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동안 역사를 이어 온
장인의 혼 「수연소면」
‘여름에 먹는 면’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일본인에게 물어보면 80%가 “소면(そうめん)”이라고 답할 것이다. 소면의 원료는 밀가루와 소금, 재료만 보면 우동과 다를 바 없지만 소면의 특징은 그 가늘기에 있다. 일본의 농림규격(JAS)에서는 지름 1.3mm 미만의 면을 소면으로 정의한다. 산지에 따라 ‘소면’이라 불리더라도 굵기와 식감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시코쿠 도쿠시마현의 ‘한다 소면’은 일반적인 소면보다 굵어 지름이 약 1.5mm 정도이며 보통 우리가 아는 소면은 지름 1mm 전후의 면을 말한다.
소면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수연소면(手延べそうめん)’과 ‘기계제면 소면’이다. 차이는 바로 제조 방식이다. 수연소면은 반죽을 손으로 여러 번 늘려 가늘게 만드는 전통 방식, 반면 기계제면 소면은 반죽을 얇게 밀어 칼로 썰어내는 방식이다.

손으로 늘린 소면을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건조 장면
@marukatsuseimen 인스타그램
수연소면은 손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계제면보다 값이 비싸다. 그러나 이렇게 늘림으로써 쫄깃한 탄력과 퍼지지 않는 식감이 생기며, 고급식품으로서 예로부터 여름철 선물의 대표 상품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여름에 먹는 음식인 소면은 가을부터 봄까지의 추운 시기에 만들어진다. 반죽이 흐물거리지 않도록 겨울 새벽, 때로는 한밤중부터 작업이 시작된다는 것. 겨울에 만들어 여름에 소비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폭염으로 소비량이 급증하면 가을에는 품귀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소면은 여름에 재생산이 불가능한 ‘계절 한정 식품’이기도 한 것이다.
수연소면은 본래 농한기의 부업으로 시작된 전통 산업으로 지역마다 기후와 재료가 달라 맛과 풍미에도 차이가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나라현의 미와소면(三輪素麺) 으로 일본 최고급 소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와 지역의오미와신사(大神神社)에서는 매년 2월, 점을 통해 그 해 소면 가격의 시세를 정하는 전통 행사도 있다.
가가와현의 작은 섬 소도시마(小豆島)에는 ‘시마노히카리(島の光)’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곳은 천일건조(햇볕건조)를 특징으로 하며, 면을 늘릴 때 일반적으로는 면실유를 쓰지만 이 지역에서는 참기름을 사용한다. 소도시마는 간장과 참기름, 최근에는 올리브의 산지로도 유명하며 올리브를 반죽에 넣은 ‘올리브 소면’도 생산된다.
규슈 나가사키현의 시마바라 소면(島原そうめん) 역시 유명하다. 생산자 수와 생산량 모두 전국 2위이며 편의점 즉석식품에도 널리 쓰이는 가장 대중적인 수연소면이다.

손으로 늘려서 만든 수연소면의 단면은 둥글다.
©kurotaro.co.jp
일본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며 오랫동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효고현 반슈 지역의 이보노이토(揖保乃糸)이다. 약 400여 개의 생산자가 있으며, 가족 단위의 소규모 제조부터 대형 공장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제품 품질의 균일성을 위해 검사원이 엄격하게 검사하며 합격한 제품만이 ‘이보노이토’ 브랜드로 출하된다. 또한 업계 최초로 추적 관리 시스템(트레이서빌리티)을 도입해 제품에 인쇄된 숫자 코드로 언제, 어디서 만든 것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검사원들은 검사 중 제공된 차조차 마시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공정성을 유지한다. 이보노이토, 미와소면, 시마노히카리 모두 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協同組合)이 브랜드를 관리한다. 이보노이토는 효고현 수연소면협동조합, 미와소면은 나라현미와소면공업협동조합, 시마노히카리는 소도시마 수연소면협동조합이 각각의 브랜드를 운영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 산지의 가장 큰 과제는 후계자 부족이다. 법인화된 생산자는 기술 전수와 설비 투자가 가능하지만 가내 수공업 형태로 이어져 온 장인들은 후계가 없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들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산자 감소는 여전하다. 최근 몇 년간 여름 폭염으로 소면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 열기가 장인들에게 긍정적인 바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우동처럼 보이기도 하는 탄탄한 소면 반죽, 소면이 가늘어지기 전, 반죽 단계의 모습이다.

면을 늘릴 때 참기름을 바르는 소도시마 제면방식.

소면을 길게 늘리기 위해 틀에 면을 걸어 꼬아놓은 장면.

점점 길어지는 소면, 사람이 직접 긴 젓가락으로 늘어나도록 정리해 준다.
수연소면의 역사는 1300년에 달한다. 부분적인 기계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매년 5월이면 슈퍼마켓 진열대를 하얗게 채운다. 1300년 동안 원료나 방식은 조금씩 변했지만 여름의 풍물시로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는 시대에 맞춰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수연소면은 단순한 면이 아니라, 1300년이라는 시간이 빚은 일본의 장인정신이다.

글 마키 나오코(牧 奈央子)
·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 근무
· 2006년부터 17년 동안 「월간 면 업계」 편집장 역임
· 2025년부터 월간 면세계 편집장 활동
마키 나오코는 교토시에서 태어났으며, 국립민족학박물관 편집실에서 일한 후 2006년부터 17년간 「월간 면업계」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2025년부터는 일본의 월간 면세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