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고수가 나타났다.
평양 옥류관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평양냉면 집을 뇌에 각인 시킨 6명의 평양냉면 리뷰전문가들이다. 그들의 평양냉면 이야기는 한국과 북한을 넘어 일본, 미국, 유럽까지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평양냉면을 사랑한 남자들…
무심한 듯 담담한 맛에 빠져 오늘도 ‘냉면담화’가 길게 이어진다.
냉면집 하나하나의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 맛에 대한 기억은 물론 그 맛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심지어 그 가게의 매출까지… 질문 버튼을 누르면 무엇이든 답이 나온다.
자가제면 냉면집의 면 뽑는 소리만 들려도 설레기 시작한다는 그들의 사랑은 육수보다 진하고 면보다 구수하다.

평양냉면 커뮤니티 회장님께서 엄선한 6명의 회원님들 그들의 평냉 내공은 감탄을 자아낸다

김지인
페이스북 평양냉면 커뮤니티 회장
㈜그램퍼스 대표이사
개성에서 피란 차 내려오신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평양냉면을 먹고, 사랑하고, 즐기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주일 예배를 드린 뒤 항상 평양냉면을 먹으러 명동 근처나 우래옥을 가기도 했다. 이런 냉면의 인이 박혔다고 할까? 10년 전 평양냉면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모임을 이끌어 가며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평양냉면 사랑이 더 깊어졌다.
새로운 평양냉면 가게가 오픈한다는 소문이 나면 오픈 당일 반드시 맛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집요함이 있으며, 어떤 평양냉면 집에는 1년 동안 260여 회 방문의 기록을 세웠다며 가게에서 알려주셨다고도 한다. “제가 3등이더라고요. 더 노력해야 하는구나”했다며 농담이 아닌 진심을 이야기한다.
단독 인터뷰를 해도 부족하지 않은 그의 내공에 수많은 질문이 생기고도 생기지만 뒤로 미루고 대중적으로 좋아할 만한 평양냉면과 마니아층이 좋아할 만한 평양냉면에 대해 물었다.
대중적으로는 미슐랭이나 블루리본 같은 고메평가단이 이끈 집들이라고 한다. 각기 다른 면과 육수를 뽑는 집들을 찾는 재미로 먹는 것 같다. 집집마다 다른 면의 상태 그리고 육수의 스타일 등을 보면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찾아가는 그 여정이 평양냉면의 마니악이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고 … 조금 더 깊게 몰입이 되면 될수록 전혀 다른 평양냉면집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모험의 여정을 안내한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평양냉면을 물으니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마포의 “무삼면옥”이라고 한다. 국내 냉면 중에서 가장 맛이 느껴지지 않던 냉면집이라고…그 이유가 바로 전혀 조미료를 쓰지 않는 집이기 때문. 고명으로 올라간 표고버섯도 생각나고 순면을 육수에 말아 주시던 할아버지 면장님도 생각난다고 한다. 건강이악화되어서 3년 전인가 사라지셨는데 정말 생각이 많이 나는 서울식 평양냉면집이 아닐까 한다.
평양냉면의 숨은 맛집이라는 건 이제 없는 것 같다. 사실 한 세집 정도가 있는데 이제 그런 집들도 숨은 집들이 아니게 되었다며… 하나는 홍대입구 지하철역 지하에 있는 상원냉면이다. 이 사장님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다가 우연히 어릴 적 부모님의 레시피 담긴 수첩을 발견하면서 중소기업을 사모님께 맡기고 본인이 재미를 찾아 복원하는 느낌으로 만든 냉면집이다. 순 메밀면도 팔고 있는데 제주산 메밀로 아주 퀄리티가 높은 집이다. 두 번째로는 일산의 양각도. 북한에서 국영식당을 경영하시던 선생님께서 한국으로 오셔서 다양한 한식과 관련된 업을 하시다가 북한 평양냉면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드신 집이다.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서 너무 유명해진 집이다. 꼭 쟁반냉면을 드시고 닭과 돼지 그리고 소고기가 한가득 있는 맛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냉면권가. 이 집은 특이하게 냉면과 통닭을 팔고 있는 3대가 이어진 냉면집이다. 냉면과 육수도 너무 훌륭한 집이지만, 왜 냉면과 통닭이 이렇게 어울리는 음식이었나? 할 정도로 어리둥절 맛집이라고 한다. 위의 세 집 말고도 정말 좋은 냉면집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한번씩 먹어 보고 스토리를 느껴보라고 권한다.
