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소면의 생명이다
40년 전 처음 국수 공장을 차릴 때에는 국수의 생산은 기술이 뛰어난 국수 기사들이 도맡았고, 나는 공장 전반의 경영을 맡아서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뛰어난 국수 기사들일수록 이직이 많았고, 그 때마다 조금씩 제면 기술을 배워야 했다. 60대가 되어 고향 거창으로 다시 내려와 내가 꿈꾸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물에 대해서, 국수와 물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점이다. 소면의 품질과 맛은 반죽, 건조, 삶는 과정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과학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보기에 단순한 한 줄기 소면은 결국 이 물의 과학과 기술의 총체다.
물이 곧 반죽의 생명이며, 반죽의 생명이 곧 소면의 시작이다.

국수 반죽을 틀에 걸어 넓게 펴는 김현규 장인 (거창한국수)
물, 국수의 DNA
밀가루 반죽은 국수(국수제조)의 시작이다. 국수제조의 시작인 밀가루 반죽은 단순하다. 밀가루, 물, 소금, 온도와 건조가 전부이다. 반죽 통에서 이 4가지 재료가 일으키는 물성의 변화와 건조과정에서의 수분의 제거가 국수의 품질과 맛을 좌우한다. 아주 단순한 재료들이지만 밀가루의 종류, 물의 양, 소금의 종류, 반죽 통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온도의 차이, 그리고 물과 소금으로 만든 염수의 온도에 따라 국수의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 거기에 국수 제조자의 기술과 능력에 따라 국수의 운명이 달라진다. 밀가루와 물이 처음으로 만나 단백질을 생성하는 반죽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물을 건조 시키는 과정, 그것이 국수다.

양질의 밀가루와 소금물을 섞는 첫 번째 공정. 그날의 날씨나 기온, 습도에 따라 배합이 달라 오랜 경험이 필요하고 가장 까다로운 공정이다.
©minamishimabara-somen.jp
물의 칼날
국수 제조 시 필요한 밀가루는 어떤 형질일까. 밀가루와 물로 만드는 국수는 굉장히 단순해 보인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왜 국수의 품질은 제각각일까. 밀가루의 형질에 미치는 물의 영향력을 알려면 먼저 밀가루를 알아야 한다. 밀가루는 전분, 글리아딘(gliadin, 점성)과 글루테닌(glutenin, 탄력성)이 함께 존재한다. 이 두 물질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물이 들어가는 순간 손을 잡는다.
물은 화학식으로 H₂O, 수소 두 분자와 산소 한 분자가 이루는 결합체다. 이 결합은 104.5도의 각도를 이루어 ‘예리한 칼날’이 된다. 이 칼날이 물의 본질이고 이 굽어진 칼날에 모든 물질이 물속에 녹아나고 분자구조의 균열을 가져와 물질의 합성을 가져온다. 바로 이 미세한 ‘V자형’ 굽음이 물의 성질을 결정짓는다. 그 각도가 만들어내는 비대칭성 덕분에 물은 모든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용매의 왕’이 된다. 밀가루 속 단백질과 전분, 소금, 공기까지도 이 날카로운 구조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엮인다.
그렇다면 물은 어떤 과학적인 원리로 밀가루를 뭉쳐지게 하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틀을 만들까. 물이 단백질 사이의 결합을 매개하면서 글루텐이 형성되고, 이것이 면의 뼈대이자 생명줄이 된다. 물을 그냥 쓰지 않고, 소금을 녹인 ‘염수’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염수는 단백질의 결합을 더 단단히 하고, 반죽의 탄력을 높인다. 반죽기가 회전하며 밀가루와 염수가 부딪히는 동안 마찰열이 생기는데 온도가 약 30~35도에 이르면 글루텐이 가장 활발하게 생성된다. 이때의 반죽은 손으로 눌러도 다시 되돌아올 만큼 탄력이 있으며 밀가루 입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듯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면의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단백질이 결합하고 전분이 그 틀 안에 자리 잡으며 한 덩어리의 반죽은 점차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연하고 힘 있는 구조로 완성된다.
물의 심장 박동
물이 소면 반죽의 몸이라면, 삶는 물은 마치 심장과도 같다. 끓는 물 속에서 면은 숨을 고르고, 온도와 시간의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든다. 물이 너무 적으면 면이 서로 달라붙고, 너무 많으면 중심 온도가 떨어진다. 물이 끓어오르는 순간 면을 풀어 넣고 일정 시간 동안 고르게 끓여내야 표면의 전분이 적당히 씻겨 나가고 내부의 수분이 고르게 퍼진다. 이 모든 과정은 숫자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결국엔 손끝의 감각과 물의 흐름을 읽는 직관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소면과 냄비 사이즈, 물의 양이 적당하다고 보는 정도를 일본의 면요리 전문점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다.
©tsumura-seimen.co.jp
물이란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생명을 이어주는 순환의 존재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물이 없으면 모든 생명은 살 수 없다. 심지어 바위까지도 말이다. 물이 다른 생명체에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원리는 용해와 분리이다. 물은 토양의 미네랄을 자기 안에 녹여서 품고 땅에 혈관처럼 퍼진 강이나 시냇물에 그 미네랄을 운반한다.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된 무기 영양소는 식물의 대사에 이용된다.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과 전분 등 생명 에너지원을 만드는 것이다. 물 그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물은 끊임없이 순환을 반복하여 생명력을 가진다.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는 구름이 된다. 구름은 다시 비로 내려 땅속의 미생물을 깨운다. 미생물은 물을 마시고 미네랄 전자의 균형을 바꾼다. (+)와 (-)의 수가 같지 않게 만든다(≠). 이렇게 변화된 미네랄은 식물의 뿌리에 흡수되어 열매를 맺게 하고, 그 열매는 다시 사람의 에너지원이 된다. 이렇게 물은 증발과 비, 흡수와 순환을 거듭하며 살아있는 지구를 만든다. 바로 그 순환의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 중 하나가 소면이다.
물로 키워낸 밀과 바다의 소금이 우리에게 와서 반죽 통 안에서 재료들을 용합시킨다. 건조 과정을 통해 물은 다시 사라지는 듯하지만, 국수는 삶는 순간 다시 물을 만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물의 순환은 지구를 살리며, 결국 국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반죽의 수분, 염수의 농도, 삶는 물의 온도…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면은 제맛을 낼 수 없다. 물의 양이 너무 많으면 반죽이 흐트러지고, 적으면 조직이 거칠어진다. 삶는 물이 미지근하면 면이 퍼지고, 너무 뜨거우면 겉만 익어 속은 생으로 남는다. 물이 면에 생명을 주는 동시에 그 생명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거창한국수

