 국수 공장을 차릴 때에는 국수의 생산은 기술이 뛰어난 국수 기사들이 도맡았고, 나는 공장 전반의 경영을 맡아서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뛰어난 국수 기사들일수록 이직이 많았고, 그 때마다 조금씩 제면 기술을 배워야 했다. 60대가 되어 고향 거창으로 다시 내려와 내가 꿈꾸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물에 대해서, 국수와 물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점이다. 소면의 품질과 맛은 반죽, 건조, 삶는 과정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과학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보기에 단순한 한 줄기 소면은 결국 이 물의 과학과 기술의 총체다. 물이 곧 반죽의 생명이며, 반죽의 생명이 곧 소면의 시작이다.

가늘고 긴 소면 삼국지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

일제시대 대구 최초의 국수공장 소곡제면소 ©도심재생문화재단 제법 규모가 컸던 1948년 소표국수 공장 ©소표국수 홈페이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면을 즐기는 나라가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동아시아 3국이다. 면식 문화는 동아시아가 공유한 미각의 공통 언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면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면을 끓이고 담는 방식도 각기 다르고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소면, 일본의 소멘, 중국의 용수면은 모두 ‘가는 면’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나라별 기후와 노동의 방식,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모양으로 다양한 층위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소면, 건면 제조 100년사 한국의 ‘국수 문화’는 오래되었지만, 우리가 지금 익숙하게 먹는 건조 소면(乾麵)의 역사는 사실 100년 남짓이다.

가장 만만한 국수가 품은 가장 위대한 서사

By |2025-12-12|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잔치국수 한 그릇에 소환된 다정한 기억들과 오감의 향연 국수는 밥보다 만만하다. 밥이 너무 모호하다면, 만만한 백반정식보다 만만하다. 그리고 냉면보다는 칼국수가 만만하다. 칼국수보다는 잔치국수가 만만하다. 그러니까 잔치국수는 그 만만한 국수들 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급이다. 먹기 쉽고, 만들기 쉽고, 결정적으로 값이 싸다. 냉면 한 그릇이 만 오천 원을 넘어 이만 원에 육박하는 요즘, 이사 온 동네 시장 골목에서 난데없이 ‘잔치국수 전문 - 육 천원’이라는 문구를 맞닥뜨렸을 때의 반가움이란. 다음 순간 지금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를 따질 새도 없이 일단 가게 문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하필 가게 안은 교회 집사님들 모임으로 왁자하다. 소란하고 열성적인 무리들 옆에서 혼자 좀 뻘쭘하긴 하지만, 잔치국수

소면의 미학_기술이 장인의 손끝을 닮아갈 때

By |2025-12-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종종 인간의 손길이 사라질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 진보의 목표는 오히려 ‘사람을 얼마나 닮아갈 수 있는가’로 향하고 있다. 제면 기술의 진화·발전 또한 그렇다. 소면을 만드는 기계들은 장인의 손을 닮고자 발전해왔다. 장인이 날마다 반죽의 표정을 읽고 바람과 온도를 가늠하던 경험, 손끝으로 늘리고 두드리며 면의 결을 완성하던 기술을 어떻게 그대로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결국 기술의 진정한 발전이란 인간의 섬세함을 이해하고 그것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소면 한 올에도 그런 이야기와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기계로 빚는 장인의 기술 소면의 반죽은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조금만 건조해도 부러지고, 조금만 눅눅해도 흘러내린다. 소면을 반죽하는 기술이 얼마나

1300년의 시간을 짓다. 일본 수연소면 취재기

By |2025-12-11|Categories: Noodle Stories, Webzine, Webzine Vol 17|Tags: , , , , |

1300년 동안 역사를 이어 온 장인의 혼 「수연소면」 ‘여름에 먹는 면’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일본인에게 물어보면 80%가 “소면(そうめん)”이라고 답할 것이다. 소면의 원료는 밀가루와 소금, 재료만 보면 우동과 다를 바 없지만 소면의 특징은 그 가늘기에 있다. 일본의 농림규격(JAS)에서는 지름 1.3mm 미만의 면을 소면으로 정의한다. 산지에 따라 ‘소면’이라 불리더라도 굵기와 식감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시코쿠 도쿠시마현의 ‘한다 소면’은 일반적인 소면보다 굵어 지름이 약 1.5mm 정도이며 보통 우리가 아는 소면은 지름 1mm 전후의 면을 말한다. 소면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수연소면(手延べそうめん)’과 ‘기계제면 소면’이다. 차이는 바로 제조 방식이다. 수연소면은 반죽을 손으로 여러 번 늘려 가늘게 만드는 전통 방식, 반면 기계제면 소면은 반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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