면의 고수가 인정하는 면사랑, 그가 이끄는 커뮤니티 멤버들은 면사랑을 모두 알고 있고 먹어봤을 것이라며 당연한 듯 대답한다. 바라는 것은 100% 순면을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정성익
셰프이자 오너
일본에서 요리를 배우고 공부한 셰프로 한국의 많은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고수다.
그가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회장님과 같이 만나 밥을 먹으면 90%는 평냉이라 도대체 이 사람이 좋아하는 평냉이란 무엇인가 궁금해서 였다고 한다. 그렇게 입문한 평양냉면이 본인에게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해 주신 동치미국수를 못 잊어서 답답해 하던 차에 평양냉면이 그 갈증을 풀어 주었고, 간이 센 음식을 잘 못 먹는 본인의 입맛에 찰떡이었으며 해장음식으로 최고라고 한다.
사계절 내내 물냉면만 고집하는 그는 슴슴하지만 간이 배어 있는 고기의 짠맛과 시원한 육수가 메밀면에 착 감겨서 입안으로 들어올 때의 행복을 누리고 산다.
365일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집을 최고로 생각하며 청결을 두 번째로 생각한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평양냉면집은 삼성동에 있는 경평면옥이다. 사장님 내외의 친절함, 하루 300개만 빚어내는 최상급 만두, 언제나 변함없는 냉면의 맛을 이유로 꼽는다. 이는 김지인 회장도 같은 견해를 말한 바 있다.
그는 평양냉면 한 그릇을 내기 위해 그 뒤에 숨은 노력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 맛을 탄생시키기까지 멋진 고기와 면의 굵기와 단단함, 육수와 면의 조화까지 피땀 어린 노력이 없다면 인정 받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명한 SNS 맛집이든 숨은 골목길의 노포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인정하는 집은 다르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면사랑의 이미지는 너무나 잘 정돈된 제품들과 그에 따른 좋은 품질이 보장되는 곳이라고 한다. 다양한 면과 그에 따른 소스들이 너무나 잘 정돈되어 선택하기가 좋다고 한다.면을 사랑하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면사랑을 잘 알고 있으며 면사랑이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혁
㈜모리사와코리아 대표이사
다재다능, 다양한 커리어, 유쾌한 성격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평양냉면을 맛보고 즐기고 사랑한다
평양냉면 특유의 담백하고 깊은 맛을 좋아해서 자주 찾아 먹는 편인데, 이 취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운 마음에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음식들 중에서도 평양냉면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 때문이다. 요즘 음식들이 대체로 강한 양념과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평양냉면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주는 음식이 오히려 더 오래 생각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한 그릇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다 보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고, 특히 맑은 육수와 메밀면의 조화가 입안에 오래 남는 그 여운이 좋아 자주 찾게 된다.
평냉 맛집을 탐방할 때 특별히 까다로운 기준을 두지는 않지만, 결국은 ‘내가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표현으로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될 정도로 가까우면 고맙다고… 맛, 분위기, 가격 다 중요하지만 꾸준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집이 진짜 맛집 아닐까 싶다. 실패하지 않는 팁이 있다면, “너무 특별한 날에만 먹으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집을 찾자”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평냉 맛집은 일산 을밀대. 그곳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오랜 시간 충분히 명성과 단골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장님 부부께서 직접 주방에 계시며 맛을 지키고 계신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주방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그런 진심과 꾸준함이 한 그릇의 냉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진정성이 인상 깊었다. 맛도 훌륭하지만, 그 맛을 지키려는 태도가 더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이다.