‘자연으로 반죽하고 햇살로 뽑아낸다’는 설명처럼 경남 거창에서 햇빛과 바람,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 등 자연의 힘에 40년 경력의 김현규 국수명인의 노하우로 완성하는 수제국수다. 제철 식재료를 갈아 넣어 자연의 맛을 살리고 최고 등급 밀가루에 부추, 쌀, 비트, 흑미 등을 주재료로 만들어내는 오방색국수와 제철에 맛있는 재료를 담은 월간국수 등 참신한 마케팅으로 좋은 국수를 선보이는 가족기업이다.
김현규 연구소장 (사진 앞 왼쪽)
국내 대기업 식품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 40대에 뜻을 세워 거창한국수의 전신인 ‘농가식품’을 창업했다. 여러 부침과 어려움 속에서도 식품 제조의 기본기를 다졌고, 2016년 고향 거창으로 내려오며 처음으로 ‘국수란 무엇인가’, ‘면 그 자체로 맛있는 국수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깊이 시작했다. 그 고민 끝에 다시 문을 연 거창한국수에서 그는 지금까지도 재료와 기술, 그리고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며 새로운 국수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상희 대표 (사진 뒤 중앙)
행정안전부와 디자인하우스 등에서 인사 전문가로 일하며 오랜 직장생활을 이어오다, 2020년 거창한국수에 합류했다. 아버지의 고향 거창에서 가족들과 함께 국수를 만들며, 브랜드의 새로운 세대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 김현규 연구소장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거창한국수
‘자연으로 반죽하고 햇살로 뽑아낸다’는 설명처럼 경남 거창에서 햇빛과 바람,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 등 자연의 힘에 40년 경력의 김현규 국수명인의 노하우로 완성하는 수제국수다. 제철 식재료를 갈아 넣어 자연의 맛을 살리고 최고 등급 밀가루에 부추, 쌀, 비트, 흑미 등을 주재료로 만들어내는 오방색국수와 제철에 맛있는 재료를 담은 월간국수 등 참신한 마케팅으로 좋은 국수를 선보이는 가족기업이다.