숨은 맛집으로는 일본 고베에 있는, 일본 최초의 평양냉면집을 소개하고 싶다.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냉면집이 아니라, 고향(북한)의 맛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진짜 ‘원조 평양냉면집’이다. 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시간 동안 단지 전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이라는 환경에 맞게 조심스럽게 조율하면서도 평양냉면 본연의 정체성은 무너지지 않도록 늘 고민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지금의 맛은 단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전통과 현지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별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 직접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차분한 공간과 정성 어린 한 그릇은 해외에서 만나는 평양냉면이라는 점에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전해오는 감동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정성과 진심”이다.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슴슴하고 무심한 듯 담담한 맛은 그렇게 만들어진 축복이기 때문이다.

전효재
㈜포용에프엔비 부사장
스스로를 평린이 1년차라고 소개하지만 외식사업 내공은 만만치 않다.
평양냉면계에 입문한 지 이제 막 1년. ‘평린이’라는 말이 아직 익숙한 전효재 님은 김지인 회장님의 권유로 평양냉면 커뮤니티에 발을 들였다. 요즘은 주 1~2회 평냉을 즐기며, 천천히 자신의 미식 세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이 커뮤니티에는 내공 깊은 선배들이 많아, 새로운 냉면집을 탐방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가 평양냉면에 매료된 이유는 단연 그 ‘다채로움’ 때문이다. 육수의 베이스, 면의 굵기와 메밀 함유량, 고명 하나하나까지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어, 가게마다 전혀 다른 한 그릇이 펼쳐진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최고의 맛집”을 물으면 모두가 다른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물냉면. 국물이 나오면 어떤 재료로 우려냈을지를 상상하며 첫 숟가락을 천천히 음미하고, 이어지는 편육과 메밀면의 조화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궁합’을 평가해본다. 육수, 면, 고명이 어우러지는 그 순간의 여운이 좋아 가장 자주 찾게 된다. 다음으로는 들기름 향이 감도는 골동면도 즐겨 먹는 메뉴다.
그는 냉면집을 고를 때 맛을 최우선으로 둔다. 맛이 좋으면 서비스나 분위기, 가격은 부차적인 것 같다고 한다. 진한 육향보다는 맑고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며, 초창기 향동가나 교대 서관면옥에서 느꼈던 맑은 육수의 기억이 특히 깊게 남아 있다. 아직 다양한 평냉집을 두루 가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커뮤니티 분들과 함께 서울 곳곳을 탐방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기억에 남는 집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서관면옥을 꼽았다. 처음 국물 맛을 봤을 때 전율이 느껴져 육수를 두 번이나 리필해서 마셨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또렷하다. 비록 지금은 그때의 맛을 다시 느끼기 어렵지만, 여전히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노포에 대한 경험은 아직 많지 않지만 진미평양은 방문해봤고, 반면 을지면옥이나 우래옥 같은 오래된 명소들은 이상하리만큼 발걸음이 쉽게 가지 않았다고. 대신 최근 오픈한 신진 냉면집들은 만두, 제육 등과의 조화로운 구성 덕분에 평냉 입문자나 대중 모두에게 열려 있어 반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제 막 평양냉면의 문을 연 그는 아직 이 여정을 정의할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분명한 건 있다. 무심한 듯 담담하게 다가오는 그 깊은 맛은 결국 정성과 진심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
평린이의 발걸음은 지금도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깊이 있게 평양냉면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김성준
국순당 해외영업본부장
주류회사에 2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술과 면을 애정한다. 그야말로 선주후면을 생활화하고 있다.
면과 술을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중식 면요리와 빠이주, 파스타와 와인, 냉면과 백세주 페어링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부산에 근무하던 시절 밀면을 먹게 되었는데 니맛도 내맛도 아니었다. 이걸 왜 먹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집집마다 맛이 묘하게 다르고 개성이 있었고 나중엔 중독이 되었단다. 육수의 성격과 배합에 따라 메밀 함량에 따라 또 계절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음식에 가스라이팅 된다는 걸 평양냉면 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간증했다.
맑은 육수 물냉면 계열을 좋아하고 한 달에 10그릇의 평냉을 먹는다면 2번은 꼭 동치미 육수가 들어간 평냉을 먹는 편. 평냉만큼은 비빔면은 먹지 않는데, 반주를 하기에 애매해서다. 앞서 언급한대로 평냉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육수는 기본값이다.
평냉을 좋아하는 이유가 집집마다 다양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집은 이런 맛을 내는구나 저 집은 저런 맛을 내는구나 이런 마음으로 간다. 그래서 오히려 접근성을 더 고려하며 서비스에 대해서는 무심한 듯 조용히 와서 육수를 추가해 준다든지 어복쟁반 채소를 더 넣어 준다든지 인원수에 맞게 만두를 준다든지 이런 서비스를 사랑한다. 평양냉면이 그러하듯 무심하게…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그는 남포면옥을 가장 애정한다고 한다. 그가 평양냉면의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남포면옥을 다녀오면 다시 파이팅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많은 말들 속에 동치미 육수의 평양냉면 스펙트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술 마실 때 이보다 좋은 안주는 없다고 평양냉면과의 페어링을 강조한다. 남포면옥의 빈대떡에 평양냉면 육수는 천하무적이라고…
술과 음식의 페어링에 일가견이 있는 분으로써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페어링은 평양냉면과 백세주 온더락스(위스키처럼 얼음 위에 부어 먹는 백세주)라고 한다.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페어링” 이라고 추천 또 추천한다.
면사랑에 대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면사랑 제품인 줄 모르고 먹었다는 사실이다. 면사랑 메밀소바와 냉면육수는 냉장고 비상식품이라며…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면사랑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사실이다.)

이한주
디지털터바인코리아 지사장
기라성같은 평양냉면 커뮤니티에서 수줍음과 겸손을 담당하시는 듯 조용히 면린이 역할을 수행해 주셨다.
절친한 지인인 김지인 대표의 에반젤리스팅을 통해 평냉에 입문하게 되었고 평냉의 슴슴한 매력에 빠져 있는 중이다. (김지인 회장의 평냉 사랑은 중독성도 강하고 전파력도 강하다.)
평냉을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어려웠다. 이게 무슨 맛인가? 그래도 세 번은 먹어보라는 김지인 대표의 권유에 알았다고 했다. 두 번째 먹고 나서는 이상하게 생각나는 정도였는데 세 번째 경험이 결정적 한방이었다고 한다. 바로 술 마신 다음 날, 평양냉면을 먹었던 것이다. 이제,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평양냉면 신도가 되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슴슴하고 깊은 맛, 자극적이지 않은 그 맛에 매료되었다. 평양냉면 한 그릇 완냉(국물까지 싹 비우는 행위를 일컫는 말)을 하면 작은 행복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사실 물냉, 비냉 둘 다 너무 좋아한다고… 특히 때에 따라 매콤달콤한 비빔장에 끌리기도 하고, 시원한 물냉에 끌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냉을 먹는 빈도가 더 높다.
평냉 맛집을 탐방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육수의 깊은 맛과 메밀향이 곁든 면의 조화를 따져본다. 이 외 어울리는 사이드 디쉬의 종류도 중요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나 분위기면 더 좋다고 한다. 음식은 분위기로 먹고,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가장 나중에 입으로 맛본다고 생각한다.
사실 평냉 맛집은 많지만 거리 접근성 때문에 가까운 곳에 있는 진미평양냉면을 가장 많이 갔다. 진미의 제육이 인상적으로 맛이 있었고, 어복쟁반도 훌륭하다.
평양냉면 맛집 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로컬한 샵들이 많은 것 같다. 서울 내도 그렇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들어보지 못한 곳에서 평냉하는 것을 봤다. 아직 면력이 짧아서 남들이 모르는 한방이 있지는 않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평양냉면과 사랑에 빠지고 있는 그를 보며 첫사랑의 설레임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그의 입에서 엄청난 파워의 간증이 쏟아질 것을 기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평양냉면 커뮤니티 회원들이 만들어 낸 미장센 미적 감수성이 평양냉면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 같다

평양냉면 매니아들의 면치기는 두 세 젓가락이면 끝나는 행위예술이다

완냉 : 국물까지 싹 비우는 행위를 일컫는 말 평냉 매니아들에겐 마치 종교의식과도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